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먹방’의 시대...음식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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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먹방’의 시대...음식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의 역사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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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27개 주제로 보는 음식 연구 | 제프리 M. 필처 (엮음) 지음 | 김병순 옮김 | 주영하 감수 | 따비 | 848쪽
 

음식은 그 자체로 학문적 연구 주제뿐 아니라 대중에게 자본주의, 환경, 사회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책은 음식이 학문의 대상이 된 이후의 음식의 역사, 맛의 역사의 연구 성과를 분야별로 갈무리하고 이후의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음식학 연구의 에센스라 할 수 있다.

고대 중국 철학 문헌에서 맥도날드 메뉴판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1차 자료와 혁신적인 2차 자료들로부터 학문적·시대적·지리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연구방법론을 통해 음식·문화·사회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연구 방향까지 제시한다. 책에 실린 5개 섹션(음식의 역사, 음식학, 생산수단, 음식의 전파, 음식 공동체) 27편의 글은 음식과 관련한 역사기록학, 분과적 접근법, 생산, 유통·전파, 소비 등의 분야에 걸쳐 있는 반면 학제적, 연대기적, 지리적 경계를 넘나든다. 특히 농업과 환경의 문제를 역사기록물로서의 요리책을 통해 찾아내고, 인간의 이주 문제를 현대의 음식관광과 함께 다루고, 종교적 관습의 문제를 사회적 행동주의와 병치하는 식으로 물질적·문화적·지적 관심사들을 고루 다루고 있다.

필진에는 켄 알바라, 워런 벨라스코 등 현존하는 최고의 음식사학자, 요리사학자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 역사학자, 인류학자, 민속학자, 지역학자, 지리학자, 요리학자, 영양학자, 사회학자, 종교학자 등이 망라돼 있다. 이들은 일관성 있게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이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음식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책은 음식 연구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북미와 유럽의 음식학 연구사를 다루는 만큼 서구 학계의 연구 성과와 동향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에 번역·출간된 관련 서적들의 정보를 수록하고, 본문에 상세한 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본문의 27개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지금까지 한국의 음식학 연구 현황 및 전망을 정리한 해제를 실었다. 주교수의 글은 독자들에게 이 책의 주제들을 온전히 소화하게끔 돕는 길라잡이 역할을, 국내의 음식학 연구자들에게는 28번째의 독립된 꼭지로서 '한국에서의 비판적 음식학 연구'의 방향 설정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주 교수는 “매일같이 대하는 식탁 위의 음식과 돈만 있으면 사들일 수 있는 시장의 식품이 우리의 입에 들어오기까지 결코 단순한 과정을 거치지 않음을 이해시켜주는 논문들로 이 책이 구성돼 있는 만큼 ‘낭만적인’ 음식인문학 관련 서적을 즐겼거나 ‘먹방’의 최전선에 서려고 하는 사람들도 꼭 이 책을 읽고 소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은 폭넓고 학제적인 시각으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관심사 중 하나인 음식에 대해 권위 있고 참신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발품 팔아 알아낸 맛집 앞에서 번호표를 받아 긴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듯, 글을 읽다 맛보는 식재료들을 ‘구글링’ 하는 ‘머리품’ 파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음식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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