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AI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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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AI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9.25 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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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리바이어던: 기후위기와 AI 시대에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 마크 코켈버그 지음 | 김동환·최영호 옮김 | 씨아이알(CIR) | 276쪽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통제에 관한 핵심을 짚어주고 자유의 문제와 자유주의의 한계도 함께 논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과거 전통적인 정치 철학 연구를 논거로 기술과 환경의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주장을 펼친다. 과연, AI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의 정치적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까? 이 책은 명확하지만 풀기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은 문제를 심사숙고한다.

기후변화와 AI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뛰어나온 돌연변이가 아니다. 오랜 기간 쌓이고 축적된 결과적 현상이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은 첨단기계나 로봇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개개인들이 선택할 자유의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저자 마크 코켈버그는 기후변화와 AI 위기가 초래할 숱한 위험과 그 영향을 떠올리며 우리가 예시할 수 있는 자유의 의미와 한계를 파고든다. 하나는 구속받지 않는 절대적 자유의 개념에 기초한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높은 형태의 통치 필요성에 역설하는 권위주의 정치의 한계이다. 인간의 선택과 자유의 한계에 천착한 결과, 저자는 구속받지 않는 자유는 부정적 효과의 악화를 초래할 뿐이고,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다른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글로벌 거버넌스 형태의 집단행동이다.

저자는 자유와 AI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3의 길로 여긴다. 그러면서 인간의 환상이 만들어낸 오래전 상상의 동물을 상기시킨다.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를 가르는 해협에 사는 바다 괴물 스킬라(Scylla)와 카리브디스(Charybdis)이다. 스킬라는 원래 아름다운 요정이었다가 흉측한 바다 괴수로 변한 것이고, 카리브디스는 바닷물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뱉으며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만드는 존재이다. 선원들은 멕시나 해협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이 두 바다 괴물의 손아귀를 벗어나야 한다. 

기후변화와 AI 위기 상황에 직면한 저자는 권위주의의 스킬라와 급진적 자유주의의 카리브디스라는 두 바다괴물 사이를 무사히 항해하기 위한 취지에서 자유와 AI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제3의 길로 구성한 것이다. 그는 자유가 적극적이고 관계적 기율이라면, AI는 공산적 기술로 인식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추구하는 자유와 AI는 해방과 민주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관계적 기율 아래 시적-정치적 프로젝트에 통합됨으로써 더 포괄적인 집단과 새로운 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게 된다. 

저자는 역동적인 확장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에 대한 서양식 개념의 역사를 일별한다. 이 역사는 자유에 대한 소극적 개념에서 적극적 개념으로의 단계적 전환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원칙, 가치, 비인간 같은 존재도 포함된다. 자유 개념을 넓히는 동력은 거꾸로 권위의 개념을 축소시키는 동력과 결합되어 자유와 권위라는 두 개념에 대한 급진적 해석의 부정적 영향을 벗어나게 한다. 이것은 저자가 역점을 두는 관계적이면서 적극적인 자유에 대한 개념이 인간, 정부, 동물 등 다른 모든 것들도 가능한 위협일 수 있는 자유를 너무 세세하게 해석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자의 자유 개념은 이런 다른 것들도 개인의 자유를 구성하는 일부이며, 반드시 자유를 위협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저자는 우리가 자유의 의미를 넓히고 권위주의적 선택만 하거나 정의와 평등 등 다른 원칙들을 활용하는 데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에서 우리가 집단행동을 하거나 협력하는 것 외에도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더 나은 조건을 만드는, 긍정적이며 관계적 의미의 자유 개념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단편적인 자유주의와 오만한 테크노 솔루션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이 책은 오늘날 직면한 글로벌 위기에 대한 덜 징후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한편, AI를 활용하여 보다 새롭고, 보다 포용적인 정치 집단을 결집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공동체 건설과 창조적 참여 가능성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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