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없이 정확한 정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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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없이 정확한 정보도 없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1.07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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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적 사고의 힘 | 앨버트 러더퍼드·김재현 지음 | 박경은·김형표 옮김 |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220쪽

 

어떤 주어진 정보도, 사전 지식도 없이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는 게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곡된 차트와 도표로 조작된 뉴스를 듣고 주식을 사거나 투자를 해도 괜찮은 사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품의 효과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후기를 보고 쇼핑을 하는 건 어떤가? 절대로 이렇게 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통계는 결코 어렵기만 하고 복잡하거나, 나와 멀리 떨어져 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계는 바로 무엇을 사야 하는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등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 능력이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자신의 삶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할 때도 있다. 물론 개인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기업, 법원, 정부 및 국제기구도 대규모 결정을 내린다. 기업의 결정은 우리 소비자나 근로자에게, 법원의 결정은 사법제도 전반에, 정부의 결정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결정은 보통 불완전한 정보와 불확실성 아래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 결정자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올바른 결정을 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도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도 있다. 잘못된 결정에 따른 비용은 개인적인 비극에서부터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은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 이는 누구나 자신의 결정이 불확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에 입각하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다양한 펀드들을 표본으로 추출하고, 추출된 표본들을 부동산 시장의 펀드들과 비교하고, 세계 경제의 미래 전망을 연구하고, 워런 버핏 같은 유명한 투자 전문가들로부터 배우고, 친구들과 조언자들의 말을 귀담아들은 후에 결정을 한다면, 결국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모집단으로부터 표본을 뽑고, 그 표본으로부터 정보를 확인하고 배우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통계적 사고(Statistical thinking)’이다. 당연히 자신이 뽑은 표본들이 최대한 다양하고 여러 정보를 담고 있을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누구나 통계를 이해할 수 있고, 통계적 사고의 도움을 받아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데 통계는 교묘히 조종되거나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동시에 있다. 만약 통계적 지식이 매번 정직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제시되고 활용된다면, 항상 장밋빛 결과가 얻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통계를 보고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곡되고 잘못된 숫자와 결과를 자주 보게 된다. 

현재 통계학을 널리 가르치고 직접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건전한 통계적 사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통계적 의사 결정에 기계적이고 판단력 없는 방법으로 많은 통계 결과가 잘못 해석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잘못된 형식적 접근법과 재현성 위기가 쌓여 가고 있으며, 과학 연구의 청렴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와 위기의 근본은 통계 연구자들에게 깊은 습관으로 자리한 무효의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무효의식은 현대 통계학의 선구자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현대에 와서 통계적 의사 결정의 주요 방법에 추가된 것이다. 미래 세대의 통계 연구자들이 무효의식을 배우고 동시대의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활용하는 한, 건전한 통계적 사고를 향한 과감한 변화나 개선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지금은 저술가, 대학교수, 편집자들이 다양한 행동을 취해야 할 때이다. 특히 미래의 기업 및 정부의 의사 결정자들과 학술 연구자들에게 통계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교육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무효의식을 부정하고 개척자들의 가르침, 특히 네이만과 피어슨이 제안한 의사 결정 이론적 접근법을 다시 수용하는 것이다. 현재의 통계 연구 패러다임은 현대의 빅데이터와 같은 규모를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100년 전에 구상되고 개발된 소표본 방법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은 빅데이터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통계적 의사 결정 방법으로 발전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므로 통계 연구자들은 단일 망치 접근법을 채택하기보다 통계적 사고를 촉진하는 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빅데이터 시대에 통계적 사고를 다루는 지도자들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확립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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