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교권 확립
상태바
대학의 공공성 강화와 교권 확립
  •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10.30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교원의 교권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업적평가 항목에 학과 또는 교원 개인별의 신입생 모집인원이 들어가고, 이에 따라 재임용 업적평가와 연봉계약에 영향을 주는 대학도 있다. 또한 대학 내 학과 구조조정, 즉 학과 폐지(다음 학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와 폐과(재적생이 없음)에 따른 신분상 불이익으로 직권면직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하여 임금을 동결·삭감하고 주당 책임 교수시간을 늘리는 등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도 한다. 폐교가 되는 경우, 직을 잃고 오랜 기간 동안 체불된 임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대학의 대다수 대학 교원들은 신입생 모집 활동에 집중하면서 교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에 힘들어지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5조(교직원의 직무)제2항은 “교원은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되,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에 따른 산학연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교원 본연의 임무 외적으로 신입생 모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대학부터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서열 체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방 사립대학에 근무하는 많은 교원들은 신입생 모집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대학 교원이 신입생 모집 활동을 하는 것이 「고등교육법」에서 규정한 교원 본연의 임무에 반하는 것이라면 대학 교원이 신입생 모집 활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각 대학이 대학 교원에게 신입생 모집 활동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 판결(2018다207854)은 대학 교원의 신입생 모집 활동을 부당하다고 보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전의 2017년 12월 20일 부산고등법원 판결(2016나57796)에서는 대학 교원의 신입생 모집 활동을 「고등교육법」 제15조제2항에서 규정한 대학 교원 본연의 임무는 물론이고 그 수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수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판결 내용을 뒤짚었다. 즉 대법원에서는 「고등교육법」 제15조제2항에서 교원 본연의 임무를 밝히고 있지만, 이 조항이 대학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활동 등 대학의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신입생 모집 활동이 교원 본연의 임무는 아니지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다. 특히 등록금이나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의 경우,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규모 유지가 대학의 유지·존립과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 등에 따른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렇듯 대법원 판결은 교원의 부수적인 업무로 신입생 모집 활동을 포함하였는데, 한편으로는 교원 본연의 임무를 방해하는 과도한 신입생 모집 활동에 대해 판단하는 내용도 담았다. 즉 해당 사건 대학의 교원 업적평가 항목에서 신입생 모집 실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교원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방해를 줄 정도였는지를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은 대학 교원이 교원 본연의 임무를 더욱 충실하게 하여 교권을 확립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다. 대학 교원과 학교법인 간의 소송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정책기조, 등록금과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의 상황을 전제로 하여 개별 대학의 사적 자치 범주 내에서 판단하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원지위법」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제1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개별 대학의 사적 자치를 넘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규정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였다.(관련 내용은 2023.5.1.자 전국교수노조 교수논평, ‘대학 교원 신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성’ 참고)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개별 대학의 사적 자치 범주를 넘어 학령인구의 감소 상황을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면서 교육·연구 여건의 질을 높여 교권을 확립하고, 대학서열을 해소하면서 고등교육생태계 전반을 건실화시키고, 지방대학을 육성시키는 기회로 삼는 정책이 필요하다. 바로 대학의 공공성 강화이다.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OECD와 비교한 우리나라 교원확보율로 보면 학생충원율은 높다. OECD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일반대학의 경우 15명, 전문대학의 경우 16명(2018년 기준)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4명, 33명(2020년 기준)이다. OECD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일반대학은 학생충원율을 62.5%로, 전문대학은 48.5%로 낮추든지 더 많은 전임교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미달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하면서 교원확보율을 높이고 교육·연구 여건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재정지원을 늘리고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 0.7퍼센트(2020년 기준) 정도에 불과한 정부 재정지원을 적어도 OECD 평균 1.0퍼센트 정도가 되도록 안정적인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교원의 신분 안정과 교권 확립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교원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명예교수

(전) 교수노조 위원장
(전) 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