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상태바
학생인권조례
  •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 승인 2023.12.11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

학생인권조례는 미래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시민 육성을 위한 필수적 교육기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민주적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적 선택 이후, ‘교권’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수직적 권위구조를 부활하는 데 여념이 없던 윤석열 정권이 희생양을 삼았던 것이 학생인권조례다. 학생들의 인권과 자유권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바로 서지 못하고, 교사 인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본방침을 정하고, 이를 대체할 ‘조례’의 대안적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경기, 서울, 충남 등 7개 지역에 존재하는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움직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학생인권조례를 대체할 조례 예시안의 면모가 드러났다. 교육부는 11월 29일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이하 예시안)을 발표했다. 예시안은 학생들의 권리를 교사의 지도 감독하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학생 인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면서, 교사의 ‘교권’과 다른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책무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성장기의 학생들이기에 권리행사에 대한 교육적 지도 필요성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교사의 교육 활동을 존중해야 할 책무성은 종래 인권조례의 ‘보완요소’로서 일말(一抹)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다. 학생들은 인권 보호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타인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모든 권리행사에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학생들의 주체적 권리는 증발하고 교사나 학교 당국이 학생 인권의 결정권자가 되어버리는 퇴행적이고 보수적인 학교질서가 전면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예시안이 그동안 학생인권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 보편적 자유 규정을 아예 삭제해 버린 것은 크나큰 문제다. 이러한 보편적 자유 규정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자유와 권리 개념을 학교 교육에 도입하려는 첫걸음으로서, 학생들을 헌법적 권리가 유예된 ‘미래의 시민’(실제로는 학교의 권위적 질서에 순응적인 ‘교육 신민’ ‘착한 신민’)이 아니라 학교공동체의 주인이자 교육 활동의 주체적 시민(즉 ‘교복 입은 시민’, ‘학생 시민’)으로 바로 세우려는 기준이 되어 왔다. 

즉 학생인권조례의 보편적 인권과 자유 개념은 헌법적 가치에 기초해 학생들을 독립적, 연대적 시민으로 교육하고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민주주의 교육의 기본가치와 결의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예시안이 학생들의 보편적 자유권을 부정하면서 학생들의 권리행사를 위축시키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무 관계를 ‘교권’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관계로 재편성하려는 것은 학교민주주의 및 독립적 시민 육성이라는 미래지향적 교육목적을 부정하고 보수적 신민형(臣民型) 교육으로 퇴행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와 여당의 분위기를 반영해 서울, 충남 등에서는 이미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움직임이, 그리고 경기에서는 전면개정을 통한 실질적 폐지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자립적 시민교육의 성과를 전면 부정하고 ‘교권 강화’라는 명분하에 신민 교육으로의 퇴행을 의도하는 지극히 반민주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정의롭지도 정당하지도 못한 처사들을 주도하는 정치세력들은 한 마디로 반교육적 세력들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학생인권조례는 미래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시민 육성을 위한 필수적 교육기준이다. 교육부와 지역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보편적 인권과 헌법적 자유권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서 학교민주주의와 시민교육이라는 교육의 기본적 지향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폐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간의 역사와 성과를 반영해 더 체계화되고 보완·발전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은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면서도 타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연대적 주체로서 바로 설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은 인권을 보호받는 대상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 및 다른 학교공동체 주체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주체로서의 위상 또한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학교 교육의 내용뿐만 아니라, 보다 발전된 민주적 학교생활(school democracy) 속에서 일관되게 관철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민주적 역량, 시민적 역량은 민주주의의 삶 속에서 비로소 가장 분명하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현) 한신대학교 교수
(현)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전)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추진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