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탄금(對牛彈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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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탄금(對牛彈琴)
  • 윤준영 한세대학교·경영학
  • 승인 202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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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일상을 거울에 비추어 봐야 한다.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자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는 세상의 거울이기에 항상 본인이 연구하는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에 불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 그 등불이 남을 위해 길을 밝히는 역할도 하지만 본인의 모습을 뒤돌아보고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학자들이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 지식이나 도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인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더욱이, 그 사람이 어리석거나 무지한 경우에는 우리의 노력이 소용없게 느껴질 때가 특히나 더 많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 해도 가르치고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학자의 자세가 아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교육현장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와 혼돈이 있었는가? 단순히 본인들의 연구 영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맞서 특히 외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나선 수많은 학자들의 시국선언으로 인해 민주적으로 정부가 수립된 이후로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한 대학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학교별, 지역별로 윤석열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대의 등불들의 시국선언으로 인해 올 한 해는 유독 뜨거웠다.

무엇이 우리를 들끓게 만들었을까? 학자들의 시국선언은 단순히 외교적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만이 아니다. 생각의 다름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이러한 다름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현명한 자는 남에게서 다름에 대한 본을 받고 특히 시대의 거울이라 일컬어지는 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시대상황을 판단한다. 학자라 하여 모든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성인으로의 양심을 지키고 이에 따른 행동을 하며 대중들로 하여금 진실을 알려주어 지성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교육을 하고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스스로 지성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면 우리는 학자의 길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학자들의 시국선언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애석하게도 학자들이 사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정부는 들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나와 내편만이 옳고 내가 하는 모든 것만이 정의롭다는 파쇼주의적 발상은 항상 사회를 불안과 갈등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사회를 연구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학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정부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무리 학자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해도 이러한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어리석은 자는 경험적 소산과 지식이 고착화되어 본인들의 생각과 행동 중 ‘옳다’고 믿는 부분만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학자는 정치인과 다르다. 득과 실을 계산하는 정치인의 셈법과 옳고 그름을 계산하는 학자들의 셈법은 당연히 다르기에 정치인의 발언과 학자들의 발언은 그 무게가 다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생각한다. 대우탄금(對牛彈琴)! 소를 향해서 거문고를 彈奏(탄주)한다는 말로 어리석은 자에게 깊은 이치를 말하여 주어도 아무 소용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부디 우리 정부가 국가와 사회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시대의 등불인 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윤준영 한세대학교·경영학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경영학 박사.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정책자문과 정책연구위원, 대학구조개혁평가(대학역량진단평가)의 평가위원, 기업의 경영자문, 정당의 정책자문단장을 역임하면서 교육, 기업, 정치 분야에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학회로는 한국산업재해보상보험학회 부회장, 한국기업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속적으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젊은 학자 겸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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