변해도 또 변해야 하고, 변하지 않아도 또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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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도 또 변해야 하고, 변하지 않아도 또 변해야 한다
  • 구자억 서경대·교육학
  • 승인 2024.02.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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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의 말_ 『양계초론: 양계초 사상과 교육관』 (구자억 지음, 신정, 256쪽, 2024.01)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필자가 중국의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수학하면서 접하게 된 양계초에 대한 매력 때문이다. 양계초는 중국 근대 시기의 걸출한 사상가일 뿐만 아니라 정치가이며, 교육가였다. 그의 사상은 그 범위와 깊이가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했다. 때문에 후세에 그를 연구하는 학자들조차 그의 사상의 총체를 알기가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을 정도이다. 현대사회에서 과거 위인들의 흔적을 탐구하는 것은 그들의 삶과 사상을 통해 사회발전의 단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인데, 양계초에 대한 탐구는 예상을 뛰어넘는 예지를 불러온다. 바로 중국 근대시기의 사상적 흐름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그만큼 양계초의 사상적 영향력이 대단했다는 말이다.

양계초는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했고, 공부의 깊이도 매우 깊었다. 우선 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는 4-5세 때부터 모친의 슬하에서 사서와 시경을 배웠다. 후에 그는 공자의 태평, 대동사상을 찬양하는 등 공자사상에 깊이 매료되었다. 불학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양계초는 불가의 업보사상으로 인생과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등 불학의 영향을 받은 정도가 매우 크다. 그는 서양의 학문에서도 여러 가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아마도 변법통의에 나온 변해도 또 변해야 하고, 변하지 않아도 또 변해야 한다(变亦变, 不变亦变)는 주장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에서 나온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진화론을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양계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키워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중체서용(中體西用)과 중서겸습(中西兼習)이다. 양무시기는 중학위체, 서학위용(中學爲體, 西學爲用) 즉 중체서용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봉건전통사회가 지니고 있는 모순을 타파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비해 양계초를 중심으로 한 유신파의 변법운동은 서양국가의 부강함의 원인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파악하고 중국의 부강을 위해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였다. 이때 나온 것이 중서겸습 즉, 중학과 서학의 동등한 수준의 학습이다. 그러나 그 단어의 뜻대로 중학과 서학을 동등한 비중으로 섭취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학의 근본 바탕하에서의 서학겸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팔고문이다. 팔고란 과거시험에 쓰이는 특수한 문체를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과거시험 내용이 팔고문을 암송하거나 쓰는 것에 치우쳐 있어 지식이나 도리를 융합하고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치 않은 시험제도를 말한다. 당시 이러한 팔고 중심 과거제는 그 영향력이 대단해서 폐지는 거론도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양계초는 팔고 중심 과거제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지속하였고, 마침내 폐지되도록 하였다.

셋째, 신민(新民)이다. 양계초는 국가의 흥망성쇠의 관건이 교육의 흥함에 있다고 보고, 당시 국가적 위기의 극복과 자강을 위해 교육개혁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교육개혁의 핵심은 신민양성에 있었다. 신민은 국혼을 함양한 새로운 국민을 말한다. 양계초는 공공도덕, 국가사상, 진취 모험정신, 자존 등 12가지를 신민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제시하였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양계초의 일생은 희극과 비극이 어우러진 인생이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는 대단히 많은 글들을 남겼고, 무술유신을 이끌었으며, 정치계의 풍운아, 학술문화계의 대표 주자였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인생은 희극적인 요소가 많다. 그러나 그가 일생동안 추진했던 일들 중 학술 방면을 빼놓고는 실제로 성공한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는 비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구국에 대한 이상도 그의 이상을 수용할 사회적 상황이 만들어지지 못함에 따라 결국은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을 볼 때 그렇다.

지금의 세상은 함께 잘 산다는 입장보다는 자국중심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억압하고, 침탈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양계초 같은 선각자들의 사상이나 애국활동은 사실 한 나라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계초를 통해 애국이 무엇인지 또 사회혁신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기대한다.

 

구자억 서경대·교육학

서경대학교 혁신부총장 겸 국제융합대학원장.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비교교육전공으로 교육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선임연구위원,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혁신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대학컨설팅협회 회장, 한국창업교육학회 회장, 사단법인 한중교육교류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대학혁신전문가이자 중국교육전문가로서 한국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과 발전방안을 가까운 전문가 그룹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 한국의 미래는 창업에 있다고 보고 창업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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