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대학 1차 선정 결과를 바라보는 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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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대학 1차 선정 결과를 바라보는 한 시각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11.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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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교육부는 지난 13일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전국 대학 1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6월 전국 15개 지역 대학을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한 이후, 최종 평가를 통해 선정한 결과이다.

예비지정됐던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한동대, 전남대 등 5곳은 탈락했는데, 전남대를 제외하곤 모두 사립대다. 결과를 두고 보면 글로컬 대학에 지원한 94곳 중 국공립대는 21곳 중 7곳(33.3%)이 선정됐고, 사립대는 73곳 중 3곳(4.1%)이 선정됐다. 최종 선정 비율만 봐도 국립대가 월등히 높다. 국립대도 7곳 중 통합안을 제시안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 4곳이 최종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선정의 기준이 통합에 무게가 실려 있음이 드러났다. 예비선정 대학 중 통합안을 제시한 모든 대학들이 결국 다 선정되었다는 결과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김우승 글로컬 대학위 부위원장은 “지역 안배, 통폐합 추진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추진계획의 적절성, 성과관리의 적절성, 지자체 지원 및 투자계획만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해 본지정 평가위원회는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 관련 전문가들로 독립적으로 구성‧운영됐다며 본지정 평가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비공개 합숙평가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발표 후 일문일답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국립대들이 많이 선정된 게 사실이다. 심사위원들이 통합이 어려운 과제라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 교육부가 수십 년 동안 구조개혁과 구조조정 정책을 펴왔는데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시너지가 났던 사례는 별로 없었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혁신 방향을 제시할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엇박자의 입장 표명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 대학들이 이번 글로컬 대학 선정 결과를 보고, 통합만이 글로컬 사업에 진입하는 길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앞으로 진행될 이 사업의 방향성이 새롭게 점검되지 않으면 지역대학의 소멸로 인한 지역소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국공립대학이라고 통합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법인체가 각각인 사립대학에 비하면 나은 점이 있다.

현재의 제도 속에서 한국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이 지역에서 통합을 현실화한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도 갈수록 심화되는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지역대학이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길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사립대학들이 좀 더 쉽게 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기존의 고착화된 제도적인 틀을 그냥 그대로 두고 사립대학의 통합을 통한 지역대학의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아가 국사립대학의 통합의 길도 쉽게 열어주는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사립대 간의 불균형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보다는 상대적으로 여러 영역에서 우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동일한 선에서 평가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립대와 국공립대학으로 이원화해서 글로컬 대학을 선정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 있는 현재의 국공립대학만 살아남는다고 지역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이런 현실은 정말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심각하게 질문해보아야 할 사항이다. 한국대학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사립대학을 준국공립대학 수준으로 대학의 체제와 지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하나의 쟁점은 이번에 탈락한 5개 대학을 내년의 글로컬 대학 선정에서 예비선정 대학에 포함시킨다는 조심스런 제안이 제기되었다. 이 발상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발상은 새롭게 글로컬 대학을 준비하는 다른 지역대학에게는 불공정성의 시비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1차 선정이 끝난 마당에 2차 선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는 참여 가능한 모든 대학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1차 선정에서 예비선정까지 된 대학들은 나름의 역량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기에 이를 바탕으로 더 보완된 혁신안을 마련하여 공명정대하게 다른 대학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온당하다. 1차에서 예비선정에 들지 못한 대학이라고 예비선정된 대학과 출발점에서부터 차등을 받는다는 것은 객관적인 심사과정으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의 고려사항은 이번에 선정된 대학 가운데서는 지역 산업과 연계해서 대학 혁신을 제시한 곳들이 많다는 점이다.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허브대학이 되겠다는 혁신기획서를 제출했고, 순천대는 지역 3대 특화 분야인 스마트팜과 애니메이션, 우주항공·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한림대는 의료·바이오와 인문·사회,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전북대는 지역별 캠퍼스와 산업체 간 벽을 허물고 온·오프라인 캠퍼스에서 다양한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것으로, 울산대는 울산의 주력 산업단지에 멀티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포항공대 연구·개발 역량을 토대로 지역 기업 지원체계를 구축하기로 계획서를 제출해 선정되었다.

문제는 2차 선정 때는 많은 대학들이 이런 1차 선정 대학들의 모델을 그대로 닮아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한반도가 하루 생활권에 들 정도로 공간적 거리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각 지역생활권에 밀착된 지역의 정체성과 다양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지역 대학들은 그 지역의 역사성과 특성에 기초해서 그 지역을 이끌고 갈 지역대학의 다양한 미래상을 기획하며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지역을 살려낼 미래 대학의 모습은 독창성과 특성화로 구조화된 강소대학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글로컬 대학 사업이 5년간 1000억이라는 재정적 지원에만 너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 속에서 대학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학 체질을 바꾸고, 지역대학들이 지역을 새롭게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이 시대에 대학이 존재하는 근원적인 이유와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재정지원에만 좌지우지되는 대학이라고 하면, 대학이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시점이다. 왜냐하면 교육부가 내세우는 글로컬 대학이 지향하는 거창한 구호처럼 5년간 1000억만 지원되면, 그 대학은 세계적인 유수한 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쉽게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지역대학들의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업 기간이 5년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 입학한 학생들이 한 번 졸업하는 시간이다. 일종의 일회용 실험 기간이 될 수밖에 없는 단기간이다. 준비 기간과 시행착오의 시간을 감안하면, 5년은 실질적인 결과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기간이다. 교육부는 혁신성과가 미흡한 대학들은 사업비를 환수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대학들이 추진해온 공모사업들을 되돌아보면, 실질적으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학들은 형식에 맞추어 중간보고서나 결과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는 데는 이력이 나 있기 때문이다. 돈에 짓눌려 비판적 지성이 사라진 한국 대학, 비판적 지성이 되살아나지 않는 한 글로컬 대학 사업 역시 국민의 혈세만 허비하는 결과를 한국 대학교육사에 다시 남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더 절실해지는 시간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및 고신대 석좌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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