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보면 그 동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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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보면 그 동물이 보인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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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동물, 어휘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 기유미·신아사·이선희·홍유빈 지음 | 따비 | 224쪽

 

독특한 가죽 돌기를 가진 상어, 어김없이 맞닿는 한 쌍의 껍데기를 가진 조개, 투명하고 흐물거리는 해파리의 몸체 같은 특징은 그 동물들을 부르는 이름 속에, 그리고 각 문화권의 언어 생활 속에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한중일 삼국의 문자 및 문화 교류는 그 이름과 상징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이 책은 한자어의 미묘한 차이와 그 복잡성을 고려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삼국의 문화적 특성을 조명하고, 서양 어휘 문화와 비교함으로써 동서양 어휘 문화의 상호작용과 이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바다에는 인간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수많은 동물이 존재하고 있지만, 인간이 잘 알고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맺어온 동물도 많다. 인간이 그 동물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가 바로 인간이 붙인 ‘이름[物名]’에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조상들은 상어를 한자로 鯊魚(사어)로 표기했다.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訓蒙字會)』에 의하면 鯊는 沙魚를 하나로 합친 글자로 ‘상어’를 나타낸다고 했다. 상어 가죽에 모래알처럼 생긴 돌기가 붙어 있어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입이 큰 대구(大口), 몸이 뱀처럼 긴 장어(長魚)도 그 외형적 특징을 담은 물고기 이름이다. 물론 한자 이름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영어 jellyfish는 해파리의 투명하고 흐물흐물한 몸체를 잘 표현한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동물의 생태를 반영한 이름도 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는 연어를 표기할 때 年魚와 鯊魚가 혼재해 등장한다. 年魚는 봄에 바다로 나가 가을에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생태를, 鰱魚는 떼를 이루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습성(連魚를 합쳐 鰱이 되었다)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한편,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속담과 비유에도 각 동물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어장에 해파리가 들끓어 손해를 본 어부들의 경험을 반영한 한국 속담 ‘어장이 안 되려면 해파리만 끓는다.’는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들만 많이 드나들어 손해를 보는 가게의 상황을 비유하게 되었고, ‘게는 구멍을 파도 자기의 몸 크기만큼 판다[蟹は甲羅に似せて穴を掘る].’는 일본 속담은 사람은 제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일본 사회 특유의 직업적 소명의식을 보여준다. 고리대금업자를 가리키는 영어 loan shark에는 포악하며 공격적인 상어의 이미지가 들어 있으며, 중국어로 문어를 가리키는 별칭인 바좌위[八爪魚]는 여러 다리를 걸치는 바람둥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이처럼 각 문화권에는 바다동물들 자체의 특성으로 만들어진 숙어나 전설들이 다양하며, 그런 이야기는 사람들이 그 동물과 맺은 관계가 내재화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료들을 통해 거꾸로 그 말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생각과 삶 속에 들어가 그들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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