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학 아닌 지역에 배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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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학 아닌 지역에 배분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1.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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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보건복지위·입법조사처 '의사인력 증원' 토론회 개최
- "의대 증원, 미니의대 공평 배분·우선순위·지역별 안배 고려해야"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와 정치계, 학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리면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 있어 대학이 아니라 의료취약지인 지역을 중심으로 정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필수·지역의료 붕괴 우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그 해결을 위해 의사인력 증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와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공동주최로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주경 입법조사관이 발표자로,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와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송양수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

▶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데 대해 △정원 50명 이하 '미니의대'에 공평한 분배 △지역별 의대정원을 고려해 해당 지역 미니의대에 증원 우선순위 마련 △지역별 의대정원 안배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토론회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주경 조사관은 "현재 의사 인력은 양적 부족과 지역 간 불균형 분포 등 두 가지 주요 문제를 겪고 있다"며 "암 환자의 30%, 소아암 환자의 70% 가량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언론 보도로 잘 알려져 있고, 지방의 경우 인력난과 환자 감소로 의료기관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등 인력과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률이 25% 수준에 불과하는 등 필수의료 붕괴가 예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조사관은 또 "국회예산정책처도 당장 내년부터 의대정원을 1500명 더 늘려 연 4558명씩 뽑아도 2035년 국내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분의 2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진(권정현 연구위원) 역시 2050년 2만2000명 이상의 의사 부족을 예측했다. 진료과별로 2048년 고령 환자 수요가 많은 외과 6962명, 신경외과 1725명 부족이 추산된다. 이 기간 신경과도 1269명, 흉부외과도 1077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진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신입생 정원을 매년 전년보다 5%씩 증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는 게 김 조사관 설명이다. 정부도 의대 증원 방침을 공식화하고 최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 확대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정부는 현재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과소 의대)를 향후 증원 대상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에 17개 대학이 미니 의대로 분류된다. 미니 의대에 국립대도 3개 대학이나 있다.

김주경 조사관은 “배분은 △17개 과소 의대에 정원 공평 문제 △지역별 의대 정원을 고려해 과소 의대에 우선 부여 △지역별 불균형 문제를 고려해 지역 의사 양성 등을 위한 증원 취지에 부합하도록 지역별 안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도 이 3가지 방안을 검토하며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의사인력 부족 해소 방안으로 △의과대학 신설 △지역의사제 △공공보건의료인력 별도 양성 등도 제시했다.

김 조사관은 의사 인력 부족이 현격한 특정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의 경우 어느 지역에 설치할지 등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의료인 형사처벌특례 범위 확대, 필수의료 분야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지원 등 필수의료 종사자의 민·형사상 부담을 완화하자는 안과 대학병원·종합병원의 응급·심장·소아 등 필수의료 부문 전문센터 지정 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도록 하고 수가를 인상해 배치 효율화를 병행하자는 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김 조사관은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지역의사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역의사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통해 입학한 의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일정기간(10년) 특정 지역 또는 기관에서 의무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의료인 면허를 발급하게 하는 제도로 의무복부 기간 등을 위반 처분, 정원의 비율 문제, 해당 지역 내 개원 허용 여부,  한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포함 여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지역의료 붕괴 우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국회입법조사처와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공동주최로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 패널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의대에 정원만 늘려주면 최근 빚어진 대형병원 환자 쏠림이나 지역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지방소멸 대응 '필수·지역의료 살리기'로 확장돼 필수의료 보장과 지역의료 전달체계 개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방법론에선 시각차가 있었다. 현재 정부는 국립의대와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과소 의대)를 향후 증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단순 미니의대 증원은 쏠림현상이 심화할 수 있는 우려가 나왔다. 

▶ 패널 토론자인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먼저 '진료권'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의사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설명했다. 

진료권은 환자가 이용하는 의료에 따라 전국의 의료생활권을 구분하는 개념이다. 상급종합병원 이용 생활권은 대진료권, 병상이용 생활권은 중진료권, 1차의료 이용 생활권은 소진료권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분류한 결과 진료권별로 인구 1만명당 의사 수 편차가 매우 크고 평균 수준을 맞추려면 의사가 2천500∼4500명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 말하지만, 전국을 약 1천500개의 소진료권으로 나눠서 동네 의원에 대한 접근성을 따져보면 인구 1만 명당 의원이 0.2∼2개 이하인 지역이 전체의 20%에 달한다"며 "의사 수가 평균 이하인 소진료권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개원 의사를 약 5천명 확충해야 한다"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2차 병원 의사 2천500∼4천500명, 개원의 5천명, 응급의학과 의사 400명, 배후 진료과 의사 800명 등 1만 명 안팎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학의 요구 등에 따라 무작정 의대에 정원을 배정하면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를 보는 비율은 전체의 4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차 혹은 2차 병원에서 진료받아도 되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경우가 전체의 60%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50명 이하인 이른바 '미니 의대'들이 정원을 2∼3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무 조건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면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2차 병원이 붕괴될 것"이라며 "미니의대가 허가지는 지방이지만 수도권에 2배 가까이 더 많은 병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적절한 의대 증원의 방식은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의사 수 격차를 근거로 대학별이 아닌 지역별로 의대 정원을 배분해야 한다"며 "시도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배정해야 하고 의료취약지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입시 때 지역 출신 선발 비율을 80%로 높이고 지역에서 복무하는 '지역의사제'를 고려해 볼 만하다"며 "지역 대형병원 중심의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해 의료적 부분은 대학에, 재정과 행정 운영은 지방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건강증진기금 중 약 1조 원을 지방정부 필수의료 재정으로 지원하는 안도 제시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16일 국회에서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교육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새 공공의대를 설립해 새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확산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존 의과대학에 교육정원을 늘리더라도 새 일차의료와 필수의료 등 지역친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에 세워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평가한 후 정원 증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교육 결과 평가 후 정원 감원도 법률 개정 시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나 교수는 "의사 양성과 배치에 관한 상당한 권한을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시도별로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의대 지정과 운영 권한을 주고 지역 친화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게 하는 등 의대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에는 중앙정부가 공공의료를 위한 포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방교부세에 공공병원 병상수를 넣거나 공공의사 숫자와 복무기간을 합산한 지표를 개발해 넣는 등의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송양수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의대 증원이 만능 해결책이거나 정부가 추구하는 목적은 아니고, 현재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선 다양한 과제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 과제 중 하나가 의사 수 확대이고 거기에 따른 게 의대 정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기본적으로는 필수 의료와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의대 증원도 반드시 함께 가야 되는 정책이라고 본다”면서 “의사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필수 의료분야를 기피하게 만드는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역시 의대 증원은 10년 뒤 국내 의료 환경을 전망한 채 따져볼 문제라며, 별도의 장기적 모니터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 의료 이용 체계 정비, 보상 강화 개편, 변화되는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의대 증원만으로 지금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 외국 의료체계와 달리 국내 의료체계는 제도적으론 공공의 형태를 띠지만 시장 논리에 지배되는 측면 있어 국가의 적절한 개입도 요구될 때라고 설명했다.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목표로 수요조사를 한 바 있다"며 "검토 결과와 함께 지역 간 의료격차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하고 의료계와 협의 거치고 환자단체 등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증원 규모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 의사 인력이 필수·지역의료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환자 구제 방안, 공정한 수가, 근무환경 개선을 주 내용으로 하는 정책 패키지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며 "다양한 내용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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