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지 다채로운 주제로 만나는 우리 몸의 과거·현재·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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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가지 다채로운 주제로 만나는 우리 몸의 과거·현재·미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09 0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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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피엔스의 몸: 가장 인간적인 몸을 향한 놀라운 여정 |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344쪽

 

저자가 ‘몸’을 주제로 학생들과 만나 강의한 내용을 담은 인문교양서다. 영화, 드라마, 문학, 신화를 넘나들며 인간의 몸으로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몸을 지니고 진화한 수백만 년의 여정, 몸을 둘러싼 고통과 차별의 역사, 아름다움과 쾌락을 향한 욕망, 질병 및 바이러스와의 공존, 미래 과학의 발달로 앞으로 만나게 될 기계화된 몸까지…. 그야말로 우리가 탐구해야 할 몸의 모든 순간이 담겨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해서 잊고 사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도 나를 숨 쉬고 살아 있게 하는 ‘몸’이다. 입으로는 늘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정작 아프기 전에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 몸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가능성이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사람들은 자연을 대우주, 인간의 몸을 소우주로 보았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보고 그 유명한 「인체 비례도」를 남겼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우주와 인체의 변화 원리가 동일하다고 보았다. 오늘날 우리는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몸이 지닌 무한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은 몸에 관한 13가지 주제를 통해 인간 몸을 둘러싼 역사, 심리, 과학, 사회적 문제를 탐구한다. 첫 번째 책 『인간의 악에게 묻는다』에서 인간의 마음과 본성을 이해하게 했던 저자는 이 책 『사피엔스의 몸』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몸에 담긴 문화적 양상을 다각도로 살핀다. 

이 책은 인간의 몸과 나눈 특별한 대화다. 인간은 왜 동물과 다른 눈·코·입을 지녔는지, 몸은 어떤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는지,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구조와 성질은 인간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몸에게 끝없이 질문한다. 몸 역시 인간에게 질문한다. 인간은 왜 아름답고 추한 몸을 나누는지, 타인의 몸을 고통스럽게 하고 차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병과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독자는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인간다운 몸이란 무엇이며, 나의 몸과 타인의 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총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영장류와 인간의 미세한 DNA 차이가 인류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얼굴의 진화 메커니즘을 살핀다. 2장에서는 8등신과 하얀 피부를 향한 욕망이 어떤 잔혹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3장에서는 인간에게 몸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지, 몸의 소유권을 논한다. 4장에서는 몸에게 가하는 고통으로써 숭고한 고행, 고문, 학대를 살펴본다. 5장에서는 인종차별과 혐오를 중심으로 우월함의 오만이 초래한 슬픈 역사를 말한다. 6장에서는 인종주의와 낙인을 주제로 공존과 공생을 말한다. 7장에서는 인간의 성적 본능을 통해 완전한 사랑은 무엇인지 탐구한다. 

8장에서는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와 질병을 이야기하며 건강한 삶을 말한다. 9장에서는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본다. 10장에서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으로 편리함을 추구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핀다. 11장에서는 인신공양의 역사와 함께 인간의 몸을 희생해 예술을 할 수 있는가 질문한다. 12장에서는 억눌린 욕구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분열시킬 수 있는지 상상력을 동원한다. 13장에서는 인공장기로 내 몸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미래 사회에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당신은 몸에 관해 너무 모른다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고 말하면 오버일까? 오늘도 때맞춰 열심히 영양제를 챙겨 먹고, 바빠도 틈을 내 운동하려고 노력했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TV와 인터넷에는 몸과 관련한 프로그램과 정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대부분 질병, 다이어트, 건강 상식, 외모 꾸미기에 치중해 있다. 그리고 거기에 충실한 것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우리가 “생명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 몸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로 가득하다”라고 말한다. 이런 몸의 다양성과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몸의 문화사와 사회사를 시도했다.

먼저, 산소나 중력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몸을 ‘낯설게 하기’로 접근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인간의 얼굴은 왜 강아지나 고양이와 다를까? 발가락은 왜 붙어 있지 않고 갈라져 있을까? 왜 사람들은 하얀 피부를 동경하는가?’ 이렇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데서부터 질문은 시작되고, 탐구의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몸과 조우한다. 둘째, 몸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다르게 보기’를 통해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몸과 관련해 깊이 성찰할 수 있게 한다. ‘부모는 자녀의 몸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효과적일까? 모든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의 몸은 어떤 쓸모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인공장기나 기관의 합법적인 공급은 인간 사회를 보다 평등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우리가 현재 고민하고, 또 미래에 마주할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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