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노동정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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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노동정책은 있는가?
  • 김철홍 인천대 교수
  • 승인 2023.10.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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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어느덧 출범 1년 반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는 정치, 경제, 외교 모든 면에서 낙제점을 넘어 평가할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중에서도 노동 관련 정책은 최악을 넘어 노동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는 물론 탄압과 파괴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시절 주 120시간 노동이라는 엽기적 발언으로 시작한 윤정권의 노동정책은 대통령이 되면서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만 공정과 정의를 앞세우며 ‘건폭’몰이로 건설노동자를 사망케 하고 노동조합을 기득권 카르텔로 취급하는 것을 넘어 종북, 이념집단으로 매도하며 거의 국가적 주적 취급을 하며 60~70년대 공안정국으로 되돌아가는 퇴행적 반동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노동자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한다며 내세운 노동시간 개선법안의 실체는 주 69시간까지 장시간 집중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조장법, 연장수당 못 받는 임금삭감법, 일자리를 줄이는 고용감소법, 휴가는 없는 노동시간연장법,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선택권 확대법이었다.

69시간 정책 발표 후 외국언론에서도 69시간 노동에 따른 한국사회의 독특한 단어인 ‘과로사(kwarosa)’라는 단어를 인용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사가 되었다. 소위 K-컬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발표한 새로운 영어 단어 1650개 중에서 ‘불고기, 치맥, 한류, 누나, 오빠,..’ 등 한국어 기원 단어가 26개나 발표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윤 정권의 노동개악과 탄압에 따라 ‘과로사(kwarosa)’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재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지난주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50인(억)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실상 적용유예 연장을 용인하는 답변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관의 답변과는 정반대로 고용노동부의 발표에서도 중대재해의 80%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12,04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고, 업무상 사고 사망은 7,138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법 적용 연기는 단순한 적용시기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중대재해는 시간 끌기와 불기소 남발로, 중소기업 중대재해는 적용연기로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하고 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속내를 서슴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 시민의 죽음과 희생으로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몰론 아예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5인 미만 사업장에 이르기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은 원래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모델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발의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이름은 그 처벌대상인 기업은 어느 순간 없어지고 실재하지 않는 중대재해라는 결과적 명사가 처벌대상이 되는 해괴한 형용모순적 문제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원래 이름을 되찾아 그 취지를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되고 기업과 사회의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만을 위한 공정과 정의가 아닌 이 땅의 주인들을 위한 공정과 정의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천박하기 그지없는 노동에 관한 철학과 정책을 바꿔내야 한다. 건강한 노동자가 이 세상의 주인이고, 언제나 그렇듯 이윤보다 생명이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

• (현) 인천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현) 교수노조 단협특위 위원장
• (전)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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