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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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1.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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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 『신곡』 읽기: 7가지 주제로 읽는 신곡의 세계 | 프루 쇼 지음 | 오숙은 옮김 | 교유서가 | 432쪽

 

이 책은 단테의 위대한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신곡』 안내서이다. 그러나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루어진 『신곡』을 단순히 해설한 책은 아니다. 단테의 시에 담긴 상상력과 언어의 힘, 『신곡』을 도덕과 종교에 관한 중세의 논문이 아니라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의 하나로 만드는 인간 감정의 강렬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승세계에 대한 단테 고유의 복잡한 지리학을 생생하게 설명하고, 13세기 피렌체와 단테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 장소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아울러 시와 신화의 우주적 영역을 문학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며, 베르길리우스와 오비디우스의 고전 세계뿐 아니라 현대의 예술과 시, T. S. 엘리엇, 셰이머스 히니 등 많은 작가의 세계와도 연결해준다.

이 책은 단테의 생애나 저승 여행을 개괄하거나 요약하는 대신, 여섯 가지 핵심적인 주제를 선정하고 『신곡』에서 각 주제의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 작품을 설명한다. 『신곡』의 이해를 위해 저자가 선정한 일곱 개의 주제는 우정, 권력, 삶, 사랑, 시간, 수(數), 낱말이다.

첫째 장의 구체적인 주제는 단테와 그의 삶과 창작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두 친구의 문학적 우정과 경쟁이다. 단테 시대 피렌체의 정치와 사회를 배경으로, 단테가 연루되었던 당파 싸움과 그 패배에 따른 추방의 경험이 상징하는 단테 개인의 정치적 실패가 그의 문학적 성취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살펴본다. 단테의 시는 피렌체 시절에 성숙기를 맞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시를 성숙시킨 것이 바로 그 추방의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장에서는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다룬다. 교황과 황제로 대표되는 부도덕한 권력에 대한 단테의 반감과 질타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부패한 성직자, 특히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가 저승에서 맞이한 끔찍한 운명을 그리는 단테의 필치는 매우 강렬하고 인상 깊다.

단테의 실제 삶과 『신곡』 속에 희미한 수수께끼로 남은 삶, 그 둘의 관계가 셋째 장의 주제다. 지극히 자전적이면서 동시에 자전적이길 거부하는 것이 『신곡』의 중요한 특징이다. 단테가 『신곡』의 저자이면서 동시에 『신곡』이라는 작품 속에서 저승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점도 단테와 『신곡』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젊은 시절 단테는 작품 속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성숙기에는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탐색했는가. 인간의 삶을 움직이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사랑, 인간의 욕망, 성적인 매혹의 힘에 대한 인식과 자유의지를 조화시키려는 욕구는 단테 평생의 관심사였다. 넷째 장에서는 이러한 사랑의 관점에서 단테와 『신곡』을 살펴본다.

단테는 저승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옛 기억을 떠올리고 과거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이 시에서는 개인적 기억과 문화적 기억이 서로 맞물리고 이어져 인류 역사의 초기까지 독자를 데려간다. 다섯째 장에서는 저승세계와 『신곡』 자체에서 시간이 하는 역할에 대해 탐색한다.

여섯째 장의 주제는 『신곡』에 나타난 우주의 구조와 기능, 인간의 창의성과 수(數)의 관계다. 단테는 당대의 과학 논쟁에 밝은 독립적인 사상가였고 그의 관심사는 우주적이었다. 수에 관해 살펴보면 단테의 우주관과 인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가 상상했던 세계와 그 세계를 묘사하는 『신곡』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다.

단테는 자신의 고향 피렌체의 방언으로 글을 썼고, 우리는 지금 그가 쓴 언어를 이탈리아어라고 부른다. 단테의 시대에는 이탈리아어가 없었다. 그가 『신곡』을 씀으로써 피렌체어는 나머지 모든 방언보다 확실히 우위에 섰다. 마지막 일곱째 장에서는 이런 역사적 현실을 살펴보고 『신곡』의 언어가 지닌 독창성과 시적인 힘을 분석한다.

『신곡』을 통해서 단테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행동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삶과 죽음에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 이는 곧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다. 『신곡』은 시대를 초월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단테의 대답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테의 대답이 오늘날의 대답과 얼마나 놀랄 만큼 비슷한지 생생하게 보여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테는 시가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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