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사용한 언어에 담긴 차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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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사용한 언어에 담긴 차별의 의미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03 0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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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어의 발견 | 김미형 지음 | 사람in | 228쪽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대로 한 사람이다. 그 인간을 좋고 나쁨, 높고 낮음 같은 질적 가치로 등분하고 폄하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차별의 대상은 나이와 성별, 직업과 장애 외에도 참으로 폭넓다. 빈약하고 둔감한 차별어가 축적될수록 사회는 끔찍해진다.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루려면 우선 차별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일상 속 무심코 사용하는 차별어를 살펴보고 그 의미와 사용 과정을 세심하게 풀어냄으로써 차별어의 대안을 찾고 올바른 언어생활을 하도록 돕는다.

이 책의 제목을 ‘차별어의 발견’이라 정한 이유는 차별어의 목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차별 행위를 분석하여 원인을 밝히고 가능하다면 대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발견이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행위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인간의 언행과 그 안의 요소를 켜켜이 캐내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캐내며 사람의 마음에 공감해야 비로소 분석할 수 있는 주제, ‘차별’은 바로 그런 것이다.

차별어의 유형은 꽤 다양하다. 원래는 차별하는 뜻이 없었으나 사용 맥락에 따라 차별하는 단어가 된 것도 있고, 만들어질 때부터 어원적으로 차별하는 뜻이 깃든 차별어도 있으며, 특정 대상을 노골적, 부정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차별어도 있다.

“아니,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살아야 해? 그냥 하는 말인데, 굳이 전후 맥락과 그 말의 영향을 분석하라니?”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면 사정이 다르다. 말하는 사람은 단순히 언급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생각이 무심하고 거칠다고 느낄 것이다.

‘차별’을 당하면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왜 그러느냐고 항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암암리에 진행되고 저질러지는 비리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비리는 잘못을 꼬집어 지적할 그 무엇이라도 있지만 차별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어서 소리 없이 삶에 파고들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이 책에 담긴 차별어의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모두 섬세한 인식력을 결여한 채 사용하는 말들임을 알 수 있다. 각 사례를 생각해보면서, 차별어가 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좋겠다. 그래야 차별 문제에 관한 인식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우리 안에 절실히 스며들 수 있다.

우리 안에 절실히 스며든다는 것은, 차별하는 사람의 비정함과 차별받는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어쩌다 부주의하게 차별어를 쓰면 얼른 고쳐 말하면서 결국 쓰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다른 이들을 차별하면 안 되지’, ‘차별어 쓰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하며 가벼이 지나치지 않고 차별하는 사회의 인간답지 못한 비정함을 깨달으면 좋겠다. 차별받는 사람의 아픔과 슬픔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 차별의 정체를 뼈저리게 느끼면 좋겠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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