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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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0.03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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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페이크에 속는가?: 진화심리학으로 살펴본 거짓 정보의 모든 것 |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 | 임세라 옮김 | 여문책 | 248쪽

 

현대 사회는 페이크 시대에 돌입했다. 요즘은 신문과 방송 같은 기존 미디어 외에도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 채널 같은 뉴미디어가 급속하게 발달함에 따라 과장 광고, 온갖 가짜 뉴스, 세계 종말과 같은 음모론 등 너무나 많은 페이크가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증진해야 할 자유로운 정보 매체가 오히려 사회질서를 해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페이크 시대에 적절한 가이드가 있다. 그 가이드는 1990년대에 ‘진화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진화심리학에서 보면 인류는 ‘협력 잘하는 원숭이’다.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 동료를 믿고 동조하는 심리 경향으로 진화했고, 현재까지도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문명 시대에 이르러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협력으로 생긴 신뢰를 악용하는 페이크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이 이러한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현대 문명이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확대한 정보 미디어가 페이크 문제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끊임없는 발달과 더불어 인간의 의식과 문화도 더욱 이성적으로 변모해야 마땅한 오늘날, 도대체 왜 우리는 온갖 거짓 정보와 속임수, 음모론 등의 페이크에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페이크 문제는 페이크에만 집중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인 일본의 인지과학자 이시카와 마사토 교수는 ‘연출’, ‘공감’, ‘언어의 양면성’, ‘승인 욕구, ‘과학에 대한 신뢰’, ‘손실회피’, ‘집단 중심’의 일곱 가지 심리를 파헤치면서 페이크 문제를 다각도로 알아본다. 

저자는 점점 그 폐해가 심각해지는 페이크 문제에 대해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그 원인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페이크를 간파할 수 있는지, 또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의 말을 쉽게 믿는 이유는 까마득한 수렵채집 시대부터 우리에게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본성 때문이다. 일정한 규모의 집단을 이루어 공동으로 사냥이나 채집을 하며 살아가던 당시에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거짓말을 일삼았다가는 집단에서 쫓겨나거나 엄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 언어가 발달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상대를 오해하게 만드는 상황이 생기자 이를 이용하는 기술도 늘었으며, 집단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소속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그럴듯한 가짜 정보를 퍼뜨리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단순하고 작은 거짓말이 아주 심각하고 큰 거짓 정보로 발전해온 셈이다. 현대에 들어와 다양한 미디어 매체가 등장하고 인터넷 덕에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데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온갖 페이크가 활개를 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히 ‘자기기만에 둥지를 튼 페이크’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우리는 집단에 잘 적응하기 위한 심리로 승인 욕구, 자기긍정, 성취감 등을 발달시켜왔으며, 이런 심리구조는 수렵채집 시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발휘된 심리 때문에 우리는 종종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 밖에도 우리는 가공의 스토리를 만들어 자기기만에 이용하기도 한다. 주변의 평판에 신경을 쓰는 행위나 인터넷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행동 전부가 수렵채집 시대에 형성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우리 스스로 이런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페이크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과학의 신뢰를 이용한 페이크’를 다룬 장에서는 과학의 발전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유사과학이 횡행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지금은 MBTI에 밀려 입에 올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 한때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과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같은 주장, 수소수·게르마늄·음이온 등 건강을 앞세운 상술 모두 과학의 외피를 둘렀지만 실상은 유사과학일 뿐이다. 저자는 이런 페이크는 기본적인 이론이나 과학적 방법론을 익히면 쉽게 간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증뿐만 아니라 반증도 생각해보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신중해져야 하며, 제품의 효과를 판단할 때는 꼭 비교?분석해보고, 이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한편 저자는 ‘오해에서 비롯된 페이크’가 확대되는 배경에는 정보 매체를 이용하는 우리의 심리가 있으며, 손실회피 심리, 정의감 발휘, 확률 판단의 취약점, 과잉 추정 같은 심리에 주의하면 페이크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기존 언론사와 개인 방송 간의 미디어 융합이 이루어지다 보니 통신이나 방송으로 명확하게 분류할 수 없는 SNS 같은 중간 서비스가 생겨나게 되었는데, 규제를 둘지 아니면 이용자 재량으로 둘지 딜레마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보 매체도 모든 정보를 개방하지 말고 서비스마다 제한을 두어 다양한 매체를 만들어나감으로써 가짜 뉴스의 횡행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끝으로 ‘결속을 높이는 페이크’에 대해서는 개인 중심의 서구와 달리 일본과 한국처럼 여전히 ‘부족의식’이 강한 문화권에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은 부족의식을 키우기 위해 적에 대한 두려움과 복수심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인터넷에서는 가공의 연대감을 배경으로 한 음모론이 널리 퍼지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적인 방법을 기반으로 한 팩트체크를 통해 이런 페이크를 대부분 간파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과학적 방법론을 익힌 시민들이 주도하는 미디어 채널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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