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년 장대한 로마사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12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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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년 장대한 로마사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12가지 코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2.0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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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 | 모토무라 료지 지음 |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415쪽

 

‘왜 우리는 로마사를 공부해야 할까?’, ‘2,206년 로마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 두 가지로 답변할 수 있겠다. 첫째, 2,206년간의 로마 역사 어느 한순간, 한 장면도 단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오늘, 지금 이 순간으로 이어지고 확장하며 ‘현재성’을 획득해가기 때문이다. 둘째,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은 고대 그리스 역사와 카르타고를 비롯한 고대 지중해 역사가 로마의 역사로 흡수되었고, 중세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 역사가 로마사라는 거대한 수원(水源)에서 흘러나왔으며, 그 영향이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 모토무라 료지는 ‘공화정’, ‘회복탄력성’, ‘공공성’, ‘대립과 경쟁’, ‘영웅과 황제’, ‘후계 구도’, ‘선정과 악정’, ‘5현제’, ‘혼돈’, ‘군인황제’, ‘유일신교’, ‘멸망’의 12가지 코드를 통해 2,206년 장대한 로마사를 명쾌하게 설명하며, 그 로마사가 오늘의 세계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날카롭게 통찰한다.

1. 공화정(Republican Government) ─ 로마를 지탱하는 중심축의 하나인 ‘공화정’은 이민족 에트루리아 출신 왕의 아들이 로마 귀족 부인 루크레티아를 능욕한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자리 잡았다. 로마인들이 그토록 독재를 경계한 연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회복탄력성(Resilience) ─ 로마인들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카르타고의 한니발에게 맞서서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회복탄력성이 사라졌을 때 그들은 군인황제 시대의 환란을 겪다가 게르만족과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멸망했다.

3. 공공성(Publicness) ─ 로마인이 가진 철두철미한 ‘공공성’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라가 대제국으로 도약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로마인의 ‘공공성 상실’은 인프라 노후화로 이어졌고, 멸망을 앞당기는 원인이 되었다.

4. 대립과 경쟁(Confrontation&Competition) ─ 로마는 대내외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고 발전했다. 동시에 로마는 끊임없이 대립하고 반목하며 혼란을 겪었는데, 그 혼란상이 임계점을 넘으며 멸망의 길로 질주했다.

5. 영웅과 황제(Heros&Emperors) ─ 로마를 반석 위에 세운 최고 영웅과 황제를 한 명씩 꼽으라면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다.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이행하며 대제국으로 발돋움하던 시기, 두 걸출한 인물은 위대한 세계제국의 기틀을 다졌다.

6. 후계 구도(Succession Structure) ─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는 ‘후계 구도’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카이사르가 암살도기 전, 뛰어난 통찰력으로 열아홉 살 신출내기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점찍었을 때, 5현제 시대 때 네르바,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가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했을 때 로마는 ‘흥’과 ‘성’의 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가 군왕의 자질이 없는 자기 아들 콤모두스에게 제위를 물려주었을 때 제국의 미래에 암울한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7. 선정과 악정(Good Poitics&Bad Politics) ─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최고 지휘권에 관한 법령’을 제정하여 로마 제국의 극심한 혼란을 잠재웠다. 또 그는 소변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현명한 짠돌이 정책’으로 재정 회복을 이루며 선정을 베풀었다. 그러나 그의 둘째 아들도미티아누스 황제는 무차별 학살과 기행을 일삼으며 재위 기간을 악정으로 채웠다. 다행히도 이후 로마는 도미티아누스의 악정이 아닌 베스파시아누스의 선정이 네르바로 시작되는 5현제 시대로 이어져 최고의 번영을 구가한다.

8. 5현제(Five Good Emperors) ─ 로마 제국의 5현제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했던 현군들의 시대’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플라톤의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황제로 꼽히는 아우렐리우스에 의해 현군들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고 극심한 혼란의 시기와 군인황제 시대를 거쳐 멸망의 길로 달려간 것은 또 무슨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9. 혼돈(Chaos) ─ 5현제의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그의 아들 콤모두스는 제국을 안팎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추락시킨다. 그리고 급기야 제위를 경매에 부쳐 돈으로 사고파는 목불인견의 상황까지 맞이하는 로마. 그 끝에서 또 다른 최악의 황제 엘라가발루스까지 등장해 제국을 수습 불가능한 혼란의 절정으로 몰고 가는데…….

10. 군인황제(Military Emperors) ─ 로마 역사상 최악의 황제 중 한 명인 막시미누스 트락스가 열어젖힌 군인황제 시대는 제국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가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대에 이르러 마침표를 찍는다.

11. 유일신교(Monotheism) ─ 3~4세기 혼란기인 군인황제 시대 때 급성장한 유일신교 기독교는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등의 시대에 탄압받다가 콘스탄티누스 이후 대다수 황제에 의해 비호받으며 제국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12. 멸망(Fall) ─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나온 주장을 모두 합하면 210가지나 된다고 한다. 이것을 한 가지로 압축해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관용을 잃어버린 로마, 자기 심장에 비수를 꽂다!’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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