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약 341만개 일자리 AI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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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약 341만개 일자리 AI가 대체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1.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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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회계사·공학자 등 고소득·고학력일수록 위험
- 성직자·예술인 등 대면 직종은 낮아
- “팀워크·의사소통 능력 중요해질 것”

 

향후 20년간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12%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반의 및 전문의, 회계사, 자산운용가 등 고학력·고소득 직종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향후 ‘소프트스킬’ 즉 의사소통이나 팀워크 능력 등 사회적 기술을 가진 인력의 임금이 상승하고, 관련 교육의 중요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AI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제하의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AI기술 고도화로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의 노동시장 내 불안정성이 커졌다.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등 기존 기술이 단순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 것과 상반된다. 세탁기의 발명이 ‘빨래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던 시대는 저물고, AI가 일반 의사의 업무량을 급감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 보고서는 ‘AI가 생산성 증가를 가져오지만 ‘고용 없는 미래’에 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다‘며 어떤 일자리가 먼저 AI에게 대체될지와 AI가 노동시장과 임금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먼저 특허 정보를 활용하여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했다. 직업별 AI 노출 지수는 현재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task)가 해당 직업(occupation)의 업무와 얼마나 겹치는지 나타낸다.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약 341만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일자리의 12%에 달한다. 보고서는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을 식별하고, 동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를 더해 대체 가능성이 큰 일자리 수를 추정했다. 임계점을 상위 25%로 확대할 경우, 해당 일자리는 약 398만개(전체 일자리의 14%)로 늘어난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연구진은 산업용 로봇이 단순노동을 대체해 저학력 및 중간 소득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AI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반복적, 인지적 및 분석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고학력·고소득 일자리까지 대체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직업 세분류로 살펴보면 △공학 관련 기술자 및 연구원(상위 1% 이내) △일반 의사(상위 1% 이내) △전문 의사(상위 7%) △건축가(13%)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보고서는 “예를 들어 화학공학 기술자는 생산 공정을 설계 및 운영하는데, AI 알고리즘이 기술자를 대체해 공정 최적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자(86%) △개인 생활 서비스 종사원(87%) △성직자(98%) △대학교수(98%) △가수 및 성악가(99%) 등은 지수가 낮았다. 업무 수행에 있어 대면 접촉, 사회적 관계 형성이 필요한 직업의 대체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 산업별로 보면,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노출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정보통신업의 무선 네트워크, 제조업의 장비·모니터링 솔루션 등에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직업과 마찬가지로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대면 서비스업의 AI 노출 지수는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AI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며 기업의 AI 활용도 여전히 초기 단계”이므로 “현시점에서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를 붙였다. AI 기술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개별 산업에 어떻게 정착할지에 관한 불확실하다는 설명이다. AI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도입될지도 미지수다.

보고서는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도입이 지난 20여년 간(2000~2021년) 고용과 임금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해 AI 기술의 영향을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은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percentile)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이 12%p 줄고, 임금 상승률은 5%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는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 높을 경우 고용 비중은 7%p 감소하고 임금 상승률은 2%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영향력이 AI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소프트웨어와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AI 노출 지수가 10퍼센타일 높을 경우,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p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이 2%p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퍼센타일은 측정 단위가 다른 것을 상호 비교하는 지표다.

 

□ 한은은 AI 도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직업군도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또 AI가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노동수요를 높일 수 있고 임금상승율 역시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체효과가 집중되는 특정 그룹에 대해선 교육과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오삼일 팀장은 “STEM(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matics)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나 동시에 소프트 스킬(soft skill)에 대한 수요가 큰 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할 수 없는 일 즉,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소프트 스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소프트 스킬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임금 상승에 있어 더 많은 혜택을 봤다는 연구도 나왔다”며 “여러 이론은 있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AI와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스냅샷을 보여주기 위해 BOK이슈노트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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