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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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이론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9.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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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 세계에 대한 관점을 뒤바꾼 가장 유명한 이론의 탄생과 발전 | 김재영 지음 | 현암사 | 352쪽

 

뉴턴이 완성한 고전 역학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사고방식의 완전한 전환을 가져온 상대성이론. 현대 과학과 기술, 우주론을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 이론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그 중요성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갖는 대상이기도 하다. 상대성이론은 단순히 과학뿐 아니라 사회 문화 철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상대성이론을 모르고서는 이 세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현대인의 사고체계를 제대로 파악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저자 김재영 박사가 상대성이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또 그 핵심은 무엇인지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과 물질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이론이며 과학이론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이론인 만큼 역사적 문화적으로 좀 더 풍부한 맥락에서 다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대성이론이 어떤 경로로 발전되어 왔는지 역사적인 전개를 살펴보며, 이 놀라운 이론이 사상사에 어떤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는지 다룬다. 

어떤 이론이든, 그것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쌓여온 여러 지식들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상대성이론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는 우선 17세기 자연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뉴턴 역학의 힘과 물질 문제, 질량의 개념을 짚고, 라이프니츠와 클라크의 공간에 관한 논쟁을 살펴봄으로서 상대성이론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러한 과학적 배경 속에서 ‘기적의 해’라 불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름 그대로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통용되는 한계가 있는 이론이었다. 10여 년의 연구 끝에 아인슈타인은 결국 모든 좌표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 이론으로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민코프스키 시공간,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리만 기하학을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차례로 소개하며,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힐베르트와의 경쟁 이야기도 살펴본다. 특히 힐베르트의 경우 사실상 아인슈타인보다 한 발짝 먼저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저자는 그런 이유로 ‘힐베르트-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이라고 부르는 게 정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상대성이론의 전개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이 책의 미덕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이룬 성과에도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이다. 힐베르트 같은 경우는 중력장 방정식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유명한 수학자였지만, 상대성이론의 발전과 증명, 전파 과정에서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공헌자들이 많다.

우주에 떠 있는 망원경 이름으로 유명한 허블은 1929년 은하들이 모두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바로 외부 은하의 후퇴 속도는 거리에 비례하여 커진다는 허블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실 이 법칙은 이미 2년 전 벨기에의 사제이자 물리학자인 조르주 르메트르가 발표한 바 있었다. 르메트르는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을 통해 팽창하는 우주를 나타내는 풀이를 완전하게 제시했는데, 프랑스어로 된 이 논문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2018년에 이르러서야 국제천문연맹에서 ‘허블의 법칙’이라는 이름 대신 ‘허블-르메트르의 법칙’으로 변경하는 제안이 통과되었다.

허블은 또한 윌슨산 천문대에서의 관측을 통해 위의 발견을 했는데, 당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천문대 잡역부로 고용되었던 밀턴 허머슨은 천문 관측 기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620여 개에 달하는 은하의 사선방향 속도를 정확히 관찰하여 측정한 허머슨의 도움이 없었다면 허블의 법칙은 증명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오만한 성격이었던 허블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동료를 무시하며 그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

저자는 과학의 발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 과학자들에게도 조명을 비춘다. 당시 대학에서 천문학이나 수학을 공부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한 많은 여성들이 저임금으로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에서 관측과 계산 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중 헨리에타 스완 리빗이라는 관측천문학자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연구하여 그 주기와 광도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는데, 이 발견은 허블 연구의 근간이 되고 천문학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업적이었다. 그러나 리빗은 그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사람들은 스타에 열광하고, 극적인 스토리에 곧잘 주목한다. 그러나 과학에서 잘 알려진 발견들도 사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법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이론들이 경쟁하고 관측을 통해 입증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또 새로운 이론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견이 분분한 경우도 많다. 이 책은 인류의 가장 놀라운 업적으로 꼽히는 상대성이론의 태동과 탄생, 발전과 전파 과정을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놓친 많은 부분들을 되짚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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