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사회를 돌이켜[反] 성찰하는[省] 계기를 제공하는 거울, 고전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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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사회를 돌이켜[反] 성찰하는[省] 계기를 제공하는 거울, 고전 『논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1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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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 | 구태환 지음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192쪽

 

2500년 유가 사상의 시초이자 완성인 『논어』를 새로 해석하고 음미해 보는 책이다. 저자는 유가 사상의 핵심을 ‘도덕성’으로 제시하면서, 유학은 과연 무엇을 지향했을까 묻는다. “모든 인간이 도덕으로 무장된 도덕적 사회. 이것이 공자와 그의 후예인 유학자들이 지향하는 바”였다. 도덕성이란 춘추전국시대 당시에는 지배층인 제왕, 군자 같은 정치인이나 지식인에게 해당하는 덕목이었다. 하지만 현재 지배층이 아니고, 정치에도 뜻이 없는 내가 공자와 그의 사상을 알아야 할 이유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이 사회의 주인이며, 정치적 주체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자가 말하는 성인군자의 상을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대의 군자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의 군자와는 다르다. 신분제 사회에서 군자는 피지배층인 소인이 생산한 노동 산물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면제되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군자를 먹여줄 소인은 더 이상 없다. 이제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서 직접 노동에 참여해야 하는 소인이다.

“군자는 옳음에 관심을 갖고 소인은 이익에 관심을 갖는다”(「이인」)고 공자는 말했다. 하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군자”이자 동시에 “소인”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인으로서의 삶은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우리가 소인으로서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소인의 영역에 계속 갇혀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이 명확히 구분되는 상황에서조차 자신에게 이로운가 불리한가만을 따진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그 결과 우리의 삶은 더욱 병들어간다는 것이다.

저자가 주인으로서의 『논어』 보기를 말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 사회의 주인(군자)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세상을 이끌어야 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지배층의 도덕성 제고를 위한 학문이었던 유학 사상을 현대인들이 알아야 할 이유는, 바로 개인/국민이 국가 사회의 주인이 된 민주주의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논어』는 어떤 거울일까? 우리와 우리 사회의 무엇을 비춰줄까? 저자는 ‘인간다움’을 말한다.『논어』는 내가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모든 구성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반성하는 사람으로 ‘군자(君子)’를 내세워, 『논어』라는 책의 요지가 ‘군자’ 양성에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논어』의 첫 편인 「학이(學而)」의 첫 세 문장을 들어, 공자 사상의 요체를 해석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않은가?” 이 세 문장에는 각각 ‘학습’, ‘벗’, ‘군자’라는, 공자 사상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가 먼저 제시돼 있다. 즉, ‘학습’하고 ‘벗’과 교유함으로써 공자가 추구했던 것이 이상적인 인간인 ‘군자’라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논어』에는 ‘군자’라는 용어가 최소 107회 등장한다. 이처럼 많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것이 갖는 공자 사상에서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논어』에서 ‘군자’는 원래 지배층이라는 신분을 가리켰고, 공자가 이들 지배층에게 지배층다운 덕목을 갖추도록 요구한 것은, ‘~다움’이 실현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공자의 군자론은 정명론과 연결되어 도덕적 인격체로서의 군자상을 제시한다. 지배층으로서의 군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서 옳음을 강조한 공자의 언급은 『논어』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천하의 일에 대한 군자의 자세는 반드시 해야 할 것도 없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도 없으며, 옳음과 함께할 뿐이다.”(「이인」)는 언급에서도 옳음을 강조했다. 그럼으로써 그가 추구하는 지배층다움의 정점에는 ‘성인(聖人)’이 있다. 성인군자라는 말이 있듯, 이상적인 군자상을 일컬어 성인이라 했다.

공자의 교육은 사회를 이끌고 갈 지배층의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공자는 바탕을 중시했고, 인간이 갖춰야 할 바탕을 ‘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배층다운 덕목의 하나인 ‘인(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공자는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정의한다. ‘인’은 인간에 대한 사랑, 즉 ‘인간 사랑’, 혹은 ‘사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을 ‘인간 사랑’이라고만 정의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는데, 그중 ‘사람다움’이라고 정의한 김교빈과 ‘사람의 씨앗’이라고 정의한 전호근의 정의를 주목할 만하다고 저자는 본다. ‘인’은 ‘인간 사랑’, ‘사람다움’, ‘사람의 씨앗’ 등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데, 이들은 각각 ‘인’의 여러 측면 가운데 하나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논어』에 등장하는 ‘인’은 경우에 따라 사람을 사랑하는 것, 사람다움, 사람의 씨앗으로 달리 해석할 수 있다. 이 셋을 혼합하여 설명하자면,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사람다운 태도이며, 그러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바로 사람이 될 수 있는 씨앗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군자의 모습에서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일면을 발견한다. 다양한 입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사회 운영을 위한 협의는 필수적인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이런 방식의 협의를, 하나의 강력한 독재자에 의해 작위적으로 하나가 되어 나아가는 방식에 비해,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고, 그러한 협의 과정을 거친 결론은 그에 들인 노력과 시간만큼 강력한 것이 된다. 2,500여 년 전의 공자가 말한 ‘군자’의 모습에서 현대의 민주주의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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