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최연소 총리 임명과 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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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최연소 총리 임명과 청년 정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1.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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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2024년 1월 11일에 34세의 가브리엘 아탈(Gabriel Attal)을 엘리자베트 보른(Élisabeth Borne)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당내 일부 정치인의 반대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년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하는 것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프랑스에서 젊은 정치인을 총리로 임명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에 로랑 파비우스(Laurent Fabius) 전 총리는 37세에 임명됐으며, 1986년에 자크 시락(Jacques Chirac) 전 대통령은 41세에 총리가 되어 동거정부를 이끌었다. 하지만 아탈은 제5공화국(1958년~현재)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아탈 총리 임명의 정치적 맥락을 분석하고, 정당 청년조직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 정치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 〈프랑스의 최연소 총리 임명과 청년 정치〉(저자: 오창룡 입법조사관)를 1월 23일(화) 발간했다.

 

□ 최연소 총리 임명의 배경

▷ 가브리엘 아탈의 정치 경력

ㅇ 1989년생인 가브리엘 아탈의 정치 경력 출발점에는 청년 당원으로서의 활동이 있었다. 대학 입학 시기인 2007년에 사회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다양한 정치 경력을 쌓았다. 사회당 정부(2012-2017)의 보건부 연설문 담당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정계에 입문했으며, 시의원과 지역 하원의원을 거쳤다.

ㅇ 2018년 10월 청소년·국가복무 담당 국무장관(secrétariat d’État chargé de la Jeunesse et du service national universel)에 임명되어 제5공화국 최연소 장관(29세) 기록을 세웠으며, 2023년에는 교육·청소년부 장관(ministre de l'Éducation nationale et de la Jeunesse)을 역임했다.

▷ 신임 총리 임명의 정치적 배경

ㅇ 보른 전 총리는 2023년 연금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중적 신임을 크게 상실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정을 쇄신하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각이 이뤄졌다. 아탈 총리가 발탁된 이유는 그가 최근 내각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ㅇ 아탈은 마크롱 정부의 국정 과제를 충실히 수행한 정치인으로, 2023년 후반부터 인기가 급상승했다. 아탈 총리는 좌파 정당 지지자보다는 중도 우파·극우 정당 지지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더 얻고 있으며, 연령상으로 청년층보다 50대 이상의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프랑스 청년 정치의 시사점

▷ 의회와 내각에서 청년 정치인의 증가

ㅇ 최근 프랑스 정치인의 평균 연령이 낮아진 것도 아탈 총리의 임명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다. 현재 프랑스 내각의 주요 장관 15명의 평균 연령은 46세이며, 30대 장관이 4명, 40대 장관이 3명이다. 최연소 장관은 의회담당 정무장관(Ministre déléguée chargée des Relations avec le Parlement)을 맡은 마리 르벡(Marie Lebec)으로 현재 33세이다.

ㅇ 프랑스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2017년 및 2022년 총선을 거치면서 크게 낮아졌다. 2017년 총선에서 여당 ‘전진하는공화국(LREM)’은 하원 577석 중 356석을 확보했는데, 정무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이 약 절반에 달했다(174명). 여당 의원의 평균 연령은 46.5세로 전체 정당 중에서 가장 낮았고,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2012년 54.6세에서 2017년 49.2세로 감소했다.

ㅇ 2022년 총선 결과 하원의원의 평균 연령은 48.5세로 더 감소했다. 현재 국민연합의 평균 연령이 45.6세로 가장 낮으며, 좌파그룹의 평균 연령은 45.9세로 두 번째로 낮다.

▷ 정당 청년조직 현황과 의의

ㅇ 제도적인 측면에서 청년 정치가 활성화된 데에는 정당의 역할이 컸다. 프랑스는 청년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선거제를 개혁하거나 청년할당제와 같은 제도를 별도로 도입하지 않고도 정당 중심으로 청년 정치를 활성화한 사례이다.

ㅇ 프랑스 정당 청년조직의 주요 역할은 대선 및 총선 선거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청년조직은 이 과정에서 중앙당에 인력을 충원하는 역할도 해 왔다. 청년조직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한 청년 정치인이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정당 청년조직은 총선 시기 청년 후보를 즉각적으로 발탁하는 통로였다. 총선에서 최연소로 당선된 청년 의원 대부분은 정당 청년조직의 활동가였으며, 최연소 의원이 주요 정치인으로 성장한 사례도 다수이다.

ㅇ 프랑스 정당 청년조직은 대체로 중앙당의 주도하에 출범하는 방식을 취했고, 각 정당은 중앙당의 주요 직위를 청년조직에 개방하고 있다. 청년조직 대부분은 별도의 내규에 따라 활동하며, 각 정당 청년조직이 설정한 청년의 연령 상한은 각기 다르다.

□ 시사점

ㅇ 최근 프랑스에서 청년 정치인의 등장이 활성화된 맥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서 아탈을 신임 총리로 지명한 것은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며,그가 여당과 내각에서 충분한 경력을 쌓으면서 독자적인 활동 영역과 지지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ㅇ 이를 참고하여 선거 시기에 외부 명망가를 발탁하는 방식보다는,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제도와 관행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청년 정치인은 미숙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며, 청년이 정치에서 더많은 역할과 임무를 맡을 수있도록 정당 차원의 청년 정치인 육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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