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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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9.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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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역사: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 존 서덜랜드 지음 |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400쪽

 

우리는 왜 문학을 읽을까? 무한한 상상력과 지성으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문학은 역사 속에서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존재해왔다. 고대에는 신화와 서사시로, 중세에는 신비극으로, 인쇄 혁명 이후에는 종이책으로, 그리고 현대에는 전자책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 이러한 수천 년간의 변화 속에서도, 정치·사회·문화·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이 엄청나게 진전했는데도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문학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작품 속 배경과 전개 방식이 이질적이고,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허구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이야기에 빠져들어 슬퍼하거나 웃음을 터뜨린다. 왜 그럴까? 

문학의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하면서도 근원적인 질문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 속에는 문학을 둘러싼 수많은 궁금증과 논쟁이 내포되어 있다. 문학의 기원부터 변화 과정, 역할, 가치 또는 효용성, 형태, 방식, 미래 등. 이처럼 드넓고, 복잡하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문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유효적절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써내려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대 언어로 쓰인 서사시부터 최신 베스트셀러까지, 그리고 시대별 문학에 영향을 준 여러 분야의 사상적 흐름과 사건들, 작가의 성장 배경과 사적인 이야기,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 등등을 꿰뚫어봐야 할 뿐만 아니라 주요 문학 작품을 직접 읽어 자신만의 관점을 명확히 정립해야만 문학의 역사를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존 서덜랜드의 말에 따르면 문학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연결 통로가 되어준다. 최고의 문학은 세상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과 감수성을 확장시켜 복잡성을 더 잘 다룰 수 있도록 한다. 문학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중요한 맥락을 짚어주는 문학의 역사를 개괄할 필요가 있다.

4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전체적인 문학의 흐름을 따르면서 주요 작품과 작가들의 활동상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문학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환경도 함께 언급한다. 고대 신화와 서사시, 그리스 비극, 중세의 신비극 등 구술 문학에서 인쇄 혁명이 일어나고 현대적 형태의 극장이 등장하면서 문학의 세계는 급변했다. 대중 시장을 위한 책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상업적인 출판업이 시작되고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소설 또한 자본주의가 등장한 것과 같은 시대, 장소에서 등장했다. 그 출발점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로, 본격 서사 전통을 대면하게 된다. 현실과 환상을 혁신적으로 뒤섞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이후 몇 세기 동안 등장할 수많은 소설을 위한 길을 열었다.

전쟁과 혁명 같은 세계사적 사건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문학에 영향을 주었다. 기원전 8세기경의 작가 호메로스는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서 그리스와 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룬다. 유적지가 발굴되면서 실제로 벌어진 전쟁으로 알려졌지만, 이 두 시는 ‘신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 서사시에 드러난 신화적 사고는 오랫동안 살아남아 여러 작품에까지 촘촘히 엮여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제프리 초서의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로, 「일리아스」를 가져다가 사랑 이야기로 바꿔놓았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D. H. 로렌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거트루드 스타인 등 영국과 미국의 많은 작가는 본국에서 결코 출판할 수 없는 작품을 파리에서 출판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1922년 파리에서 책 형태로 처음 출판되었고, 미국에서는 11년 뒤인 1933년에 재판을 거치고 나서 처음으로 출판되었으며, 영국에서는 1936년에야 『율리시스』에 대한 출판 금지가 해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주네 같은 위대한 프랑스 작가들이 모국을 점령한 독일을 알레고리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을 시도했다. 그 예로 카뮈의 『이방인』과 사르트르의 「닫힌 방」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많은 영시가 쓰였는데, 재능 있는 시인들이 참전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

문학의 역사는 곧 작가들의 계보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문학이 작가를 갖게 된 시작점이 14세기 말, 즉 「캔터베리 이야기」를 쓴 제프리 초서라고 말한다. 영문학 최초의 영웅 서사시로 일컬어지는 「베오울프」를 비롯해 그 이전의 작품들은 누가 지었는지, 창작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한 사람이 지었는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등이 불명확해서 추측에 근거할 따름이었다. 이후 중세의 신비극과 셰익스피어 시대를 거쳐 18세기에 디포를 비롯해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 조너선 스위프트, 로렌스 스턴의 작품에서 다양한 서사가 구현되었다. 또한 문학 생산 장치가 진보하고 여러 작품이 활발하게 발표되는 시기에 등장한 새뮤얼 존슨은 문학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요소를 소개하는 한편, 단어의 의미 변화와 모호성을 추적함으로써 문학비평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문학의 역사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 지점은 1789~1832년에 쓰인 문학을 일컫는 ‘낭만주의’다. 키츠, 워즈워스, 바이런, 콜리지, 셸리 등이 주도한 낭만주의는 프랑스 혁명과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데올로기’를 중심에 둔 최초의 문학 운동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문학이란 무엇이고, 문학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지를 광범위하게 재정의하려 했다. 따라서 낭만주의는 문학을 쓰고 읽는 방법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일대 혁명과도 같은 사조였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의 ‘변화’는 이 책의 기저에 놓인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20세기 이후의 문학은 장르의 세분화와 매체의 다양화, 국경 없는 세계문학, 독서 대중의 영향력 확대와 적극적인 참여 등으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학 작품의 각색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더 가속화하고 있는데, 새롭게 해석되고 구성되는 영화나 드라마, 디지털 콘텐츠가 원작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주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몇백 년에 걸친 통신의 성장과 국제 무역, 특정 ‘세계어들’의 지배는 작가와 독자가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작가는 전 세계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쓰고 독자는 작가와의 대화, 독서 모임 등 새로운 소통의 길을 갈망하게 되었다. 

한편 출판 산업은 문학 소비자인 독자의 취향을 최대한 알아내기 위해 정밀한 시장조사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 세계적인 주요 문학상이 문학의 발전과 독자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업화를 지향하는 대중문학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번역본이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까지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지 등도 흥미로운 논쟁거리다.

문학의 미래는 세 가지의 기본 조건에서 가늠하게 될 것이다. 문학의 범람이라는 환경적 변화, 다감각으로 즐기는 문학의 향유 방식, 저자와 독자의 구분이 사라지고 인터넷 ‘팬픽’의 폭발적 성장과 같은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포장이다. 물론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그만큼 우리는 선택지가 많아졌고, 원하는 문학을 무한정 얻을 수 있다. 이것은 과연 문학에, 또는 우리에게 좋은 일일까? 저자는 문학의 지평이 확장되고 독서 대중이 더 많아질수록 문학은 더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문학과, 문학을 업으로 삼는 사람과 문학 참여자들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문학이 지닌 ‘유대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문학이 공동의 것인지를 탐색한다. 또한 문학이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위대한 문학 작품은 왜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무언가가 샘솟는지, 무엇이 우리를 문학의 세계로 잡아끄는지 등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이다. 문학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진진하며, 좋든 나쁘든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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