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언어작용, 그리고 문학…글쓰기와 문학이라는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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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언어작용, 그리고 문학…글쓰기와 문학이라는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1.07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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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낯섦: 문학에 대하여 | 미셸 푸코 지음 | 허경 옮김 | 그린비 | 296쪽

 

이 책은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윌리엄 포크너... ‘위대한 외국 문학’ 강의를 통해 1960년대 ‘문학 시기’라는, 미셸 푸코 사유의 미싱 링크를 밝히는 유일한 자료이다. 2015년 『문학의 고고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출간된 바 있는 이 자료는 푸코가 자신의 문학관에 대해 직접 언급한 1960년대의 강연록을 편집하여 출간한 것으로, 이에 대한 푸코의 저술이 전무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야말로 유일무이하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가 있다.

1960년대에 푸코는 문학, 글쓰기에 대한 여러 대담과 강연을 진행하게 되는데, 문학평론가 클로드 본푸아와 글쓰기에 대해 나눈 대담은 『상당한 위험』(Le beau danger)이라는 제명으로, 문학에 대한 여러 차례의 강연과 심포지움은 『거대한 낯섦』이라는 제명으로 묶여 같은 출판사에서 시리즈 기획으로 출간되었다. 두 권 모두 미셸 푸코 센터의 소장을 지낸 역사 필립 아르티에르가 편집 및 해설에 참여하여 푸코 사유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푸코의 유년기에는 두 개의 서재가 있었다.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서재는 의학책이 가득한 지식인의 서재였고, 그 맞은편에는 문학책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서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의 서재는 금지된 곳이었지만, 어머니의 서재는 자유롭게 뽑아 읽을 수 있는 독서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푸코는 고전 문학을 발견한다. 이후 모리스 불레즈가 맡고 있던, 고등사범학교의 자유열람식 도서관에서 푸코는 “기존 담론의 질서를 해체하고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탁월한 문체”와 “섬세한 뉘앙스”, “말놀이”를 구사하는 저술 활동을 펼치게 된다.

많은 연구자들이 푸코의 사유를 크게 지식·권력·윤리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1960년대 지식의 고고학, 1970년에서 1975년에 이르는 권력의 계보학, 1976년부터 1984년 윤리의 계보학이 그것이다.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의 방법론적 이행이 이루어지던 1960년대, 푸코는 문학과 미술에 관한 엄청난 양의 저술을 발표하지만 출판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극소수의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문학 시기’ 푸코 사유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판 편집자들의 말처럼, 푸코를 잘 읽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문학적 배경, 즉 그가 “문학과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동시에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 책은 총 3부, 6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광기의 언어작용’이라는 제명이 붙은 I부에서는 푸코 특유의 아름답고 정교한 동시에 재기 넘치는 문체로 젊은 거장의 도래를 알리고, III부 ‘사드에 대한 강의’에서는 탄탄한 논리로 사드의 문학적 의의를 다룬다. 그중에서도 II부, 즉 푸코 자신의 전복적 아방가르드 문학관을 직접 밝히는 ‘문학과 언어작용’의 두 강의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낯섦』은 이 부분을 중심으로 각 장을 서로 참조할 수 있는 거울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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