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이 마주한 시대적 과제, 디지털 전환과 미중 패권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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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이 마주한 시대적 과제, 디지털 전환과 미중 패권경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1.1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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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의 디지털 전환: 새로운 지평의 미래지향적 성찰 | 김상배 엮음 | 김상배·유인태·임은정·조한승 외 6명 지음 | 한울아카데미 | 328쪽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미관계의 현황을 분석하고 전망하기 위해서 기획된 책이다. 최근 한미관계는 정치·군사적 의미의 동맹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그리고 일방적인 의존이 아닌 서로 협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제약, 우주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을 거론할 정도로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은 한미동맹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전환기임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에 이 책은 기술·산업, 경제·규범, 안보·군사라는 주요 분야에서 한미의 협력 가능성, 도전 과제, 한국의 전략 등을 논하여 한미동맹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한미동맹은 ‘디지털 전환’과 ‘미중 패권경쟁’으로 대변되는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여 미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한국이 쌓아온 기술경쟁력에 대한 분석과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추구할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한 판단이 담겨야 한다. 이 책에서 다룬 한미관계의 여러 분야의 사례들은 모두 이러한 고민과 결단의 문제들을 응축적으로 품고 있는 주제들이다.

차세대 통신, 반도체,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 분야의 한미협력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밀접히 연계되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첨단 과학기술의 유출을 억제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과 법안들을 내놓고 있고, 이는 중국과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한국에게는 해외 시장 수출뿐 아니라 첨단기술산업에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 책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반도체 분야를 보면,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꾀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한국과의 협력은 미국에게도 중요하며, 한국 또한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즉, 공동의 이해와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한미 공동의 이익을 찾으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과 비교해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분야에서 한미협력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기술격차를 줄이고 한국의 산업을 글로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나아가 한미협력은 양국뿐 아니라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다수의 나라에게도 공통의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하며, 동맹으로서의 협력이 글로벌 거버넌스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책은 한미가 주요 분야에서 교류해 온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갈등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긍정적인 가능성도 제시한다. 한미가 여전히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경제 분야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가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인 해외 콘텐츠 공급자들이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한국의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것도 쟁점이다. 이는 한미 규제당국 간 정책 조율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디어·문화콘텐츠 교류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책은 한류의 원동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한국 웹툰의 트랜스미디어적인 속성에 주목했다. 웹툰은 세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새로운 이야깃주머니의 원천이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소비자들이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한미의 문화 교류는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규범을 전면에 내세우며 권위주의 중국에 대항하는 국제질서 조성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권위주의의 도전을 막을 명백한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부재한 실정인데, 이를 위해 이 책은 관련 범죄에 대한 제도화, 활발한 감시, 민주주의 국가 간에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이를 감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역량이 있는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이버와 우주, 인지영역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의 위협은 한미동맹에도 커다란 쟁점이다. 사이버 안보 측면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로 미중 전략경쟁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립으로 격화되면서 사이버 안보 관련 한국의 입장은 미국의 구상을 확고히 지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오고 있다. 특히, 선제적 사이버 억지 역량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와 확장억제를 위한 사이버 역량 강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이해관계는 점진적으로 수렴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주 분야는 우주 선진국의 기술 협력이 필요한 만큼, 미국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증진하는 사례처럼 전략적 차원에서 한미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장에서는 한미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분야에 협력의 우선순위가 있는가, 어떤 협력이 기회를 제공하고 어떤 협력이 장애로 작용하는가, 동맹 간 서로 다른 법률, 지침, 보안 규정, 절차 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했다. 특히, 군사기술 협력의 측면에서 한미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군사기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선언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안보환경과 기술지형의 변화를 반영하는 데 미흡하고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등 심층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소해야 할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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