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끈질긴 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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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향한 끈질긴 희구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9.1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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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현대사: 폭력과 부정의를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 | 나카니시 요시히로 지음 | 이용빈 옮김 | 한울아카데미 | 296쪽

 

미얀마는 의회 민주주의하에 2011년부터 민주화, 자유화, 시장경제화, 세계화 시도를 거듭했지만, 2021년 군사 쿠데타는 이러한 시도를 좌절시켰다. 2023년 8월 현재 쿠데타로 실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는 비상사태를 연장하고 총선거를 지연시키고 있다.

2021년 쿠데타 이후 우리는 미얀마 전국으로 확산된 시민의 저항운동에서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깊고 꺾이지 않는 바람과 이를 진압하는 무차별적 국가 폭력을 목격한 바 있다. 미얀마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지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냉철한 현실 진단, 조심스러운 전망과 함께 애정 어린 제언을 제시하고 있다.

아웅산수찌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이 총선거에서 대승을 거쳐 정권을 수립한 것은 2016년 3월 30일의 일이다. 1988년부터 28년 동안 계속되었던 민주화 세력의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민주 정권의 발족은 세계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동시에 미얀마는 아시아 최후의 프런티어로서 경제적 잠재력을 주목받기도 했다. 2020년 11월 8일 총선거에서 NLD는 또다시 대승을 거두었지만, 3개월 후 2021년 2월 1일, 미얀마군은 실질적 최고 지도자인 아웅산수찌를 구속한다. 미얀마군은 총탄 한 발도 쏘지 않고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군은 2020년 총선거에서 NLD의 부정 행위를 주장했다. 이렇게 쿠데타로 실권을 차지한 미얀마군 총사령관 민아웅흘라잉은 2023년 7월 31일 또다시 비상사태 선언을 6개월 연장한다고 밝혔고, 이로써 예정되었던 총선거도 연기되었다.

2021년 미얀마 정변이 특이했던 것은 쿠데타 이후 시민의 저항운동이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게다가 저항하는 시민을 향해 군이 가차 없이 실탄을 발포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분명했던 것은 평화적인 시위에 허용되는 강제력의 행사 범위를 초월했고, 미얀마군은 여전히 위기관리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목격했지만 그토록 바라왔던 바와는 달리 반헌법적 비상사태 연장이라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시민에게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군은 미얀마의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아웅산수찌는 왜 쿠데타를 막지 못했던 것일까? 민주화 세력에게 승산은 있을까? 국제사회는 사태를 왜 수습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앞으로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이 책은 혼란한 미얀마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보기 위해, 우선 미얀마 현대사의 기점을 1988년으로 종착점을 2021년 정변으로 삼아, 약 35년간 미얀마 정치, 경제, 사회의 변용을 살펴본다. 오랜 군사정권의 독재 이후 2011년부터 추진되었던 민주화, 자유화, 시장경제화, 세계화 시도를 2021년 쿠데타가 좌절시켰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쿠데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수 없고 새로운 시대로 돌입하기에도 모호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본격적인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은 1988년 대규모 반정부 운동 이후 군부와 민주화 세력으로 양분된 구도가 성립된 이후 두 세력이 대립하면서 발생했다. 특히 이 책 제4장에서 아웅산수찌 정권의 실태를 살펴볼 수 있다. 총선거를 통해 2016년 성립한 아웅산수찌 정권은 미얀마 민주화의 커다란 진전이었지만, 동시에 장기간 정적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시작이기도 했다. 아웅산수찌는 2021년 정변 전까지 약 5년간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에 실패했을까?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관점만으로는 지금의 미얀마가 지닌 난제를 파악할 수 없다. 미얀마는 근대국가 건설 초기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향후는 어떻게 될까? 비상사태의 종식 후 군사정권이 다시 통치하게 된다면 난항을 겪을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저항 세력이 불러일으킬 만한 혁명적인 변화의 움직임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정세 불확실성은 재정 악화를 불러오고, 곧 통화 가치 하락 및 물가 상승이 진행된다. 저성장으로 인한 경제 불안은 또 다른 시위로 이어질 것이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얀마는 로힝야 위기를 비롯한 소수민족 무력 분쟁이라는 문제 또한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무력 분쟁의 피해는 인근 국가로 도피하는 피란 행렬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에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적기 때문에 간접적인 방식의 제재를 가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입이 아닌 지원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악순환을 직시한 저자의 냉철한 현실 분석과 조심스러운 제언은 어슴푸레하지만 미얀마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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