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과 기후변화, 쌍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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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기후변화, 쌍두마차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3.12.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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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보며 모든 국민들은 AI(인공지능)의 능력에 대해 매우 놀랐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 나온 챗GPT는 다시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는데, 새로운 지적 혁명의 시작으로도 본다. 이러한 흐름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정부, 산업, 교육, R&D, 언론 등 모든 영역에서 AI 기술의 발전, 활용 가능성과 그 범위 그리고 AI 인재 양성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AI 기술은 어떤 영역에서든지 효율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AI 기술이 인류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며, 핵폭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비관적 견해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스스로 추론하며 성장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은 10년 후 인간보다 10배 똑똑해지며, 20년 후 1만 배 똑똑해져서 현재의 사람과 금붕어 지능 정도로 차이가 날 것이라 한다. 인간의 위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범용인공지능을 겨냥한 GPT-5 개발이 최근 착수되었다고 한다. 지난 11월 초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는 AI의 여러 잠재적 위험에 국제사회가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움직임이다.  

2023년 지구촌 인류를 가장 괴롭힌 것은 ‘폭염’이라고 한다. 캐나다 면적의 40% 정도의 지역을 태운 산불, 동부 아프리카 지역 주민 2천 2백만 명을 심각한 기아 위험에 처하게 한 최악의 가뭄 등 올해에 닥친 역대급 자연재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홍수, 한파, 지진 등의 재난은 갈수록 인간이 버티기 어려운 형태로 닥쳐오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급격한 해빙은 지구 생태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유엔은 얼마 전 이러한 극심한 이상기후의 약 75%는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류의 노력으로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지구의 지표면 온도 1.5도라는 마지노선이 이제 10년 남았다고 한다. 올해 평균 온도가 벌써 1.4도라고 한다. 2015년 159개국은 파리기후협약을 맺으며 전 세계는 최대한 빨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속하게 감축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19 이후 국제사회는 자국의 경제, 정치에 중심축을 두면서, 국제적 약속에 소극적이다. 세계 온실가스의 45%를 배출하는 중국과 미국의 정상들이 현재 진행 중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과 기후변화라는 이슈는 서로 독립적이지 않으며,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AI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력 소모와 탄소 배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GPT-3 모델을 한 번 학습시키는 데 약 1.3기가와트시(GWh)를 소비하는데 이는 한국 전체에서 약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이다.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8만 4천 대의 차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은데, 이를 정화시키려면 8천 5백만 그루의 소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 GPT-3는 약 1천 750억 개의 변수를 사용하는 반면, GPT-4의 변수는 무려 100조 개 수준이다. 다른 한편 AI 기술은 에너지 효율화와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AI 기술과 기후변화라는 두 이슈를 ‘쌍두마차’로 이해하고, ‘지속가능발전’의 틀 안에서 동시에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 둘은 인간의 정체성과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이슈들로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달린 심히 중대한 과제들이며, 동시에 풀어가야 한다. 

‘AI의 대부’인 캐나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교수는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인류를 통제하려 시도할 위험이 큰데, 인류는 이를 막기는커녕 알아낼 방법조차 아직 모른다. AI가 결국 인류를 위협할 것이며,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낮추는 것을 글로벌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다. 유엔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인류가 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는 표현으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강력하게 경고하였다. 그는 ‘우리 앞엔 “집단자살이냐 집단행동이냐”라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라고도 했다. 

이러한 강한 경고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속가능발전 관련 과제들을 제대로 풀어가려면 정치와 사회의 변혁이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진 정부, 정치인, 언론 등이 변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대개 ‘표’에 연계된 현안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열정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표’를 가진 일반 시민의 인식과 목소리에 있다. 여기에는 정부와 사회와 협치의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시민 역량이 요구된다. 이는 교육 또는 정치 및 사회 경험을 통한 훈련에서 나올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정규 교육과 시민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이에 관련된 문제해결 및 실천 운동에 국민 개개인이 적극 참여토록 해야 한다. 현재 정부, 기업, 각급 학교, 시민단체 등에 의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실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아직 피상적이며, 내실있는 성과까지는 갈 길이 먼 것 같다. 대학들이 이에 관련된 세계대학 평가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대학 구성원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교육의 제1사명은 지구촌 공유 생물권 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를 길러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제는 인간과 자연과 기계가 공존해야 함을 인식하고, ‘인간 주도로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계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유럽대학연합(EUA)은 2021년에 내놓은 ‘벽이 없는 대학들’이라는 ‘비전 2030’ 보고서에서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의 중심은 ‘지속가능발전’에 두어야 하며, 교육과 지식창출은 지속가능발전과 관련된 각종 도전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대학이 중심이 되어 연구자, 혁신가, 공기관, 민간기업, 지역 등과 이를 위한 협업체제를 발전시켜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AI 시대, 이제는 재앙을 몰아오는 기후변화, 기존의 사고의 틀과 행동방식으로는 인간이 온전하게 설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는 매우 빠르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뀔 것 같다. 인간 삶의 중심이 되어온 일과 일자리의 형태와 우리가 누려왔던 자연 생태계는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고, 일상의 삶 자체도 스마트폰과 챗GPT, 로봇 등에 종속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긴장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특히 대학이 그 사회적 역할에 대한 철학과 방향을 ‘지속가능’에 기반을 두고, 우리 사회와 지구촌에서의 역할을 백지에 다시 그려야 할 때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연세대 대학원장, 대한수학회 회장, 국제퍼지시스템협회(IFSA) 집행이사 및 부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분과 의장,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과실연 명예대표, 태재학원 감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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