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에서 깨어 중국의 역사 현실을 바라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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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몽에서 깨어 중국의 역사 현실을 바라보라!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9.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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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중국 (전3권) | 송재윤 지음 | 까치(까치글방) | 1504쪽

 

2019년부터 시작된 홍콩의 자유화 운동과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는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 규모와 국제 사회에서의 지위가 아닌 중국 대륙에서 살아가는 인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자 송재윤 교수는 중국 인민에 초점을 맞추어 중국의 역사를 파헤친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의 궤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슬픈중국” 3부작은 중국의 어두운 과거를 조명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국공산당의 일당독재, 사상통제의 뿌리를 찾고자 한다. 

제1권 『인민민주독재 1948-1964』는 건국에서 인류사 최악의 대기근까지 중국공산당의 인권유린과 정치범죄를 파헤친다. 1948년부터 1964년에 이르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정과 사회주의의 건설을 다룸으로써 중국이 부르짖은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어떻게 “인민의 디스토피아”로 귀결되는지 살펴본다. 인민과 적인을 구분하는 마오쩌둥과 중공정부의 통치 방식은 수많은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제2권 『문화대반란 1964-1976』은 마오쩌둥의 주도로 10년 동안 진행된 문화혁명의 폭력과 불합리를 고발한다. 문화혁명이 대약진 운동의 실패를 가리고 정적을 제거하고자 했던 마오의 기획이었음을 지적하며, 중공 내부의 권력 다툼, 군중을 분열시키는 정치 공작의 관점에서 문화혁명을 재조명한다. 중공 내부와 홍위병, 군중조직 등 다양한 주체들의 역학관계를 통해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짚는다.

문화혁명의 실행 주체로 홍위병과 군중조직을 동시에 살핌으로써 홍위병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그간의 논의를 넓히고자 시도한다. 노동자를 주축으로 했던 군중조직은 마오쩌둥이 주문한 “권력 탈취”를 실행함으로써 시 정부와 주요 언론을 전복하고 혁명정부를 수립했다. 당시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단체행동권조차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의 권력 탈취는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처럼 보였으나, 군부에 의해 권력을 빼앗기면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공산당이 인정한 바와 같이,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진행된 문화대혁명은 “건국 이래 당과 국가와 인민이 겪은 가장 심각한 후퇴이자 손실”이자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자기파괴의 역사이다. 칼과 총을 든 홍위병과 수십만이 운집한 집회로 상징되는 이 거대한 정치 운동은 표면상 인민의 자발적인 ‘혁명’으로 미화되었지만, 기실 마오쩌둥의 사망과 동시에 막을 내린 마오 최후의 권력투쟁이었다. 마오는 중국 전역에 혁명의 문화를 퍼뜨려 군중을 혁명투사와 인민의 적으로 나누었고, 균열의 틈을 이용하여 정적을 제거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마오쩌둥의 권위는 시진핑의 인민 감시 및 사상 교육을 통해 오히려 강화되는 듯 보인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중국에서는 보다 철저한 인민 감시와 반대자를 향한 탄압이 행해진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탄압은 이제 중국 내의 소수민족과 다수의 자치구를 넘어 해외의 유수 기업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시진핑 사상을 주입받으며 열광적 애국주의로 무장한 청년들과 시진핑의 관계는 마오쩌둥 사상의 보위를 외치던 홍위병과 마오쩌둥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제3권 『대륙의 자유인들 1976-현재』는 도도히 이어지는 중국민주화 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밝힌다. 마오쩌둥 사후 경제성장을 이루고 인민들에게 “화해”를 외치는 오늘날의 중국이 은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에 대항하여 정치적 자유를 외치는 인민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밝힌다.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은 중국 현대사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 문화혁명을 이끌며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초래한 사인방을 실각시키고 중공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한편 다양한 사상과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열면서 “현대화”를 도모했다. 중국의 인민은 이러한 움직임에 맞추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향진기업을 성장시키고, 대자보와 잡지를 통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개진했다. 선거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인권 보호 등을 주장하는 내용들이 다양한 지면에 발표되었고, 실제로 중국 역사상 첫 선거가 이루어져 인민대표가 선출된 것도 이 시기였다.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도 원로들이 모여 마오쩌둥 시기의 착오를 비판하며 문화혁명의 책임이 마오쩌둥에게 있음을 공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용적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산당이 제시하는 “사회주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치적 자유를 외치던 대륙의 지식인들이 반혁명죄를 선고받고 수감되거나, 망명을 택했다. 그러나 이들이 떠난 오늘날에도 중국에서는 인민들이 백지를 들고, 자신의 몸을 불태움으로써 강력한 저항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제3권은 학계와 예술계, 정계에서 중국의 현실을 개탄하며 보편 권리를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물론,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인민에 주목하여 일당독재를 유지하려는 중국공산당과 이에 저항하는 중국 인민들의 역동적인 현실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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