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계속되는가? 한계에 도달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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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계속되는가? 한계에 도달했는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0.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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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미래 | 김병연·김선혁·허재준·한준·김재석 지음 | 아카넷 | 312쪽

 

오늘날 자본주의는 위기를 겪고 있다. 심각해지는 소득 불평등과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자본주의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자본주의와 쌍을 이루어 문제를 해결해왔던 민주주의마저도 바로 그 불평등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도울 수는 없을까?

한편, 위기 속에서도 자본주의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디지털 기술에 맞춰 경제와 사회가 빠르게 재편되었다. 기업들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계속 변모했고,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도 기업의 방침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었다. 변화의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이기적인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업이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새로운 노동환경에서 우리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행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수많은 진단과 전망이 제출되고 있지만, 이 책은 다섯 명의 학자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여 자본주의의 거시적인 이론부터 미시적인 현상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또한 한국의 상황과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저자들은 응답을 통해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낙관하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하여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이들의 진단은 ‘경제체제’, ‘민주주의’, ‘범용기술’, ‘기업’, ‘노동과 여가’라는 다섯 가지의 키워드를 통한 탐구에 기반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장에서 김병연(서울대학교 정치학부 교수,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체제 안팎으로 마주한 도전들을 살펴본다. 체제 내적으로는 공유 경제나 기술 발전이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일부이거나, 새로운 체제로서 성립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보다 심각한 도전은 소득 불평등과 환경 파괴와 같이 체제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위협이다. 특히 환경 문제는 모두가 문제라고 여기는 반면, 소득 불평등은 일부에게만 고통을 주기 때문에 해결을 위한 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제2장에서 김선혁(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은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단독으로 움직이는 원리가 아니라,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이 균형을 잡고 타당성을 입증해 왔지만, 이는 항구적인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나 민주주의 어느 한쪽의 심각한 변화는 다른 한쪽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론과 사례를 통해 확인한다.

제3장에서 허재준(한국노동연구원장)은 증기기관이 등장하던 산업혁명 시기처럼, 지금이 디지털 기술을 비롯한 새로운 범용기술로 인해 경제 시스템 전반이 변화하는 시기로 파악한다. 이러한 변화는 소수에게는 새로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이지만, 다수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어 고통 받는 위기가 된다. 변화에는 늘 충격이 뒤따르지만, 그것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불평등을 완화하는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제4장에서 한준(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자본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인 기업이 변화 속에서 적응하고 도태되는 모습을 조직생태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검토한다. 글로벌화, 디지털화, 금융화라는 거대한 변화에 기업은 자신의 형태를 바꾸고 다양성을 추구하여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적응을 위한 기업의 활동이 다시 자본주의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반드시 선순환의 관계는 아니었으며, 자본주의와 기업의 공생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제5장에서 김재석(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장)은 높은 임금, 맞춤형 복지제도, 원격 근무 등으로 바람직한 기업 문화를 선도한다고 알려진 ICT기업의 노동자들을 취재한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워라밸’을 누릴 수 있어서 고마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업무 시간이 불규칙적이고 집에서조차 일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또, 조사를 통해 ICT기업의 노동과 여가의 균형은 ICT기업이 호황이었기에 가능했음을 짚으면서, 앞으로도 이 조건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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