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공정이다. 다른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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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은 공정이다. 다른 말은 없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31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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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이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 벤 펜턴 지음 |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 | 392쪽

 

이 책은 공정성의 원칙은 무엇인지, 신경학과 심리학에서는 공정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류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공정’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쳐 본다.

또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스포츠, 비즈니스, 인간관계에서, 정부 그리고 정치에서, 그 외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또 문제점은 무엇인지, 왜 오늘날 모든 문제의 궁극의 질문이자 답변으로서 ‘공정성’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페어플레이’가 삶의 궁극적 해답인지를 생각해봄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게 해 준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공정한 경기를 원한다’, ‘결과와 과정 모두 공정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며, 최근에는 현실 속에서도 미디어에서도 그 사용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그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또한 ‘공정성’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 우리는 정작 공정성이 무엇인지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혹은 막연히 드는 ‘불쾌한 감정’을 불공정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공정성에 감정이 깊게 개입되어 있다면 누군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감정’을 이용해 손쉽게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정’의 문제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 제기를 통해 우리가 늘상 사용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공정의 개념에 대해, 또 우리 시대에 공정이 왜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는지를 인문, 역사,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짚어본다.

저자는 인간들이 겪고 있는 무의식적 절차가 ‘경쟁과 협력 사이의 균형’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공정’이란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 인류의 시작부터 오늘날로 이어지는 역사와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차근차근 논의를 전개해 간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경쟁’과 ‘협력’은 현생 인류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해 있으며, 따라서 역사 속에 깊이 새겨져 있고,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말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법’과 ‘민주주의’, ‘자본주의’라는 여러 가지 시스템이 있지만 그에 앞서 우리에게는 ‘공정함’이라는 공동의 합의가 있기에 지금까지 인류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정함을 일찍 채택했던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집단의 규모를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공정성의 문제들이 파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공정함은 때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만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SNS가 다양해지고 전파 속도가 빨라진 요즘, 사람들은 쉽게 선동 당할 수 있고 그만큼 쉽게 격분할 수 있다. 거기에 가장 좋은 주제로 ‘공정성’이 엮이고, 일부 불순한 의도로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소식을 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통로지만 악용하기 좋은 매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 콘텐츠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공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휘둘리지 않는다.

수 세기 동안 인류는 역사적으로 전쟁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견제와 균형’이라고 부르는 개념들을 발달시켜 왔다. 그 결과, 현대 민주주의는 선거와 국민 투표로 일종의 ‘리더’들을 뽑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리더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공동 사업체를 관리할 ‘권한’을 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리더들이 권한을 가지고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공정하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공격’하는 대상이 만약 자신의 권력에 제약을 가하는 것들이라면, 이는 불공정의 시작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강조한다. 국민 투표는 분명 장점이 있는 제도지만, 공정성에는 그다지 좋지 않다고. ‘예/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균형적이거나 공정한 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의사’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뉘앙스도 없다. 포퓰리스트들이 ‘잡담’을 퍼뜨리고 ‘갈라치기’를 하면서 국민을 은근슬쩍 조종하려고 하는 행동에도 공정함이 없다. 따라서 저자는, 당신이 처한 복잡한 상황이나 문제에 간단한 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절대 믿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공정한(fair), 공정성(fairness)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그 이유는 ‘fair’라는 단어의 동의어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성’이라는 주제에 관한 많은 책을 살펴보면, 작가들이 공정이라는 말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정의’, ‘공평’, ‘형평성’ 등이 있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서로 바꿔 쓸 수 없다. 왜냐하면, 공정은 오로지 공정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거나 대체할 수 없는 단어이자 개념이다. 물론 공정을 한 마디로 딱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정의해 보려고 노력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공통된 의견에 도달하기 위해 ‘듣고 이야기해야’ 한다. 한쪽의 주장만 내세워서 될 일이 아니다. 물리적인 힘과 권력을 휘둘러 강압적으로 상대를 누르는 일은 결국 불공정에 대한 반발로 다시 무너지게 될 뿐이다. 따라서 저자는 우리가 타고난 감각인 ‘공정성’을 이용하면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몇 차례로 그칠 일이 아니라, 무엇이 공정하고 공정하지 않은지, 더 나은 사회를 찾기 위한 균형을 어떻게 되찾아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항상 공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공정성이 어디에서 나왔고, 무엇을 의미하며, 왜 중요한지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한다. 2부에서는 스포츠, 전쟁, 소셜 미디어, 비즈니스, 세금, 정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공정성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당신이 공정하게 행동해 왔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도록 만들어 준다. 나아가,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인간관계 등 사회 전반에서 과연 공정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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