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만 요란한 '국가난제' 해결 ... 국가적 임무프로그램 왜 안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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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만 요란한 '국가난제' 해결 ... 국가적 임무프로그램 왜 안보이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1.12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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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 30조 R&D에 쓰는 나라 맞나"…국가난제 해결 `임무 프로그램` 일회성 그쳐
- 국가난제 해결에 민관의 힘 모으려면 임무중심 사업 역량 확보해야
- "국가난제 기반 임무프로그램 기획·수행체계 혁신 시급"

 

미국과 일본에는 미래 혁신적 프로젝트 문샷(Moonshot)과 같은 국가대표프로그램이 있는 반면, 2023년 한해 정부 예산 640조원, 연구개발비 30조원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는 대표프로그램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후위기와 고령화 등 다양한 국가난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기 위해선 주요 국가처럼 국가 난제 기반 임무 프로그램 기획과 민관 협력의 임무 중심 사업 역량 확보 등 수행체계 혁신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이하 과기정책연)은 7일 「STEPI 인사이트(Insight)」 제315호를 통해 국가난제 해결을 위해 주요국에서 최근 10여 년간 추진해 온 대표적 임무정책 사업수단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임무정책기획을 위한 시사점을 제안했다. 그동안 국내 연구기관이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여러 과제를 수행했지만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보고서 주저자인 홍성주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우리나라에는 그간 국가적 난제를 해결한다는 정책홍보가 많았는데 실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한 사업이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선진국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수십 년의 기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기획과 사업이행의 품질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주요국 임무프로그램 분석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임무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혁신연구계는 전통적 기술공급 중심의 연구개발정책으로부터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임무지향혁신정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요국은 국가난제 해결 수단으로 ‘국가적 임무프로그램’ 기획과 실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은 고령화·기후변화·보건·식량 안보·에너지 안보·환경적 지송가능성 등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과제를 다루는 통합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게 일본의 '문샷', 네덜란드의 '탑 섹터', 스웨덴의 'SIP' 등이다.

보고서는 11개국 17개 임무프로그램 분석을 통해 각국의 임무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형태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공통점은 각국이 당면한 국가난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운영 경험과 역량을 축적해 왔다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주요국가들이 시범사업 후 프로그램 평가와 체계혁신을 거쳐 대형 브랜드화를 만드는 성장과정을 거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형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조사나 적정성 재검토를 통해 사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중단 땐 지식과 노하우가 증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대표적 임무는 한 번에 완벽한 브랜드로 기획되지 않으며 초기 5년 내외 시범사업을 거쳐 추진 정당성에 대한 재확인 과정을 거쳐 사업 확장 여부를 판가름한다. 우리나라는 굵직한 사업이 일회적으로 완결되고 재추진되더라도 프로그램 개선이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지속됐다. '축적의 힘'을 통한 국가 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국내의 국가난제 해결 방식이 '선 홍보, 후 실행'이라는 절차적 관행으로 이뤄진 데 대한 성찰도 요구했다. 정책 브랜드화는 홍보의 힘이 아닌 축적의 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책 조정과 협업 촉진을 위한 임무체계 혁신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해외 국가들이 임무 수행자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정책공급자 중심 수단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무 프로그램의 분업체계서 가장 중요한 활동으로 연구개발(R&D)을 꼽으며 R&D 전문성이 높은 집행조직이 자원 배분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국내선 과학기술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기능 부여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국가난제해결 임무를 중심으로 민간과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식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국의 임무프로그램이 문제-기술-산업-수요의 밸류체인 통합형 임무설계와 그에 따른 참여-분업형 운영을 중시해 온 점과 달리, 한국에서 민간과 전문가 참여는 대체로 정책결정에서 민간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향후 임무정책과 프로그램 운영시 ▲민간과 전문가의 참여는 명확한 임무와 역할 설정에 기반해야 하고, 또한 위원회의 권한이 단순 거수기가 아닌 ▲투자우선순위 선정 ▲전략과 정책 제언 및 의사결정 주도권까지 확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주 본부장은 “국가대표 선수 육성에 오랜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듯, 국가대표 임무프로그램도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현재의 ‘투입대비 산출’ 중심의 정책홍보관리보다, ‘과정과 경험지식’ 중심의 정책품질관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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