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 빅뱅 이후 우주, 우리 행성, 그리고 인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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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억 년 빅뱅 이후 우주, 우리 행성, 그리고 인간의 역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2.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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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 빅뱅 이후 138억 년 |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 김성훈 옮김 | 세종연구원 | 320쪽

 

이 책은 빅뱅에서부터 생명의 진화, 인간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단순한 수소 가스 덩어리가 복잡한 인간 사회로 진화하기까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역사적 변화를 연속적으로 추적한다. 최초의 원자에서 최초의 생명, 최초의 인간,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창조물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복잡성이 등장했다. 호모 에렉투스 이후 ‘집단학습’을 통해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혁신이 축적되고 세대가 이어지며 기술이 개선되었다. 화로에 불을 피워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마침내 복잡성에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 인류는 집단학습의 힘으로 석기에서 고층 빌딩,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천지개벽을 이루었다.

138억 년 전 빅뱅과 함께 작고 뜨거운 하얀 점 하나가 나타났다. 우주는 원자 하나보다, 심지어 그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 하나보다도 작았다. 그런데 우주 만물의 압력이 그 작은 공간에 들어 있어 너무 뜨겁고 그 우주를 만든 법칙 자체가 녹아내린 형태로 존재했다. 그런데 빅뱅이 있고 10-35초라는 짧디짧은 순간이 지난 뒤 우주가 자몽 하나 크기로 팽창했다. 그리고 물리학의 네 가지 기본 힘이 현재 형태로 굳을 정도인 1.13×1028켈빈까지 식었다. 이로써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 일관성을 갖춰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는 우주가 탄생했다.

대부분의 물질은 반물질과 충돌해 순식간에 폭발하며 다시 원자로 돌아갔지만, 10억분의 1은 반물질 짝을 찾지 못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의 모든 것을 형성했다. 첫 10초 동안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후 3분 동안 우주는 계속 팽창했고 넓이가 1,000광년을 넘겼다. 우주는 수천, 수만 년 동안 팽창과 냉각을 이어가다가 빅뱅 38만 년 후 넓이가 1,000만 광년으로 커지고 3,000켈빈 정도로 냉각되었다. 용암보다 두 배 뜨거운 온도다. 우주가 가스구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고 우주의 밀도도 낮아져 방사선과 입자의 짙은 안개 사이로 빛의 광자들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녀 눈부신 섬광도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우주배경복사CMB다.

38억 년 전 시생누대에 지구의 고요하게 끓어오르던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3,000만~2,5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인원의 혈통이 구세계 원숭이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유인원은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사람의 조상 종이었다. 그리고 1,200만~1,000만 년 전 인간이 고릴라의 진화적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15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호모 에렉투스는 손도끼의 질을 개선하고 여러 가지 도구로 발전시켜 혁명적인 새로운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집단학습’을 통해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혁신이 축적되고 세대가 이어지며 기술이 개선되었다. 호모 에렉투스에서부터 시작된 집단학습의 조짐은 이후 호모 안테세소르,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에서도 나타났다. 이들은 화로에 불을 피워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했으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최초의 호미닌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복잡성에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빅뱅 10-35초 후에 관측 가능한 우주의 물리법칙이 일관성을 갖추면서 불균일하게 분포된 작은 에너지 점들도 함께 등장했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된 우주를 만들기 위해 이 점들은 에너지가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에너지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이런 에너지 흐름이 항성, 다양한 화학물질, 생명체, 사회를 창조해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복잡성은 에너지 흐름에 의해 창조되고, 유지되고, 증가했다. 햇빛에서 광합성 식물로, 식탁에서 입으로, 주유 펌프에서 제트 엔진으로 에너지가 흘러갔다. 99.9999999999999퍼센트가 죽어 있는 우주에서 작은 점들은 점차 복잡해졌다. 지금부터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든 간에 우리는 지난 138억 년의 어느 시점보다 복잡성이 높은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신기술 대폭발로 보나, 생각과 독트린의 혁명으로 보나,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의 생활 방식에 찾아온 급진적 변화로 보나,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세계를 현대 사회로 전환시킨 복잡성의 놀라운 전환점이었다. 그것이 또 다른 지질 시대인 ‘인류세Anthropocene’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놓았다. 인류세 기간에 인간은 지구에 생명이 등장하고 38억 년 동안 존재했던 그 어떤 단일 종보다 급속하고 급진적으로 이 행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뱅과 폭발하는 항성에서 뿜어져 나온 불기둥, 지옥 같은 지구의 형성 과정, 피로 물든 종의 진화, 영장류의 살인 성향, 농업 시대의 궁핍과 질병, 그리고 현재.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락함과 편리함은 대부분 사람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인간 존재의 역사 전반에서 우리를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 패턴을 보면 우리가 가까운 미래뿐만 아니라 머나먼 미래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보인다. 또한 계속 번영할 것이며, 어쩌면 우주의 커다란 미스터리를 더욱 많이 밝혀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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