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와 종전을 위한 해법과 관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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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평화와 종전을 위한 해법과 관점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0.09 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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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이분법을 넘어 한 권으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 메데아 벤자민·니컬러스 J.S. 데이비스 지음 | 이준태 옮김 | 오월의봄 | 252쪽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방 세계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1년 6개월이 지나 이제 이 전쟁은 교착 상태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얼마나 더 깊어졌을까?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은 어떤 것일까?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이 전쟁의 기원과 배경, 현재 상황을 전달하며 우리에게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이 책은 특히 이 전쟁을 선악의 구도로 보는 이분법적 관점이 극히 위험한 시각임을 경고하며, 균형 있는 관점에서 이 전쟁을 역사적으로, 그와 동시에 현재적으로 분석해냄으로써 종전을 위한 해법과 관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침공'을 누가 시작했는지보다, 이 사태의 '기원'을 이번 전쟁을 파악하기 위한 중심에 둔다. 이는 정치의 일환으로서 전쟁이 장기간에 거쳐 발생하고,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 전쟁 역시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이 끔찍한 폭력을 멈추기 위한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2022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14년 무렵으로 이 전쟁의 중요한 기원을 찾아 오른다. 그 기원은 2013년 말에 시작된 '유로마이단 혁명'과 유로마이단에서 이어진 쿠데타, 그리고 쿠데타에서 이어진 2014년 돈바스 내전, 그리고 돈바스 내전을 멈추기 위해 맺었던 두 차례의 민스크 협정의 미이행이다. 이 전쟁의 중요한 기원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내 정치의 만연한 부패, 극우 세력의 부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 및 극우 세력이 강한) 서부와 (러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친러 지역이자,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이 위치한) 동부의 분열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때 당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이 기존에 공약으로 제시했던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과 정권의 부패에 대한 항의로 친유럽연합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중심이 되어 2013년 말 유로마이단 시위라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다. 그러나 애초에 일반적 시위였던 유로마이단이 이후 극우 세력의 무장 시위로 발전하고, 체제 교체에 미국이 관여하면서, 친서방 정부가 세워지는 쿠데타로 이어진다. 그 후 쿠데타 세력과 동남부 중심의 친러 반쿠데타 세력 사이의 갈등이 수개월간의 유혈 사태, 즉 돈바스 내전으로 비화한다. 그리고 이 내전을 멈추기 위해 2014년과 2015년에 두 차례 민스크 협정이 체결되었고, 이를 통해 돈바스 지역의 유혈 사태는 많이 진정되었으나 중요한 정치적 해법이었던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의 주민투표와 선거, 이 지역의 자치 지위를 수립할 법률의 제정,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통제의 복원이 이행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 우크라이나 내 반민주적인 극우 세력의 영향력,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정치 외교적 지원의 부재, 미국과 나토의 방해(정치적 해법이 아닌 군사적 대안을 추구하도록 계속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것)가 그 주된 원인이었다. 이 협정이 이행되었더라면 지금의 비극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특히 이 전쟁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주체로서 나토를 중요하게 지목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가 '북대서양'을 훨씬 넘어서 그 규모를 확장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토는 냉전 이후 해체는커녕 전 세계에서 불법적으로 전쟁을 도발하고, 1990년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던 러시아와의 약속을 파기하고 그 덩치를 불려 러시아 국경까지 동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대러 전문가들이 나토의 확장 정책을 경고해왔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다. 심지어 구소련의 기둥 중 하나였고 국경을 인접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며, 러시아를 정확히 도발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핵무기 동맹이기도 한 나토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냉전의 해체와 동시에 사라져야 했던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부분을 비극적 아이러니로 짚는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 국내외의 정치적 상황이 얽히고설킨 이 전쟁의 입체적 원인을 역사적으로 쉽고 정연하게 짚어내며, 그와 동시에 이 전쟁을 테이블 위에서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었던 기회를 방해하고 장기전을 부추기며 군사적 지원을 단행한 서방 세력의 깊은 개입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고, 결국 소모전의 양상으로 진행 중인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전쟁 초기 평화적 협상을 방해한 서방 세력에 대한 비판은 더 적확하게 다가온다.

한편 저자들은 이 전쟁에 대한 언론의 책임도 무겁게 묻는다. 양 진영의 언론은 특히 침공 초기 프로파간다를 쏟아냈다. 이 침공이 나치로부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을 보호하려는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러시아 언론의 서사와 이 침공이 도발 없이 발생한 것이라는 우크라이나/서방 언론의 서사 속에서 이 사태의 복잡성과 맥락을 따져볼 공간이 사라졌다. 저자들은 특히 가짜 뉴스를 검증 없이 퍼뜨리고 정부의 선전을 반복하며 확전을 유발하는 무책임한 서구(주로 미국)의 주류 언론을 매섭게 비판한다.

또한 저자들은 비백인 난민들과 우크라이나의 백인 난민들을 비추는 방식에 스며든 식민주의적 관점, 미국과 나토가 일으킨 침략 전쟁과 러시아 침공을 비추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이중 잣대 등, 미국이나 서방 세계가 일으킨 전쟁과 기존의 비백인 전쟁 난민이 다수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이중적인 언론 보도 역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간다. 또한 그 무엇보다 미국-나토와 러시아의 대리전은 이들이 전 세계 핵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이 책은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군이 점령한 모든 지역을 수복하는 방식의 우크라이나군 승리가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평화협상 없이 양측이 막대한 손실과 인명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은 전쟁을 연장하며 핵무기 초강대국 사이의 위험해지는 대리전으로 이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점, 세계 평화와는 거리가 먼 나토의 입지가 강화되었다는 점, 인류가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냉전의 길목에 서있게 되었다는 점을 이 전쟁의 결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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