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정원, 인문·사회·자연계열 크게 줄고 의약·공학계열은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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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정원, 인문·사회·자연계열 크게 줄고 의약·공학계열은 늘어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09.1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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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육연구소, 2003~2022 대학 입학정원 변화 분석
- 의약계열 147% 증가·인문계열 19% 감소 `대조’
- 정부, 기초학문 육성 대책 마련해야

 

지난 19년 동안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자연계열 입학정원은 크게 감소한 반면 의약·공학계열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14일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는 '2003~2022년 계열별 대학 입학정원 변화'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인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공시된 각 계열별 입학정원을 연도별로 비교·분석했다.

 

□ 대계열별 입학정원 변화

ㅇ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2003년 대비 2022년 1만여 명 감소해, 감소율이 21.6%로 가장 컸다. 이어 사회계열 19.0%, 자연계열 17.5%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체 입학정원에서 인문·사회·자연계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54.6%, 2012년 52.2%로 감소하다 2022년 46.3%로 절반 미만이 됐다.

ㅇ 반면, 공학계열 입학정원은 3,907명(4.5%), 의약계열은 15,725명(147.0%) 증가했다. 전체 입학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 공학계열이 2003년 26.4% → 2022년 29.0%, 의학계열이 3.3% → 8.8%로 증가했다.

ㅇ 교육계열은 4.6% 감소했는데 전체 입학정원 감소율과 비슷했다. 예체능계열은 큰 변화가 없었는데 2003~2012년 기간에 증가한 정원만큼, 2012~2022년 기간에 감소했기 때문이다.

□ 중계열별 입학정원 변화

ㅇ ‘인문계열’은 19년간 10,179명 감소했는데, 감소 인원의 90%가 언어·문학계열이었다. 2012년부터 2022년 사이에 집중됐는데, 이 기간에 충원율과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와 평가 결과에 따른 정원 감축이 본격화해 언어·문학 상당수 학과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ㅇ ‘사회계열’은 19년간 16,334명 감소했다. 절반은 법학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전환한 대학의 학부 정원이 대학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경영·경제는 2003년부터 9년간 4,215명 증가했으나 이후 10년간 18,677명 감소했다.

ㅇ ‘교육계열’은 2012~2022년 기간에 전 계열에서 입학정원이 감소했다. 출생인구 감소 영향으로 관련 학과 정원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계열’에서는 수학·물리·천문·지리 정원 감소가 눈에 띈다. 2003년 17,638명에서 2022년 8,932명으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ㅇ ‘공학계열’은 대부분  증가했는데, 감소한 컴퓨터·통신도 2003년부터 9년간 9,038명 감소하다 이후 10년간 2,988명 증가했다. ‘의약계열’은 간호와 치료·보건 관련 입학정원이 19년 동안 3.8배 늘어난 반면, 의료 관련 입학정원은 의대 정원 동결 등의 영향으로 1.3배 증가에 그쳤다.

ㅇ ‘예체능계열’은 2003~2012년 증가하다가 이후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19년간 디자인계열(1,692명)에서 가장 많이 늘고, 미술·조형계열(2,140명)에서 가장 많이 감소했다.

 

□ 소계열(학과)별 입학정원 변화

ㅇ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학과 20개 중 13개가 의약·공학계열이었다. 에너지공학, 자동차공학은 10배 이상 증가했고, 응용소프트웨어공학도 6배 이상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등의 영향으로 간호학, 재활학, 보건학, 의료공학과 입학정원도 3~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ㅇ 입학정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학과는 정보·통신공학과(16,081명 감소)였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중심의 벤처 붐에 따라 2003년 22,874명까지 입학정원이 늘었으나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꾸준히 감소했다. 경영학과도 취업률 등의 영향으로 2013년 27,816명까지 정원이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이 외에도 자원학(2,076명), 환경학(1,618명), 물리·과학(1,306명) 등 자연계열, 종교학(2,057명), 기타 유럽어·문학(1,797명), 기타 아시아어·문학(1,480명), 영미어·문학(1,134명) 등 인문계열 학과의 정원 감축이 눈에 띈다.

 

□ 정부, 기초학문 육성 대책 마련해야

임희성 연구원은 "지난 19년간 기초학문 관련 인문·사회·자연계열의 입학정원은 감소하고 실용학문인 의약·공학계열은 증가했다"고 요약했다. 임 연구원은 이 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대학 스스로 학령인구감소와 발전계획에 따라 선택한 측면이 있겠지만 정부 정책에 의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한 측면도 큰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취업률과 충원율을 주요 지표로 반영하고, 특정 사업에서는 산업 수요가 많은 분야의 정원을 늘리게 함으로써 학과 구조조정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했다. 이로 인해 취업률이 낮은 인문, 사회, 자연계열 관련 다수 학과는 구조조정 주 대상이 되어왔다.

임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취업 중심의 학과 선호가 심화되고 있어 기초학문 관련 학과는 이후에도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학문의 뒷받침 없이는 여타 학문 발전도 한계가 있는 만큼 기초학문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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