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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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을 자유?
  •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한국자유주의학회 회장
  • 승인 2023.10.2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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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칼럼]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사람들에게는 잔인하게 보인다. 개인의 경제적 성공은 스스로 생산한 것이든 타인의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이든, 타인들에게 가치 있는 재화나 노동, 기술의 소유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 성공은 물론 행운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갑자기 찾아온 불경기로 실업자가 되거나 자신의 노동을 사용할 사람을 찾지 못하거나 또는 저축한 돈도 없다. 그렇다면 ‘송파 세 모녀 사건’¹⁾에서처럼 먹을 것이 없거나 장래가 참담하면 굶어 죽거나 자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 사건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1)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은 2014년 2월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세 모녀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 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그래서 좌파는 강제가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의미의 자유를 굶어 죽을 자유라고 비아냥거린다. 반(反)자유주의 정서가 형성된 것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이 굶어 죽을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주 ‘자연스런’ 사실일 뿐, 자유시장을 비판할 근거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굶어 죽는 사람을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주의는 빈곤 문제에 둔감하다든가 빈곤자의 어려운 처지에 대해 냉담하지 않다.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처지를 보면 제일 먼저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자유주의자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빈곤 문제를 진실의 가면을 쓰고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좌익과는 다르다. 지지를 얻기 위해서 빈곤 문제를 퍼주기로 해결하거나, 또는 먹고 살만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부러 가난하게 만들어 국가에 의존하게 하는 좌익의 잔인한 정책과 전혀 다른 것이 자유주의자의 빈곤 정책이다. 

빈곤을 없애기 위한 제일의 정책은 규제를 없애고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는 것, 즉 빈곤 문제의 해결은 정부가 아닌 시장에 의존하는 것이다. 시장은 사람들에게 일할, 그리고 소득을 증대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 자유’를 최소로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던 예를 들면 보릿고개, 대량실업을 없앤 것이 자본주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빈곤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의학이 제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서 국가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송파의 세 모녀’처럼 일할 능력과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최소의 생존을 보호하는 일이다. 국가의 이런 과제는 자유 사회에서 더 잘 실행할 수 있다. 자유 시장은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에 최소의 생존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떤 어려움도 없다.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한국자유주의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문리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과 제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한국자유주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하이에크, 자유의 길』, 『국가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국가철학』, 『자유주의의 도덕관과 법사상』,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법과 질서』, 『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 연구』, 『경제사상사 여행』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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