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의 시대, 진보-좌파의 주체 형성과 이행 전략 모색하는 계간지 〈더레프트〉 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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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 진보-좌파의 주체 형성과 이행 전략 모색하는 계간지 〈더레프트〉 창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9.12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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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레프트: 2023 창간준비 2호』 (더레프트 편집위원회, 첨글, 236쪽, 2023.08.25.)

 

위기의 시대, 진보-좌파의 전망을 찾는 계간지 <더레프트>가 창간된다. 작년 창간준비호 발간에 이어 1년 동안의 성찰 시간을 가진 뒤 이번에 창간준비 2호가 발간됐다.

배성인 <더레프트> 편집위원장은 지난해 창간준비호에 부쳐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자본주의 위기, 팬데믹 위기, 기후위기 등 위기가 넘쳐나는 속에서 자본과 국가는 제국주의 경쟁, 지정학적 경쟁, 기술 경쟁을 무차별적·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세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는 여전히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현실사회주의’가 남긴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사회주의라는 용어의 사용조차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진보-좌파’가 발행하고 운영하는 매체와 사이트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 ‘조직 내부용’ 차원으로 일방통행식 전달에 그치고 있다. 상호 의미 있는 교류나 논쟁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는 현재 '진보-좌파' 운동이 놓인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진보-좌파' 운동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진보'와 '좌파' 사이도 그것이 운동 차원이든, 소통 차원이든을 막론하고 사실상 단절되어 있다. '좌파'는 '진보'에 대한 개입을 포기한 상태이며, '진보'는 애초부터 '좌파'를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이는 결국 전체 ‘진보-좌파’의 정치력을 약화시키고, 그 각각의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실천과 이론 모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매체인 〈더레프트〉를 창간하고자 한다.”

 

                배성인 편집위원장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전환의 절실함이 인식됐다. 그래서 진보-좌파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전환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레프트>는 대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진보-좌파의 주체 형성과 이행 전략을 만드는 것을 발간 취지로 한다.

배성인 편집위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동인지나 정파지를 지양하고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는 〈더레프트〉는 “1) ‘진보-좌파’ 사이의 연대연합정치를 촉진하고, 2)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수행하며, 3) 새로운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와 ‘진보-좌파’ 운동의 재편을 추동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번 ‘창간준비2호’의 특집 주제는 <진보-좌파와 정치>이다. 

• 첫 번째 글은 배성인의 「진보정당의 전면적 혁신과 재구성」이다. 그는 진보진영이 현재 매우 고립되어 있고 배제된 상황에서 자구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절망적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일곱 가지의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그는 반윤석열 전선은 진보진영에게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면모로 혁신해서 돌파하는 방법 외에는 출구전략이 없다고 일간하고 있다.

• 두 번째 글은 고민택의 「진보-좌파의 과제와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 추진모임’」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중경선을 통한 진보-좌파 대선 단일후보 선출’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및 ‘진보-좌파 사이의 연대연합’을 제안한 일련의 활동가들이 모여서 만든 논의 테이블이 이른바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 추진모임’이다. 이들은 진보-좌파 정당이 연대연합을 바탕으로 선거에 참여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진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총선에서 새로운 정치적 전망을 현실화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 다음 특집 글은 조상수의 「노동자계급 정치세력화와 민주노동 정치방침」이다. 필자는 민주노총당을 우선 창당하고 이를 중심으로 제 진보정당과의 정치연합, 선거연합을 거쳐 단계적으로 진보대연합정당으로 발전시켜가는 경로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장민은 「공동투쟁으로 신뢰 형성하고 선거연합정당 합의 추진해야」를 주제로 했다. 그는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공동투쟁, 노동정치의 지분을 확보하는 정치개혁 추진, 각 세력의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보장해주는 선거연합 정당 건설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 특집 마지막 글은 이득재의 「해파리 운동과 진보-좌파의 미래」이다. 그의 글은 진보-좌파가 바다생물 해파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한편의 서사다. 진보-좌파가 해파리와 같은 하나의 생명군체임에도 불구하고 해파리만큼의 상호의존, 상호협력은커녕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 이번 호 <현장의 목소리>는 네 편의 글을 실었다. 

• 첫 번째 글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연윤실의 「비장애인중심 시설사회에서 탈시설, 한국판 T4프로그램을 멈춰라」이다. 탈시설 문제는 장애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자 정책이다. 장애인의 시설수용은 보호가 아니라 그들의 존엄과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다. 필자는 당사자들이 시설 밖에서의 자립생활을 고민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두 번째 글은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숙 활동가의 「무엇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막는가: 이분법의 세계를 넘어 피해자 서사를 통해 10.29이태원참사의 진실과 애도로 다가가자」이다. 필자는 정치가 거대 양당의 팬덤 정치로 양분화되면서 참사의 실체를 보기보다는 정쟁의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할 일은 꾸준히 피해자의 서사를 말하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서사는 우리를 존엄한 애도로 이끌며 죽은자와 산자를 연결하고 인간존엄성을 확인케 하며 참사의 진실에 다가서게 한다. 그리하여 재난 안전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른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다음 글은 기민형의 「노학연대 관점에서 바라본 세종호텔 투쟁」이다. 세종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2021년 12월 10일 12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들로 구성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리해고가 이뤄진 날로부터 1년8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세종호텔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문제 해결은 결국 투쟁의 지속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대 그리고 단결이라고 필자는 강조한다.

• 마지막 글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정보라 조합원의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이다. ‘저주 토끼’의 작가 정보라는 2021년 12월 개인적인 사유로 퇴직한 후에 2022년 4월 퇴직금 소송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승소 가능성은 적다. 이는 비정규교수들의 노동력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차별의 시작과 끝은 대학원생과 비정규교수들이다. 그 구조가 바꾸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고등교육은 없다. 강의하고 연구하고 교수 뒤치다꺼리하고 온갖 일을 했는데 초단시간 근로자라서 제대로 오래 일하지 않았으니까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비정규직이라서 씹다 버리면 그만이니까 주지 않겠다는 야비함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한다.

■ 이번 호 <젠더 이슈>는 한 편이다.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평등위원회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폭력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이다. 한국의 성폭력 사건 가해자는 직장 관계자가 가장 많다. 이는 한국사회는 물론 직장 내에서 젠더기반 폭력 예방시스템 정비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폭력은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며, 결국 평등한 세상이 안전한 세상임을 환기시킨다.

■ <국내 이슈>도 한 편이다. 법학자이자 활동가인 윤현식의 「지역정당운동, 변혁을 위한 실효적 실천노선 제안」이다. 이 글은 양당구조로 고착된 정치현실을 파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가능성으로서 지역정당운동을 제안한다. 필자는 지역과 현장, 부문과 의제가 각자 고유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변혁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실천경로로서 지역정당운동의 가치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한다. 지역정당이 가능한 정치환경에서는 가치관에 따른 지향, 미래에 대한 전망, 실현을 위한 실천노선이 다앙하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글로벌 이슈> 역시 한 편이다. 안준호의 「브라질 대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2022년 10월 30일 결선을 통해 브라질 대선은 룰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가의회를 우파가 석권했지만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빈민, 노동자 계층이 룰라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브라질은 유럽과 달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동력이 아직은 살아 있다고 필자는 진단한다.

■ <문예비평>에는 두 편의 글이 실렸다. 

• 먼저 김성윤의 글은 「K컬처의 퀴어함, 그리고 아시아적인 것」이다. 서구인들이 해석하는 K컬처의 퀴어함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그동안 K컬처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접근들이 있어 왔지만, 마지막 남은 해석적 영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문화와 경제를 넘나드는 아시아적인 것에 관한 어떤 물음들일 것이다.

• 마지막 글은 서평이다. 이동한의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는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를 중심으로 7명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발행한 책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한울. 2022)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지역순환경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 시대에 위기의 지역경제를 극복하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사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역단위에서부터 실현하기 위한 진정한 새 판 짜기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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