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을 통한 기존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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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학을 통한 기존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의 재해석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2.2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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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철학, 그 해석학적 해명 | 강학순 지음 | 푸른사상 | 480쪽

 

“빛보다 먼저 공간이 생겨났다.” “점에서 시작된 우주 공간은 빛보다 더 빠르게 팽창한다.” “우리의 우주 외에 무한히 많은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가 있다.” 이런 주장들은 현대과학적 공간론의 정론(定論)이다. 말하자면 우주 공간은 빅뱅으로부터 생겨나서 어떤 생명체보다 앞서 주어져 있고, 계속하여 평행우주 및 다중우주(multiverse)로 펼쳐진다. 우주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인 지구별 위에서 영위되는 신체를 구유(具有)한 인간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공간과 결합되어 있다. 그리하여 나의 정체성은 반드시 공간과 장소와 함수관계를 이룬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은 내가 그곳에서 살 수 있고, 거기에서 나 자신의 가능성을 투사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삶과 역사의 터전이며 통로이다. 무엇보다 인간이 공간과 시간을 만나면 역사를 형성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무대 위에서 개체적·공동체적 삶의 텍스트와 서사(敍事, narrative)를 엮어가기 때문이다. (중략)  - 책머리에

 

이 책은 공간철학의 연구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입론으로서, 공간에 대한 철학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공간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과 그것의 원리 및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공간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해석학을 통해 재해석함으로써, 존재론의 핵심주제인 공간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지속 가능한 지구의 미래 문명을 위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특히 여기서는 과학적 공간론을 배제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하나의 타당한 해석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동시에 그것의 한계를 드러내고, 그것의 의의를 재해석한다. 이는 과학을 마주하는 철학이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배적인 과학적 공간론에 의해 배제되거나 소외된 다른 공간 해석들과 그 의미를 밝히고, 나아가 전자와 후자의 대화를 시도한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공간과 결합되어 있다.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개인 및 사회로 구성된 인간 생활을 규정하는 존재론적 기반이며, 동시에 세계를 알 수 있는 인식론적 준거가 된다. 특히 공간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삶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공간적 구속에서 벗어나 해방의 공간으로 향하는 자유를 갈망하기에 공간은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의 문제와 직결된다. 

공간 문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이 다루는 공통주제이므로, 학문 간의 융합적·횡단적 사유를 통해 갈등하고 대립하는 다양한 공간론들을 대화의 장으로 소환하여 그것들의 학문적 영역을 재배치하고 연결시킬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공간에 대한 융합적인 연구를 위한 이론적 틀로서 ‘공간의 해석학’을 불러온 것이다. 이는 격자화된 과학적·철학적·인문사회과학적 공간 담론 안에 갇혀 있는 개별화된 이론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융합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공간 존재와 공간의 진리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융합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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