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는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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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는 인간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0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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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지워진다: AI 시대, 인간의 미래 | 김덕진·우희종·이상호·류덕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184쪽

 

2023년 7월, 할리우드가 멈췄다. 배우와 작가 조합은 방송과 창작에서의 AI 기술 활용을 제한하는 시위를 벌이며 지금까지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 개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3억 개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란 연구보고서를 공개했고, [워싱턴포스트]는 AI가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분야 일자리를 이미 대체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겼던 종교의 영역에선 ‘주님AI’와 ‘스님AI’ 등의 종교 AI가 등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챗GPT의 급습 이후 하반기가 된 지금 인류는 본격적으로 AI에게 모든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 물론 생성형 AI를 운영하는 기업이 대부분 영미권이기에 한국은 아직 직접적인 충격을 받진 않았다. 그러나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들의 번역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지난 8월 24일 네이버가 한국형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면서 한국인들도 이제 AI의 급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AI와 함께 생활하는 미래가 확정된 오늘날, 인간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 과연 AI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까, 새롭고 편리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동행자가 될까? 이 책은 IT커뮤니케이터이자 챗GPT 전문가인 김덕진 소장과 종교(우희종), 노동과 교육(이상호), IT 개발(류덕민), 창의성(송태민) 등 각 영역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AI 시대 위기와 도전에 처한 인간의 미래에 대해 모색한다. 

첫 번째 대담에선 ‘주님AI’와 ‘스님AI’ 등의 종교 AI가 등장하는 오늘날 인간이 바라는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더 발전된 형태의 AI가 인간의 종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종교의 형태는 상당 부분 바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종교는 예수님, 하나님 같은 ‘의인화된 신’을 믿는 형태가 아닌, ‘진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진리형 종교’의 형태로 갈 것이다. ‘주님AI’ 등의 종교 AI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일반 성도들이 종교를 통한 진리 탐구를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마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소수의 종교 지도자들이나 권력층만 소지할 수 있었던 성경을 모두가 소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처럼, 종교 AI는 설교자들에게만 주어졌던 성경 해석의 권위를 해체하고, 종교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더 원활하게 진리탐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다만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종교 AI는 종교를 ‘내가 바라는 말씀을 듣는 용도’로 쓰이게 하며, 종교의 역할을 ‘개인 위로’에 한정지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종교는 개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맞춤 신앙’이 아닌, 존재의 본질을 묻는 불편함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두 번째 대담에선 AI가 일자리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근 미래에 인간 노동이 맞게 될 운명과 이에 따라 ‘생계를 위한 노동’이라는 지금의 인식이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으로 수정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AI는 인간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낙관적인 미래학자는 AI 도입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간의 편리가 증대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건 먼 미래의 얘기다. 당장 대부분의 인간이 경험하게 될 것은 일자리의 상실이다. 적어도 현재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기존 업무의 상당 부분이 AI의 급습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대체되거나 없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 산업화 시대 대량생산과 기계화의 효과가 주로 제조인력의 축소로 나타났다면, 인공지능의 발달은 모든 산업과 서비스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결합하면서 수집, 분류, 분석, 체계와 평가로 이어지는 대부분의 노동과정을 기계가 대체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AI 충격을 인간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키려는데 몰두할 게 아니라, 먼저 노동에 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물론 국가는 AI의 도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상실할 사람들에 대해 기본소득 등의 방법으로 생계비용의 일정 부분을 충당해줘야 한다. 그러한 완화 장치를 전제로 개인도 임금을 받기 위한 노동을 넘어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으로 일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세 번째 대담에선 생성형 AI가 현재 본인이 탄생한 IT 개발의 영역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앞으로 개발자의 롤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챗GPT가 코딩하는 사람들의 시대를 완전히 바꿨다. 챗GPT 등의 생성형 AI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코드를 짜는 것이기 때문이다. AI를 이용하면 코딩 시간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원하는 코드가 나오니, 이걸 안 쓰는 게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없어지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개발자는 계속 있겠지만, 독창성과 융합하는 능력이 중시되는 다음 단계의 개발자가 등장할 것이다. ‘앱’이란 걸 하나의 콘텐츠로 본다면, 이런 변화 속에서 결국 판도를 결정하는 것은 킬러 콘텐츠다. 스마트폰 시대에 ‘배달의 민족’은 시대의 행태를 바꾼 킬러 콘텐츠였다. ‘배민’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전화하기를 두려워하는 세대에게 전화하지 않아도 되는 형태의 기술과 개인이 귀찮게 배달을 위한 전단들을 모아야 알 수 있었던 정보들을 하나로 묶는 기술을 주면서 비즈니스의 구조를 아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언젠가 챗GPT와 생성형 AI가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 당연한 도구가 될 때, 스마트폰 시대의 ‘배민’과 같은 킬러 콘텐츠가 탄생할 것이고, 그런 개발이 다시 생성형 AI 비즈니스의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대담에선 ‘어비’라는 예명으로 구독자 58만 명의 유튜브 채널 ‘검정복숭아’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송태민과 김덕진 소장이 AI 시대 인간의 창의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니지만, 그런 별을 연결해 별자리를 만든 건 인간의 상상력이다. 즉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연결해 내러티브라는 별자리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이다. 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기존에 어딘가에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모든 영역을 AI가 대체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창의성만큼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오히려 생성형 AI와 인간의 창의성이 만날 때,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된다. 크리에이터 송태민은 AI 시대 인간의 창의성을 ‘줏대’와 ‘연결’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는데, 줏대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유지해야 할 나만의 고유한 주관이고, 연결이란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콘텐츠를 연결해 내러티브를 만드는 힘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지워지지 않고 다시 선명해질 방법은 이러한 인간의 창의성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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