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 개최…국내외 한국현대문학 연구자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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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 개최…국내외 한국현대문학 연구자 한자리에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1.2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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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연구자 150여 명 발기인 참여
- 아래로부터 만들어 낸 소통과 연대
- 인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자율적 진단

 

국내외 한국현대문학연구자(이하 한국현대문학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가 1월 25일(목)~26일(금) 이틀간 개최된다. 25일(목)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대면행사로, 26일(금)은 성균관대학교 및 온라인 회의실에서 대면 및 비대면 병행 행사로 진행된다.

인문학의 위기 앞에서 수도권과 지역, 신진 연구자와 중견 연구자, 대학원생과 정규직 교수가 자율적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한국현대문학 및 인문학의 현재를 진단하는 학술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현대문학자들은 <한국현대문학자 공동선언>을 통해 새로운 학술제도와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다.


□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 기획 및 의의

2024년 1월 교육 당국이 2025학년 대학 재정지원과 연동하면서, 무전공 입학의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자,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는 정부의 움직임이 기초·순수 학문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사건이 예시하듯, 학령인구의 급감, 수도권 및 지방의 격차, 첨단 산업 중심의 연구지원, 무전공 입학 등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현재 한국 인문학은 교육 및 연구에서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현대문학 교육 및 연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규격화된 연구지원 제도와 정량적 학술성과 평가제도 아래에서 한국현대문학자들은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각자도생을 위한 경쟁에 머무는 상황이었다.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인문학의 위기 앞에서 그동안 각자도생했던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하여, 한국현대문학 연구의 학술적 가치와 사회적 위치를 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개인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소통하고 연대하여, 한국현대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전국 규모의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23년 봄 한국현대문학자대회가 제안되자, 전국 각지, 그리고 국내외 한국현대문학자 개인, 학회, 단체가 적극 호응했다.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한국현대문학자에게 전례 없는 대회였기에, 재정 마련과 대회의 형식 모두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정 마련을 위해 개인 연구자 발기인 제도를 운영했고, 2024년 1월 23일 기준 전국 및 국외 개인 연구자 15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모금액 1,148만원에 달한다. 이는 목표금액의 2배를 넘긴 수치로, 한국현대문학자대회에 대한 연구자의 적극적인 호응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한국현대문학자뿐 아니라, 해외의 한국문학자, 나아가 중국문학, 일본문학, 한국사학 연구자, 독립연구자들도 모금에 참여했다. 추후 한국현대문학자대회가 그 범위를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수도권뿐 아니라,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등 전국에 소재하는 학회 및 연구자 단체 23개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공동주최 단체로는 1955년에 창립된 전국 규모 대표적 한국문학연구학회인 국어국문학회를 비롯, 지역 기반 학회인 한국문학회(부산, 경남), 한국문학언어학회(대구, 경북), 어문연구학회(충청), 배달말학회(경남), 장르 중심의 한국현대소설학회, 한국시학회, 한국극예술학회 등, 비교적 최근에 창립된 학회인 국제한국문학학회, 상허학회, 대중서사학회, 한국여성문학학회 등, 학교, 지역, 학술적 관심을 넘어서서 다양한 성격의 학회가 한국현대문학자의 이름으로 모였다. 나아가 광주모더니즘, 인문학협동조합, 지식공유연대 등 자발적 연구자 단체도 현대문학자대회 개최에 힘을 보탰다.

대회는 2023년 3월부터 기획됐으며, 9월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조직위원장은 정종현 교수(인하대 한국어문학과)이며, 현재 다양한 세대, 직위의 연구자 30여 명이 조직위원으로 대회를 만들고 있다.

 

□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대회 진행 계획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정형화된 학술대회의 형식을 벗어나 학술세션, 라운드테이블 및 좌담회, 북토크, 포스터 전시 등 다양한 행사로 1박 2일간 진행된다.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가 40여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학술행사로, 현장 참여를 약속한 연구자의 수는 60여 명을 상회한다.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지역, 소속, 직위, 세대를 넘어서 많은 연구자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조직했으며, 연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커먼즈(commons, 공유자원)로써 학술 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또한, 그동안 신진연구자에게 부과되었던 그림자 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참여 연구자들의 공동 책임과 노동 분담을 지향했다.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의제와 미래>, <현대문학자의 위치와 연구자의 지리: 연구, 실천, 행위>, <한국학이란 何오> 등 3개의 학술 세션에서는 국내외 중견 및 신진연구자 20여 명이 장애, 돌봄, 커먼즈, 기후위기, 인공지능, 세계와 지역 등 다양한 시각에서 한국현대문학의 쟁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토론한다.

나아가 좌담회 <학회란 무엇인가>와 라운드테이블 <현대문학자의 초상>에서는 현재의 학술 제도와 연구자 정체성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연구의 현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와 동시에 연구자의 새로운 연결과 만남을 위한 즐거운 만남의 장 역시 준비 중이다. 북토크 <잃어버린 사람>은 작가 김숨을 초청하여, 작가와 연구자의 만남을 시도한다. <전국 세미나 자랑>과 <학회 및 단체 소개>를 통해 전국의 학술단체와 자발적 연구모임인 세미나를 소개한다. 또한 <연구자의 서재>를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현대문학자의 서재를 빛낸 저서가 무엇인지 살펴보며, <추모의 벽>을 통해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난 연구자를 추모한다. 

또한 홈페이지(https://krlt.modoo.at/) 및 SNS 계정(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61554259950432, https://www.instagram.com/korlitconf_insta/)을 통해 대회의 내용을 온라인에 사전 공개하며, 대회 준비과정 및 재정 사용 역시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홈페이지에 다양한 학술행사 정보를 게시하여 한국현대문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 한국현대문학자 공동선언

한국현대문학자대회의 참여 학회 및 연구자는 함께 한국현대문학자가 현재를 성찰하고 새로운 모색을 담은 <한국현대문학자 공동선언>(이하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한국현대문학자들은 국적, 지역, 세대, 젠더, 직위의 차이를 넘어서, 상호존중에 기반한 연구자 공동체를 만들고, 획일적이고 정량적인 학술성과의 축적을 넘어, 다양하고 새로운 학술적 시도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공동선언에서는 한국현대문학자들이 △ 고립적 각자도생을 극복하고 △ 새로운 학술제도 및 문화를 수립하며, △ 연구자 주체성을 새롭게 새울 것을 천명했다. 나아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이어갈 협의체를 구성하며, 한국현대문학 이외 전공 연구자들과 연대하고자 한다.


□ 향후 전망

한국현대문학자대회는 정부, 대학, 연구재단의 일방적이고 정량적 평가 제도 아래에서 고립되어 생존을 위한 경쟁을 이어가던 한국현대문학자 개인들이 처음으로 자율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한 행사이다. 이 대회는 한국현대문학 연구의 새로운 학술적 의제를 점검하고, 새로운 학술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행사이다. 이후 한국현대문학자들은 다른 전공 연구자 및 단체들과 협의하면서, 새로운 인문학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지식인 연구자들이 공적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현대문학자 공동선언》


한국현대문학자는 제1회 한국현대문학자 대회에 모여서, 연대에 토대한 연구자 주체성의 확립과 새로운 학술 제도 및 문화의 수립을 선언합니다.

전 지구적 재난과 한국 사회의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인문학 학술장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의 급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심화, 산업적 수요를 내세운 사회적·정책적 홀대 및 대학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과 폐지 등 인문학 연구와 교육은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 연구 및 교육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현대문학자들은 진리 탐구와 자유의 실현이라는 학술의 내재적·사회적 가치 추구에 전력을 다하지 못한 채,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 중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을 초래한 데에는 우리의 잘못도 없지는 않습니다. 우리 한국현대문학자들은 그동안 정량적 평가체제 아래에서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만 돌리고 자기성찰을 소홀히 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또한 경쟁적인 학술 문화 아래에서, 연구자 공동체의 붕괴와 연구자의 고립을 방관하였던 것도 반성합니다.

이러한 성찰 위에서 한국현대문학자는 ‘연대와 소통’을 통해 한국 학술의 위기를 헤쳐 나가고자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첫째, 우리는 고립적 각자도생을 극복하겠습니다.

1) 국적, 지역, 세대, 젠더, 직위의 차이를 넘어서, 상호존중에 기반한 연구자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2) 한국현대문학자 공동의 의제를 발견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둘째, 우리는 새로운 학술제도 및 문화를 수립하겠습니다.

1) 대학과 학회를 비롯한 학술지식 생산 및 유통체계를 정비하고, 제도를 혁신하겠습니다.

2) 획일적이고 정량적인 학술성과의 축적을 넘어, 다양하고 새로운 학술적 시도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셋째, 우리는 연구자 주체성을 새롭게 자리매김하겠습니다.

1) 한국현대문학자는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로서 연구윤리를 엄수하고 지식의 공공성을 지향하겠습니다.

2) 한국현대문학자는 지식인의 책무를 자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담아 학술적 의제를 생산하겠습니다.

한국현대문학자들은 위의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동의 행동을 이어갈 협의체(가칭 한국현대문학자회의)를 만들겠습니다. 나아가 학제의 벽을 넘어서 다양한 전공의 학회 및 학술단체와 기관, 독립연구자들과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2024년 1월 26일

한국현대문학자대회 참여 한국현대문학연구자 및 학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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