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 경북대서 '지역대학 위기 해법 모색' 포럼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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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 경북대서 '지역대학 위기 해법 모색' 포럼 열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1.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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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금오공대 통합 논란은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사회적 논의에는 오히려 불이 붙은 모양새다. 당장 지역 두 단체장 입장이 갈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달 21일 통합에 적극 찬성하며, 지방 발전을 위해 대학 통합이 필요하다며 홍준표 대구시장과는 상반되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달 초 경북대와 금오공대 간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경북대 학생들은 본관 앞 계단에 학과 점퍼(과잠)를 벗어두는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재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12월 10일 통합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홍 총장은 12월 28일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다시 "총론은 합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점 대학이 서울대 포함 10개가 있는데, 10개를 다 묶어서 캠퍼스 형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홍 총장이 여전히 통합추진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양 대학 간 통합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2007년에도 통합 논의를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에서 학생들이 통합 논란을 계기로 지역 대학의 위기와 해법을 모색하는 포럼을 열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열린 포럼은 경북대학교 학생들의 대안 담론 모임인 ‘경북대 인권모임’이 주최했다. 포럼에는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민지 국가교육위원이 발표자로 나섰다. 아래에 임희성 연구원의 발제문을 발췌 소개한다.

 

▲ 지난 12월 20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지역대학위기 해법모색 포럼’이 열렸다. (사진 제공=경북대 인권모임)

■ “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국립대 통합, 왜 제기됐는가

ㅇ 대학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의 주요 대응책으로 제시됨.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립대 통폐합, 사립대 통폐합을 제시함. 그러나 사립대는 법인이 달라 통합이 어려워 이후 통합은 주로 국립대를 대상으로 논의되거나 추진됨.

ㅇ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제시하고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글로컬 대학 30 추진방안’ 등의 지방대학 육성책을 발표함. 글로컬사업 추진 결과, 1단계를 통과한 대학 중 대학 간 통합을 내세운 대학은 모두 선정됨. 통합여부가 평가지표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대학간 통합이 선정에 유리하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국립대학 통합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


▶ 국립대 통합, 무엇이 문제인가

∎ 바람직하지 않은 국립대 비중 축소

ㅇ 국립대 통합이 정원감축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정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함.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현실에서 국립대학을 줄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는 국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체제를 갖추고 있음.

ㅇ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체제는 기형적으로 사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 학령인구 감소는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기형적인 사학의존도를 줄이고 국립대학 중심의 고등교육체제를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 이렇게 볼 때 국립대 통합은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라 보기 어려움.

∎ 소규모 특성화대학 소멸시킨 국립대학 통합의 역사

ㅇ 우리나라 대학은 천편일률적인 종합대학의 형태를 띠면서 학생과 학과수를 늘려 양적팽창을 해왔음. 이에 교육수준의 향상, 재정투입의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대학 특성화는 항상 제기된 과제였으나 국립대 정책은 특성화된 소규모 국립대를 종합대학 형태의 국립대가 흡수하면서 특성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음. 

ㅇ 노무현 정부에서는 경북대-상주대,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등 통합으로 캠퍼스별 특성화를 내세웠으나, 이들 캠퍼스 대부분은 특성화는커녕 낙후한 교육여건으로 퇴화하고 있음.

ㅇ 결과적으로 국립대 통합은 정부가 육성해야할 국립대학의 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짐.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원사업으로 유도된 이번 국립대 통합도 이러한 과거의 되풀이가 될 가능성이 큼.

∎ 대학구성원 의견수렴 외면한 졸속추진

ㅇ 국립대 통합은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을 계기로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음. 실제로 통합을 추진하던 충남대와 한밭대가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채 사업계획서를 중복 제출하여 탈락했으며, 부산교대 학생들은 부산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음. 

ㅇ 대학 통합은 중복된 학과 통‧폐합, 교‧직원의 고용승계, 대학본부 및 주요 단과대학 소재지 결정, 정원 감축 등과 같은 무수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임. 따라서 오랜 기간 대학구성원의 의견수렴 등을 비롯한 내부검토가 필요함.


▶ 지방국립대 정책이 나아갈 방향

∎ 국립대 통합은 국립대 책임회피 정책의 일환

ㅇ 우리나라 고등교육 정책 안에서 국립대학은 사립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육비를 부담하는 교육기관 정도의 의미만 지님. 오히려 역대 정부는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책임을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해왔음. 

ㅇ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학의 양적팽창을 수수방관하던 정부정책은 정원감축 유도정책으로 전환했는데 그 과정에서도 국립대학이 우선적인 정원감축 대상이 됨.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권한 지자체 이양은 정부는 더 이상 국립대학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님.

∎ 지방대 육성을 포함한 지방소멸 위기 극복방안 수립해야

ㅇ 최근 인구감소와 서울집중현상으로 지방소멸위기가 거론되면서 지방국립대 육성이 강조되고 있음.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국립대학 육성사업, 글로컬 대학 30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지방소멸위기 극복방안의 일환이라 할 수 있음.

ㅇ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지원 확대뿐만 아니라 지역인재양성과 양성된 인재의 지역사회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사회구조가 형성되어야 함. 즉, 지방으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지방살리기’를 위한 국가전략이 필요하고 이러한 총체적인 계획 속에서 대학통합으로 국립대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지원 확대로 국립대를 지역발전의 핵심기관으로 육성해야 함.

∎ 통합반대를 넘어 국립대 육성을 위한 한 목소리 필요

ㅇ 국립대 육성은 고등교육의 공공성 회복과 국가균형발전의 과제가 중첩되어 있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중요한 과제임. 그러나 국립대 육성이 명분에 그치지 않고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립대학 구성원이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함. 국립대 통합 문제를 통합당사자간의 갈등으로 점철된 ‘그들의 문제’로 비춰지게 만들 것인지 국립대 육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제기할 것인지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판단과 논의가 요구됨.

 

지난 12월 8일 경북대 본관 앞에 금오공대와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계단 가득 놓여 있다.<br>
지난 12월 8일 경북대 본관 앞에 금오공대와 통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벗어둔 학과 점퍼(과잠)가 계단 가득 놓여 있다.

□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이민지 위원은 ‘학내 민주주의 쟁취와 연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이 위원은 “글로컬 사업에서 교육부는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는데, 그 핵심은 통폐합과 인원 감축에 있다”며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바라보며 급격하게 구조조정하면 결국 학내 구성원과 소통 부족, 근시안적 개혁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구조조정 반복은 학생 공동체도 파괴하게 되며, 결국 학생 집단의 힘을 약화시켜 다른 학교 현안에 대한 학생 영향력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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