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상황과 지역대학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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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상황과 지역대학의 운명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3.09.1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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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갈수록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역대학의 현실이 이번 202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마감한 2024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는 서울지역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대부분 상승했지만, 지역대학의 경쟁률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대에 원서를 낸 수험생은 1만9,246명(모집인원 2,177명)으로 전년도 1만4,078명(모집인원 2,052명)에 비해 5,168명 증가했다. 그리고 성균관대는 7만1,872명이 지원해 30.7대 1의 경쟁률을, 중앙대는 7만463명이 지원해 33.6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건국대는 4만9,820명이 지원해 25.83대 1의, 경희대는 4만2,156명이 지원해 27.43대 1의, 고려대는 3만3,501명이 지원해 12.92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런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지역대학들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경북대 12.39대 1(전년도 14.28대 1), 부산대 10.41대 1(전년도 13.13대 1), 충북대 8,59대 1(전년도 9,59대 1) 전북대 7.07대 1(전년도 8.19대 1), 전남대 5.85대 1(전년도 6.3대 1) 부경대 7,03대 1(전년도 7,48대 1) 등을 기록했다. 소위 지역의 중요 국립대학으로 일컫는 대학들의 수시 경쟁률이 이 정도면 지역의 다른 대학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대학의 경쟁률 하락은 결국은 신입생 모집에서 입학정원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결과로 귀착된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지역대학 운영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산지역의 고신대학은 이미 보여주었다. 학교재정이 바닥나 교직원들의 급료를 제때 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대부분의 지역사립대학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에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에서 그래도 우수한 고등학생들이 거의 수도권 대학으로 입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역대학들은 이러한 우수학생들을 수도권 대학에 다 빼앗기고 나머지 학생들로 정원을 채우고 있는 현실이다.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역대학의 미래를 어렵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의 입학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져 있는 학력주의와 출세주의의 강고함 때문이다. 서열화되어버린 우수대학을 졸업해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좋은 직장에 진입하기가 유리하다는 일상화된 한국사회의 공고한 삶의 방식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국가가 어느 한 지역에 모든 것이 편중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결코 건강한 나라의 모습은 아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머리만 살아 있는 과분수가 되어 있는 괴물로 변한 지 오래 되었다. 손발인 지역들은 손발로 이어지는 혈관들이 경색되어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라는 몸 전체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분명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의 수도권 편중은 결국 나중에는 자신의 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신시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방시대를 표방하고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안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지나지 않는다. 라이스나 글로컬 사업도 지역대학에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을 해야 그 시작과 과정이 온당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수학생 없는 지역대학에 정부의 세금을 아무리 많이 퍼부어도 그 결과는 깨어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는다. 결코 화려한 무지갯빛 색깔의 청사진처럼 하루아침에 지역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다. 문제는 역량 있는 인재를 지역에서 키우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통해 지역 소멸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정원을 줄이는 과감한 대학 개혁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정원 줄이기의 주 대상은 지역대학이었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정원의 구조조정은 지역대학만의 몫이 아니다. 학령인구의 감소비율에 따라 모든 대학들이 공평하게 그 짐을 나누어 져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짐을 지역대학만이 지고 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현재의 입장에서는 수도권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서 정원을 줄이고, 그 정원의 숫자만큼이라도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지역대학에 입학하여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2024학년도 대학 수시 입학생들의 지원 현황을 바라보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지역대학의 뼈아픈 현실을 메아리 없는 절규로 대신한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및 고신대 석좌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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