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조선인 학살 100주기, 우리가 마주해야 할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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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조선인 학살 100주기, 우리가 마주해야 할 과제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9.25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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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 민병래 지음 | 원더박스 | 288쪽

 

2023년 9월 1일은 간토(關東)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수천의 조선인이 참살당한 이 비극은 아직까지도 사죄는커녕 진상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학살에 정부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해방 후 지금까지 일본에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지 않고 외면했다. 해마다 돌아오는 9월 1일에 추도문 한번 발표한 적이 없었다. 간토대학살은 긴 침묵 아래 덮여 있다.

이 책은 간토대학살의 전모를 다각도로 보여 주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에서 조선인 대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9명의 이야기를 엮고 있다. 그들이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① 학살의 진상규명
② 학살을 왜곡, 부정하는 이들과의 싸움
③ 일본에 국가의 책임을 묻다
④ 기록과 기억, 그리고 계승

1923년 간토 조선인 대학살은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에서 비롯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적대감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일본 내에서, 민간인이며, 당시 일본 제국의 국민인 조선 사람을 상대로, 군대, 경찰, 자경단이 합세해서 저지른 식민지 시기 최악의 범죄였다. 일본인들도 이를 부끄러워하며 추모와 진상규명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일본 정부도 외면하고 회피할 뿐 학살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증거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간토대학살이 ‘극우로 향하는 일본의 급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일본은 과거사를 부정하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간토대학살은 일본인도 부끄러워하며, 부정하지 못하는 명백한 범죄다. 간토대학살의 비극을 일깨움으로써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지배의 그릇됨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걸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간토대학살은 미래의 평화를 위해 한일 양국의 시민들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다. 

 


■ 백년 동안의 증언: 간토대지진, 혐오와 국가폭력 |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80쪽

 

이 책은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일본의 혐오사회와 국가폭력에 맞서온 한·일 작가와 일반 시민들의 기록이다. 김응교 저자가 지난 20년 동안 간토대지진 관련 장소를 답사하고 여러 증인을 만나며 문헌을 연구 정리한 책으로, 반일(反日)을 넘어 집단폭력에 맞서는 두 나라 시민의 연대를 제안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백년 동안 조선인 학살로 이어진 간토대지진을 끊임없이 삭제하려 했지만, 이 책은 의도적인 ‘삭제의 죄악’에 맞서 ‘기억의 복원’을 말한다. 이것만이 같은 비극을 막는 길이며, 한일 양국의 새로운 백년을 위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사건’에서는 지진이 어떻게 인재로 전개되는지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2장 ‘15엔 50전’은 쓰보이 시게지(壺井繁治)의 장시(長詩) 「15엔 50전」을 국내 초역으로 수록하여 선보인다. 3장 ‘증언’에서는 이기영, 김동환, 구로사와 아키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드라마 ‘파친코’ 등 여러 작품을 통해 간토대진재를 다룬 작가와 감독의 증언을 전한다. 4장 ‘진실’에서는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책임을 촉구하는 일본의 개인과 모임을 소개한다. 5장 ‘치유’에서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삭제와 왜곡으로 시달리는 가해자 모두의 치유를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일본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본에도 아시아에 저지른 백년의 과거를 괴로워하는 일본 시민, 작가, 학생 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이 어느 정도 사죄한다 해도 충분하지 않은 큰 범죄를 한국에 범했다. 게다가 아직 한국인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라고 했다. 소수이긴 해도 일본 내에도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지식인들이 있기에 단순한 반일은 위험하다.

우리는 집단적 광기라는 것이 망상(妄想)에 불과하다는 뚜렷한 기억(記憶)을 새겨야 한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고 군인 위안부 문제나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시정하려는 일본 시민 단체와 연대하고, 한국과 일본의 양심 세력·연구자·작가들이 ‘우리’가 될 때 분노와 애정을 넘어 국제 연대의 숙제는 그 만남의 자리에서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저자는 일본 정부가 변할 수 있을까 묻는다. 그 가능성이 0%라고 해도 일본 정치인들의 변화를 기대하고 모든 매체를 통해 바른 말을 하는 정치인을 격려하고, 잘못된 판단을 세뇌시키려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멈추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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