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공동 창시자 월리스, 마음도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다윈의 견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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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공동 창시자 월리스, 마음도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다윈의 견해 반박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2.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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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선택 이론에 기여 |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지음 | 신현철 옮김 | 아카넷 | 512쪽

 

이 책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가 1855년부터 1870년까지 발표한 아홉 편의 논문과 처음 발표한 한 편의 논문을 묶어낸 것이다. 월리스는 자연선택 이론을 발견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고, 자연선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물들의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자연선택 이론을 반박하는 글에 재반박하며,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의식만은 자연선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내용까지 이 책에 담아냈다.

월리스는 이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서문에서 일반인들에게 자신도 다윈 못지않게 자연선택 이론을 생각했음을 널리 알리고, 자연선택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다윈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른 점을, 특히 인간의 의식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다른 점을 알리고자 했다고 적고 있다.

월리스가 주장한 자연선택 이론은 남아메리카와 말레이제도에서 살아가는 야생 생물을 관찰하고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정립한 것이다. 말레이제도의 동물 분포를 근거로 그가 주장한 생물의 분포 양상을 오늘날 ‘월리스 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연구 업적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책은 다윈의 그늘에 가린, 자연선택 이론에 관한 월리스 연구의 ‘기여’를 살피는 실마리이다.

월리스는 한 종에서 다른 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 것을 진화의 기본 원리로 설명한다. 월리스는 지리학과 지질학에서 발견된 아홉 가지 사실로부터 “종 하나하나는 같은 시공간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가까운 동류종과 함께 출현했다”는 사실을 추론했다. 모든 생물을 신이 창조했다고 믿던 시절에, 기존에 존재하던 생물에서 새로운 생물이 출현했다고 주장하는 일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유용한 변이를 지닌 개체는 살아남고 유용하지 않거나 해로운 변이를 지닌 개체들은 사라질 것이며, 우월한 변종이 원래 있던 종을 궁극적으로 완전히 밀어내고 이 변종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리고 월리스는 후일 자서전에서 이러한 결과를 최적자생존이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책머리에 놓인 이 두 편의 논문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되기 전에 발표되었다.

9장에서 월리스는 인간의 의식은 자연선택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월리스는 인간과 동물에 자연선택이 영향을 주었으나, 인간이 지닌 다른 인간에 대한 동정심과 같은 마음은 자연선택으로 형성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음은 최적자생존, 즉 자연선택으로 설명할 수 없고 내재력 또는 더 높은 존재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마음도 자연선택으로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다윈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또 월리스는 인간의 손과 발, 털이 없는 피부 등은 자연선택 이론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다음과 같은 그의 설명에서 자연선택 이론으로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일이 적절치 않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지능적 힘이 인간의 발달을 인도했거나 결정했다는 것이 입증되고 나면, 이 힘의 조짐을 볼 수 있는데, 이 힘은 실제로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논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던 다윈은 월리스의 이 논문을 읽고서 인류의 기원과 성선택에 관한 『인류의 친연관계와 성선택』을 집필, 1871년에 발간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월리스는 찰스 다윈과 같은 시기에 자연선택 이론에 근거한 진화를 주장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인류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다윈의 『종의 기원』은 ‘자연선택 이론’ 확립에 크게 기여한 여러 학자들의 이론 위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지질학 원리』로 유명한 찰스 라이엘, ‘환경에 적응한 사람(적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 인구론의 토머스 맬서스, 그리고 바로 월리스이다.

월리스가 말레이제도 등지에서 연구한 결과를 평소 존경하던 다윈에게 보내고, 다윈이 월리스가 발견한 ‘진화’가 자신과 동일한 자연선택 이론에 근거하기에 크게 당황하여 연구 발표를 서둘렀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바다. 이 책은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이론을 정립하였으나 다윈의 그늘에 가려진 이 진화론의 공동 창시자 월리스가 나아간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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