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재대의 출범과 미래대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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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재대의 출범과 미래대학의 길
  •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 승인 2023.10.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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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칼럼]

 

현재 세계에서 혁신대학으로 인정받는 대학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한 학생의 성장,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둘째,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한다. 셋째, 교수는 가르치지 않고, 조정자∙촉진자 역할을 한다. 넷째, 교수-학습 과정을 목표 중심, 맞춤형으로 섬세히 기획한다. 다섯째, 질문, 토론 및 협업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여섯째, 교실에서 배운 내용과 사회 현장 문제를 연계하는 체험활동을 중시한다. 일곱째 교수와 학생이 함께 교육과정, 전공 등을 설계한다.

지난 8월 30일 서울 비원 근방에 위치한 태재대학교에서는 첫 입학식이 열렸다. 그동안 주변에서 많이 기대해온 태재대가 출범한 것이다. 3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교육기관이 되었다. 태재대의 설립정신에 공감하며 태재대 만의 매우 도전적인 교육과 훈련 방식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들만을 선발하였다. 에세이 등 제출자료 검토와 그룹토론 면접, 개인 면접을 거쳤는데, 국내외에서 다양한 특성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찾아왔다. 앞으로 매 학년 국내학생 100명, 외국인 학생 100명까지로 구성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왜 태재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왔던 것일까? 태재대는 처음부터 ‘한국판 미네르바대’라고 알려졌고, 한샘 창업주 조창걸 회장이라는 기업인이 혁신적인 대학을 세우겠다며 3,0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사재를 출연한 점을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이러한 반응의 저변에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새로운 대학’의 출현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분위기는 태재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려서부터 꿈꾸던 명문대학에 들어갔는데, ‘내 희망과 상관없이 성적 순으로 전공이 정해질 것 같다’며, 부모를 설득해 태재대에 원서를 냈다. 대학에 와보니 ‘단순 지식 전달에 그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러려고 대학에 왔나?’며 고민하다가 태재대로 옮겼다. 학생들은 보다 자기 주도적인 분위기에서 토론형식의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는 도전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태재대는 입학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 것일까? 태재대에서는 전공은 자기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융복합적 접근은 기본이다. 태재대에서의 배움은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되는 학생 주도적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과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매 강좌마다 치밀하게 짜인 흐름에 따른 능동학습(active learning)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는 이 과정에서 조력자(coach, facilitator) 위치에 머물러 있도록 훈련받았다. 20명 이하 소규모, 100% 영어, 메타버스 캠퍼스 기반 실시간 온라인 학습인데, 학생 스스로의 철저한 사전 준비는 필수 과제다. 태재대는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배려하며, 이러한 지원은 졸업 후 성장과정에서도 맞춤형으로 이어진다. 

태재대는 학생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배우도록 한다. 서울을 거점으로 뉴욕, 홍콩, 도쿄, 모스크바 등의 도시를 캠퍼스로 생각하고 한 학기씩 머물며 경험과 훈련을 쌓게 한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과 기숙형 공동생활로 서로 배우며,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체류하는 국가 현장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연계해 해결해나가는 실천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한다. 글로벌 현장에서 해결방안을 도출하며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배우는 미래형 교육이다. 이를 위해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프린스턴 등의 출신 박사들로 초빙된 저명한 교수진이 학생들을 지원한다. 

태재대는 세계적 혁신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을 모두 갖췄다. 태재대는 더 나아가 미네르바대 등 혁신대학들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모습이 있다. 태재대는 독자적인 인재상에 초점을 맞춰 교육훈련과정을 섬세하게 디자인했다. 태재대의 힘은 대한민국과 지구촌의 다음 세대에 대해 진정으로 염려하는 설립자의 마음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미∙중 갈등에 주목하며 지구촌 화합을 이끌어내는 지도자, 디지털 문명사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며, 기후재난 등 전 지구적 문제해결을 통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지도자들을 반드시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태재대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비전과 사명을 실현시키기 위해 6대 핵심역량을 설정하고, 4년 동안 이 역량들을 모든 교육과정과 융합시키며 각 학생에게 체화·확장되도록 체계적으로 교육시스템을 운영한다. 또한 학생들이 5개국 도시에 머무는 것과 별도로 장기간의 유럽 그랜드투어, 실리콘밸리 투어 등도 제공한다. 유럽의 역사와 문명의 태동과 발달 과정, 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현장을 직접 살피며, 역사에서 당대의 지도자들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었는지를 고민하며 리더십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태재대 인재상에 부합하는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튼실한 기초체력을 다지게 된다. 특히 글로벌 현장 중심의 경험학습을 통해 세계의 문제를 풀어갈 리더로 성장케 하는 것이다. 이번 입학생 중 국내외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재학 중인 학생들도 태재대에 동참한 이유다. 태재대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으로 새 역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하버드, 스탠퍼드대 대신 태재대에 오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태재대의 출범을 눈여겨보며, 학생들이 기대하는 미래대학의 길은 어떠한 것이며, 대학에서 어떠한 인재를,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읽게 되기를 바란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는, 하나의 새로운 방향과 모델을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 모델이 대한민국과 우리 고등교육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을 하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전폭적으로 응원해주어야 한다. 

태재대는 사실 설계하는 첫 단계부터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변화 발전에 기여해야 함을 또 하나의 가치로 삼았다. 태재대와 학생들의 성공을 시대적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태재대 가족들에게도 큰 응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민경찬 논설고문/연세대 명예교수·과실연 명예대표

연세대 수학과 명예교수로 연세대 대학원장, 대한수학회 회장, 국제퍼지시스템협회(IFSA) 집행이사 및 부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분과 의장, 포스코청암재단 이사, 국무총리 소속 인사혁신추진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과실연 명예대표, 태재학원 감사,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자문위원회(SAB) 위원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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