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본능적 욕구에서 공존을 위한 먹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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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본능적 욕구에서 공존을 위한 먹거리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1.27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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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 공존의 먹거리 | 정한진 지음 | 드레북스 | 216쪽

 

먹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는 활동이면서 가장 일상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이다. 인류의 아주 먼 조상도 먹어야 했다. 먹는 것에서 출발했다. 총과 쇠보다 먼저 있었던 것이 음식이다. 인간은 자신을 먹여 살리려는 노력 속에서 도구와 무기, 기술을 개발했고, 사회를 형성했으며, 조직, 법, 사상을 비롯한 문명이 태어났다. 

인간은 먹어야 한다. 고로 존재한다. 먹거리는 삶의 핵심이다. 먹거리를 어떻게 생산하고 거래하고 소비하는지는 인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지나간 삶과 현재의 삶,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은 본능적인 욕구에서 시작해 풍요로움과 다양함의 상징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위협받는 우리 먹거리 문화를 들여다보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먹거리를 생각한다.

음식이 그렇듯 음식문화도 변화한다. 자연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사회체제의 변화, 다른 문화와의 접촉 등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회의 변화가 음식문화의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 중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음식이 단순히 영양 섭취 차원을 넘어 또 다른 자기실현의 즐거움과 여가 형식으로 추구된다는 점이다. 음식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체로 가치 있는 추구 대상이다.

음식의 맛, 색다른 먹거리를 넘어 식사 공간의 분위기를 비롯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음식 정보가 일상적으로 넘쳐난 시대가 없었다. 이처럼 유례 없는 담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음식이 새로운 의미 추구와 이벤트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먹거리를 생산하고, 가공 및 유통하고, 소비하는 체계와 연관되어 있다. 현대 먹거리 체계는 산업화된 먹거리 생산과 복잡한 시장경제 체제에서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먹거리와 다양한 가공식품이 넘쳐난다. 풍요로움과 다양함이 지금의 먹거리 소비 양상을 받치고 있다.

풍요로움은 화학 농법에 의지한 대규모 단일경작, 집중식 가축 사육에 기반을 둔다. 다양함은 먼저 가공식품, 청량음료, 스낵, 가공육, 간편 조리식품을 비롯한 초가공식품 산업의 현란한 마케팅에서 온다. 패스트푸드와 국밥에서 오마카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외식 산업에 기인하기도 한다. 산업화와 시장경제 속에서 먹거리가 자연에서 온다는 사실은 사라지고 욕망을 채워주는 상품으로만 보인다. 미생물에서 동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연의 일부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지금의 먹거리 체계는 유기적인 관계를 위협한다.

먹거리 생산은 풍족한데 한편에서는 굶주리고 다른 한편은 비만을 앓고 있다.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 식량 시장은 식량의 자급을 위협하고 식량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풍요로움이 삶의 여유를 보장하지 않는다. 식구가 모이는 식탁의 즐거움은 희미해지고, 따스함도 추억이 되었다. 식사 시간과 공간이 불규칙하고, 일과 식사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먹거리와 먹는 일은 우리의 일상, 곧 삶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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