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교육, 되고 싶은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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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교육, 되고 싶은 스승
  • 박성준·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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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 단상]

우선, 제가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기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솜씨가 뛰어나지 않은 저인지라 제가 교수로서의 글을 적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기도 했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니 오히려 경험이 적은 지금이 더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험이 아직은 많지 않은 신임 교원이 멋모르고 쓴 포부와 저돌성이 담긴 글이, 오히려 교수님들께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 수줍게 타이핑을 시작해 봅니다.

대학지성에서 초청을 받고 나서, 한동안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수가 하는 일을 보통 연구, 교육, 봉사로 나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최근에 특히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공계 출신으로써 임용이 되기 전까지는 막연히 교수는 주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학교에 오고 나니 그게 아니더군요. 오히려 교수는 스스로 실험을 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그 시간을 후세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거나,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투자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러한 교육자로서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이 글에서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그저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과 원하는 방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동료’와 같은 스승이 되고자 합니다. 처음에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수업 때 제가 버벅대면 굉장히 창피해하고,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니 학생들도 그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더군요. 오히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학생들과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진정한 교육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업이나 연구 미팅 중에 서로가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토론하고, 해결책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그에 대해 학생들과 터놓고 함께 고민해보는, 그런 교육을 하려 합니다. 어떤 글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연인보다 함께 가야 할 곳을 바라보며 걷는 연인이 더 행복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교수와 제자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그 끝을 향해 끊임없이 대화하며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제간의 모습입니다.

물론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이 학생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경험 측면에서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학위 중 조금 특이한 길을 걸어온 편인데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꿈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뜻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저는 학부(기계)와 박사(전자), 박사후연구원(재료), 그리고 현재 소속된 학과(바이오)가 모두 다릅니다. 요즘에는 이런 융합적인 경험을 통해 응용 분야의 끝단에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꽤나 많이 있지만, 정작 자신이 학위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러한 길을 걷는 것이 매우 두렵다는 것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잘 모르는 새로운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막막할 것이고, 또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을 때 짊어질 리스크가 두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괜찮다고, 너무 무서워하지 않고 가고 싶은 길을 걷다 보면 결국 꿈을 이룰 수 있을거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저는 대학에서는 교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습니다. 언젠가부터 대학은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부담을 주는, 그래서 즐거울 수 없는 곳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학문은 연구자가 즐길 때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읽고 싶은 글을 마음껏 읽고, 하고 싶은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무언가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서 얘기 드렸듯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인 만큼 제가 너무 현실성이 없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생각이 그리 깊지는 않더라도, 현재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만은 앞으로도 잃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께도 이 기회에 이 결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을 드리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성준·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MIT 기계공학과 석사, 동 대학원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 재료과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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