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일본열도로 이동한 사람들, 기술, 그리고 문화
상태바
한반도에서 일본열도로 이동한 사람들, 기술, 그리고 문화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0.03 03: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도래인의 고고학과 역사 | 이송래·C. Melvin Aikens·Gina L. Barnes 지음 | 김경택 옮김 | 주류성 | 376쪽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란 의미를 지닌 용어인 도래인은 민족-문화적인 동시에 역사적 뉘앙스를 지닌다. 도래인이란 표현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일본에서 훨씬 많이 사용된다. 일본에서는 주로 서기전 800년부터 서기 600년에 이르는 두 천년기 동안 한반도에서 열도로 이주해 온 사람들을 지칭할 때 도래인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 고대 기록에 따르면, 도래인은 다양한 종류의 선진 기술과 함께 집단을 이루어 여러 시기에 걸쳐 열도로 온 대륙 사람들로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열도에서 도래인의 첫 번째 중요한 파도는 서기전 1천년기 초에 처음 등장했음을 고고학적 발견들은 말해 왔다. 그들은 선사시대 일본의 수렵-어로-채집 사회가 식량을 생산하는 彌生(야요이) 농경사회로 변화하고 彌生(야요이)사회가 청동기와 철기 기술을 익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후 도래인들은 5세기 일본이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와 기술로 더욱 진보된 사회로 발전하도록 도왔다. 따라서, “5세기는 日本의 기술 혁명의 세기로 간주된다”

이 책은 최근까지 발견된 고고 및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서기전 800~600년경부터 서기 600년경까지 1,400년간 도래인 이야기를 다음 7개 질문을 통해서 槪觀的(panoramic)으로 다룬다. (1) 도래인은 어디에서 왔을까?, (2) 도래인의 역사적-사회문화적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3) 도래인들은 왜 목숨을 걸고 위험하기로 악명높은 대마도 해협을 건너 고향을 떠났을까?, (4) 그들은 일본열도 내 어디에 정착했을까?, (5) 그들은 일본열도에서 무엇을 했을까?, (6) 일본열도 사람들은 도래인을 어떻게 대우했을까?, (7)도래인은 고대 일본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을까?

지난 2000년 저명한 일본 역사학자 井上滿郞(이노우에 미츠오)는 “도래인이 없었다면 일본사는 200년 지체되었을 것”이라는 매우 자극적 내용의 논문을 통해 일본사에서 도래인의 특별한 위치를 강조했다. 바로 다음해인 2001년 일왕(日王) 明仁(아키히토)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주 또는 초청된 사람들은 문화와 기술을 소개했다. 이러한 문화와 기술이 일본인들의 열정과 한국인들의 우호적인 태도를 통해 일본에 전해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또 이 문화와 기술은 이후 일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일본 사람들과 문화가 한반도의 초기 사회들에 진 빚에 놀라지 않고 일본열도의 사회 발전을 검토할 수 없음은 사실이다. 서기전 1천년기 초 한반도로부터의 도작 농민의 이주는 대륙과 일본열도 사이의 3가지 중요한 기술 전파 물결 중 첫 번째였다. 두 번째 물결은 서기전 4세기경 열도에 청동기와 철기 제작기술을 들여왔고, 세 번째 물결은 서기 5~6세기경 열도에 유교와 불교는 물론 엘리트 기술자와 행정 기술을 전해주었다.

1970년대까지 도래인에 대한 정보는 『古事記』(712년 편찬), 『日本書紀』(720년), 『續日本紀』(797년), 『新撰姓氏?』(815년) 등 도래인 관련 실제 사건들보다 한참 나중에 편찬된 몇몇 고대 사료들에 주로 기반했다. 그러나 일본열도 전역에서 수행된 대규모 구제고고학 발굴 덕분에 1980년대 초부터 유례없는 양의 고고학 자료가 수집되고 분석되면서 도래인의 기원, 취락, 생활, 초기 일본 사회와 초기 일본 문명에의 기여 등 도래인과 관련된 많은 부분이 밝혀지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지난 40년 동안 남한에서 이루어진 발굴 역시 도래인의 역사적·사회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이러한 정보의 해석, 즉 한반도의 주민들이 어디에서, 언제, 왜 이주했고, 또 이주민과 그 후손들이 일본열도의 주민 구조와 물질 문화를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이 책의 과제이다. 한반도의 주민들 역시 중국 본토, 스텝 지역, 그리고 동북아시아로부터 파생된 물결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이 당시와 지금 한국과 일본에 고유문화(uniqueculture)가 없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간대는 서양 문화가 탐욕스럽게 수용되고 소비되던 일본의 明治時代(메이지시대. 1868~1912)와 비견될 수 있다. 오늘날 일본의 외형이 노골적으로 서구적이라고 해서 고유한 일본 문화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 문화의 폄하(貶下)가 아닌 일본 역사의 일부 뿌리와 요소의 설명을 시도했다.

4C~5C 한반도의 호전적 집단에 의한 열도의 정복과 지배를 말하는 일본 내외의 사람들(江上波夫, Ledyard, Covell and Covell, 홍원탁)이 있다. 한편 초기 일본은 침략을 통해 한국의 선진 문화와 기술을 획득하여 사회 발전을 이룩했다는 한 무리의 사람들(末松保和와 추종자들)은 주로 일본인들이다. 사실 반도와 열도 사이의 초기 관계사는 이보다 훨씬 미묘하고, 복잡하고, 가변적이며, 국가의 지원을 받은 대규모 군사적 침략의 증거는 양측 모두에서 확인된 바 없다. 이러한 관계들을 풀어내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우며, 매년 새로운 발굴과 분석은 이전보다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게 해준다. 도래인 이야기는 일본의 시작이란 미스터리들이 담긴 상자를 여는 중요한 열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