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인 儒家보다는 개인적인 道家가 ‘精神’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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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인 儒家보다는 개인적인 道家가 ‘精神’을 만들어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0.0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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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탄생: 동양의 정신과 심론 | 정세근 지음 | 글항아리 | 368쪽

 

충북대 정세근 교수가 동양철학에서 ‘정신精神’과 ‘마음心’의 쓰임새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립되어왔는지에 대하여 용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실상을 짚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신’은 집단적인 유가보다는 개인적인 도가에서 탄생했으며, ‘심’은 고전에서 긍정적인 용법보다는 부정적인 용법이 많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제도와 사회적 질서를 앞세우는 유가보다는 개성과 자유로운 삶을 내세우는 도가에게서 우리가 말하는 정신이라는 말은 탄생한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에 ‘심’은 『노자』에서조차 ‘민심民心’이나 ‘인심人心’의 용법에서 볼 수 있듯 오히려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상사를 살펴본 결과 저자는 정신과 마음의 탄생이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이유는 “집단이 아닌 개체로 돌아와서 정신을 확립하고, 그 개체의 작동 원리로 심을 설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이다. 나아가 그 마음의 큼, 넉넉함, 주고받을 수 있음이 바로 우리 윤리의 근거가 된다며 오늘날의 맥락에서도 새겼다. 그것이 자신이 말하는 ‘공감의 윤리학’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1부 ‘도가의 정신’에서는 노자, 장자, 『회남자』의 정신론을 살폈고, 제2부 ‘유가의 정신’에서는 『대학』과 『중용』의 정신론, 공맹의 정신론, 순자의 정신론을 다뤘다. 제3부 ‘심론’에서는 노자의 심론, 장자의 심론, 맹자의 심론을 다뤘다. 아래에 노자, 장자, 순자의 정신론과 맹자의 심론 중 핵심 내용을 요약했다.

▲ 노자의 정신론

『노자老子』에 ‘정신精神’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정’과 ‘신’이 따로따로 등장할 뿐이다. 그렇다면 고대 사유에서 ‘정신’ 개념의 탄생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은 현대어로 번역하기 매우 힘든 말로 물질의 가장 순정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정은 ‘순수 물질’이라고 정의해도 좋겠다. 『노자』에서 정은 이와 같은 용법에 충실하여 오늘날의 용법으로는 ‘정기精氣’나 ‘정력精力’에 해당한다.

신은 크게 네 가지 용법으로 나뉜다. 첫째, 골짜기의 정신이다. 이때 신은 여성성의 위대함이며 불멸성을 가리키며, 순수한 물질로서의 정과 구별되는 순수한 정신으로서의 신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정신의 의미에 가장 근접한다.

둘째, 신비한 그릇이다. 이때 ‘신’은 천하가 신비함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예측과는 다르게, 여기서 신비한 것은 천지나 자연이 아니라 천하 곧 사회다. 노자는 사회를 다스리려는 자세를 비판하면서 무위無爲의 이념에 걸맞게 사회철학적 주장을 하고 있다.

셋째, 신령의 신이다. 여기서는 ‘하나一’에 대한 숭배 의식과 더불어 신이 일자一者를 얻음으로써 드디어 영활靈活해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후대 『여씨춘추呂氏春秋』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태일太一’ 사상의 시원이 『노자』에 있음을 보여준다. 『태일생수太一生水』의 발굴은 이 점을 더욱 명백히 해준다.

넷째, 귀신의 ‘신’이다. 귀가 신을 얻지 못하면 귀 노릇을 못함을 보여준다. 이는 『노자』 당시 귀는 신에 의해 조정되고 통제됨을 나타낸다. 신은 귀의 작동 원리이고, 귀는 신의 작동 대상이다.

후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기신精氣神’의 원리에서처럼 기가 정과 신을 매개한다든가, 신이 정을 제어한다는 관념은 『노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정과 신은 분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질적이었다. 정과 신의 만남은 『장자』를 거쳐 『회남자』로 나아가면서 이루어진다.

▲ 장자의 정신론

『장자』에서도 정과 신이 연용되는 횟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정은 32차례, 신은 105차례, 정신은 8차례 나온다. 장자의 정은 ‘천지의 정天地之精’ ‘정조의 정精粗之精’ ‘정성의 정精誠之精’ ‘형정의 정形精之精’으로 나뉜다.

‘천지의 정’은 산천의 정, 육기六氣의 정으로 불리며 모든 생명과 자연의 기원을 가리킨다. 오늘날의 ‘산천정기’와 통한다. ‘정조의 정’은 대소大小와 관련된다. 이때 정은 매우 작음小之微이다. 매우 작다고 해도 그것은 형태를 갖는 것으로 정은 물질성을 벗어날 수 없다. 이때 정은 정미精微와 통한다. ‘정성의 정’은 오늘날 정성의 뜻과 비슷하다. ‘참眞’을 내세우면서 진정한 효성과 충절을 강조하여, 유가의 형식적인 덕목을 나름대로 실제화한다. ‘형정의 정’은 사람의 형체와 대비되는 정기를 말한다. 형태는 정기로부터 생겨났다. 번거로운 일을 버리면 형체가 힘들지 않고, 어지러운 삶을 버리면 정기가 망가지지 않는다. 노자의 용례와 비슷하다.

장자의 신은 ‘신령의 신神靈之神’ ‘형신의 신形神之神’ ‘귀신의 신鬼神之神’ ‘신기神奇와 신기神氣’ ‘신명神明’으로 나뉜다. ‘신령의 신’은 대체로 형용사적 용법으로 사람 앞에 붙이거나 술어로 쓰인다. ‘신령스런 거북이’이나 ‘지인至人은 신령하다’와 같은 용례가 대표적이다. ‘형신의 신’은 사람의 신체와 대립되는 정신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몸과 마음’이라고 할 때처럼 마음으로 번역될 수 있다. ‘귀신의 신’은 오늘날의 귀신을 가리킨다. 귀와 신이 자주 떨어져 사용되지만 신은 귀의 조종자다. 여전히 귀신은 놀람의 대상이다. ‘신기神奇’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으로 냄새나는 것臭腐과 상반된다. 그러나 냄새나는 것이 신기가 되고, 신기가 냄새나는 것이 된다. 모두 하나의 기一氣다. ‘신기神氣’는 사람의 신묘한 기운을 가리킨다. ‘신명’은 지극히 신령하고 지극히 순정한 것으로 정신성과 물질성의 최고 형태다. 오늘날의 ‘천지신명’과 상통한다. 신도 부정적인 용법이 적지 않다. 신기神氣가 지나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신이 왕성하다神王’는 것도 부적절한 것이고, ‘신성神聖’도 버려야 할 것으로 묘사된다.

장자에서 마침내 정과 신이 만나면서 ‘정신이 도에서 나온다’는 선언이 등장한다. 정과 신은 그 순수성 때문에 결합하면서 나의 정신뿐 아니라 천지의 정신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신명의 지위를 얻는다. 신으로 연결되는 정신과 신명이다. 정신이 탄생하면서 그것의 자유의 의미가 부각된다.

▲ 순자의 정신론

도가들은 정신을 중시했지만 유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삶에서 개인의 영역을 강조하는 도가와는 달리, 유가는 사회적 유대와 결속을 위한 장치를 더욱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순자는 어떠한가?

순자에게서 정과 신은 여러 차례 출현하고 정신도 두 번 나온다. 유가의 전적에서 이렇게 많이 출현한다는 것은 순자가 직하학파의 수장으로서 유가와 도가의 사고를 나름대로 흡수하여 통합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순자의 정신은 상당히 인간화되어 있다. 천지의 정신보다는 성인의 정신이 앞선다. 나아가 순자는 정신에 비해 ‘신명’을 내세운다. 성인은 신명을 얻어 세상을 다스린다. 신명의 총집합 또는 결과물이 곧 예다.

신명을 얻어야 천지화육에 동참할 수 있는데, 순자는 선을 쌓음으로써 신명과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명은 세계 문명을 건설하고자 하는 크고 굳센 정신을 가리킨다. 우리의 마음이 신명의 주인이다.

▲ 맹자의 심론

이 글은 맹자의 심론을 용례 중심으로 축자적으로 정리한다. 맹자가 이후의 심론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그러나 맹자의 심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것은 신유학의 심성론에 의해 복잡해지지 않은 본래의 간결한 의미를 맹자의 심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맹자 이후 그의 어휘는 동아시아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양심, 방심, 부동심 그리고 사자성어로 쓰는 존심양성, 노심초사 등이 그러하다. 맹자는 본심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본래의 양심良心도 양지양능良知養能의 맥락에서 사용한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히려 마음 기르기인 양심養心이다. 심은 선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선의 논법과는 다르다.

맹자의 심은 마음이지만 가슴이며, 가슴은 감정이다. 그런 점에서 맹자는 도덕의 감정기원설의 주창자이며 공감 윤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맹자에게 도덕의 근원은 심 곧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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