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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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0.0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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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부 | 고이즈미 유 지음 | 김영배 옮김 | 클베리북스 | 224쪽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날 거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국제여론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푸틴은 강력한 군사작전을 계속 이어가고 젤린스키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철저한 항전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전쟁에 대한 새로운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이 전쟁은 규모와 그 영향력 면에서 ‘21세기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만하지만 도대체 왜 이 전쟁이 벌어졌는지, 또 실제 전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 시원하게 답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푸틴은 왜 전쟁을 일으켰나?’ ‘지금 전쟁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 전쟁은 도대체 어떤 전쟁인가?’ 이 세 가지 핵심 물음에 답하는 이 책은 전쟁이 일어나게 된 과정, 러시아가 초기 장악에 실패한 이유, 개입의 범위를 둘러싼 서방 측의 고민, 이 전쟁이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또한 이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과 동북아시아에 미칠 영향까지 언급한다. 

제1장과 제2장은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약 일 년간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전쟁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한다. 개전 전인 2021년 7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일체성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민족주의적인 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 논문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그리고 벨라루스인)은 9세기에 발흥한 고대 루스를 계승하는 민족이며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푸틴의 이러한 주장이 어떠한 역사적 근거를 가지며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푸틴은 이 논문 발표 직후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여 벨라루스를 전진 기지로 삼아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를 완료한다. 이제까지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러시아군 전투부대의 자국 영토 배치를 단호하게 거부해오던 벨라루스는 어떤 이유로 전진 기지가 되었을까? 저자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20년 8월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선거에서 루카셴코가 재선되자 벨라루스 국민들은 이 선거는 부정 선거라며 격렬한 항의 시위를 일으켰다. 정권이 흔들리고 있던 때에 러시아가 개입한다고 위협하면서 겨우 사태를 진정시킨 적이 있다. 이때부터 푸틴이 루카셴코의 생살여탈권을 쥐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공격 거점으로 삼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제3장과 제4장은 2022년 2월 24일의 개전부터 7개월간의 전황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전황을 이끈 주된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본다. 단기간에 젤렌스키 정권을 붕괴시키고 괴뢰 정권을 수립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한 러시아의 계획은 생각보다 뛰어난 젤렌스키의 정치적 역량, 강한 우크라이나군, 우크라이나 국민의 철저한 저항 의지 등 예측 밖의 요인에 의해 좌절된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전쟁 초기에 잘 버티자 원래 예상처럼 우크라이나가 일찍 패배할 것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이에 따라 서방 국가들의 관심은 자신들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 없이 러시아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쪽으로 옮겨 간다.

참수 작전을 통한 전격 승리(플랜 A)와 대규모 전면 침공(플랜 B)이 연이은 실패로 끝나자 러시아는 한정된 지리적 범위에 집중적으로 침공하는(플랜 C) 전략을 선택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작전은 겨우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군에 대한 불신이 커진 푸틴이 장군들을 잇달아 실각시키자 전쟁의 기류는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공한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하이마스(HIMARS)’를 활용해 러시아의 탄약 저장소 등 핵심 시설 공략에 성공함으로써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푸틴은 이제 총동원령, 핵 사용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제1장~제4장에서는 시계열로 전쟁의 추이를 살펴보았다면 제5장에서는 이 전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 논의한다. 군사학자로서 저자의 개성은 전쟁을 ‘특징(character)’과 ‘성질(nature)’로 구분해서 살펴보는 데서 나타난다. 이 두 개념은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다. ‘특징’은 전투의 양상, 더 쉽게 말하자면 ‘전쟁터의 풍경’이다. ‘특징’을 만들어내는 건 새로운 무기, 새로운 전술, 새로운 편제 같은 넓은 의미의 테크놀로지다. 제2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인항공기(UAV)를 대대적으로 활용하는 등 매우 현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성질’은 그 전쟁의 존재 양상을 말한다. 즉,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 기본적 자세나 인식의 틀에 의해 규정된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존의 오래된 전쟁들과 ‘성질’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저자는 이 전쟁이 어떠한 점에서 새로우며 어떠한 점에서 새롭지 않은지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이론을 폭넓게 오가면서 규명해낸다.

저자는 “이 전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끝나든 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장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투쟁”이라고 말한다. 이는 테크놀로지가 발달하고 비군사적 투쟁 수단을 사용하는 ‘새로운 전쟁’의 시대가 대두했다 하더라도 ‘오래된 전쟁’에 대한 대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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