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불체포특권’…본래 취지에 부합하게 제도 개선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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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불체포특권’…본래 취지에 부합하게 제도 개선 모색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9.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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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헌법 제44조에 따른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부당한 탄압 가능성에 대항하며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제의 기본질서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장치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입법부 고유 기능의 보호 필요성과 직접 관계되지 않은 사안에까지 정당한 사법 절차의 진행을 막아선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헌법 사항이므로, 그 실체적 내용의 변경은 개헌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다만, 체포동의안의 심의 표결·방법이나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등처럼 법률의 개정만으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반영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우리나라와 해외 주요국 의회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비교하고, 이와 관련해 제기되어온 쟁점별 논의 사항을 살펴본 <이슈와 논점> 보고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을 8월 31일 발간했다. 

입법권과 행정권이 분리된 민주국가에서 의회의 주된 기능은 바로 집행부를 견제·감독하는 일이다. 이때의회가 집행부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고 대등한 지위에서 집행부를 견제·감독하려면 특별한 권능을 부여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국회가 핵심 기능과 책무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권능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국회의 고유 기능과 핵심 임무를 수행할 조건을 형성·보장하는 것과 무관함에도 이를 ‘방패막이’로만 삼는 것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보고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활용되도록, 단기적으로는 「국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률의 개정만으로 제도 개선이 가능한 사항을 우선 모색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불체포특권의 실체적 요건과 본질 등을 수정하는 개헌 과제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국회의원은 헌법 제44조에 따라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으며(제1항), 만약 회기 전 체포·구금되었다면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로 회기 중 석방된다(제2항). 이러한 불체포특권은 제헌헌법에서부터 인정되었으며, 군사독재 시기에도 보장된 입법부의 특별한 권능 중 하나이다. 이때 ‘회기 중’이란 정기회·임시회 집회일부터 폐회일까지의 기간을 의미하고, 휴회 기간도 포함한다. 한편 ‘체포·구금’이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는 「형사소송법」상의 체포·구금·구인뿐 아니라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보호조치’까지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국회법」 제26조부터 제28조까지는 체포·구금의 동의와 석방 요구에 관한 의사 절차를 규정한다. 관할법원 판사는 체포·구금영장을 발부하기 이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수리해 그 사본을 첨부하여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한다. 의장은 그 요청을 본회의에 지체 없이 보고하고, 국회는 그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체포동의안을 표결한다. 한편 석방요구서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연서로 의장에게 제출되고, 체포동의안·석방요구결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제헌국회 이후 총 70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었으며, 이 중 17건(24%)이 가결되었고, 20건(29%)이 부결되었다. 4건(6%)은 철회되었고, 29건(41%)은 폐기(임기만료폐기 15건 포함)되었다.


■ 해외 주요국 의회 의원의 불체포특권

ㅇ 의원의 불체포특권은 의회민주주의의 모국인 영국에서 유래되었으며, 미국·독일·프랑스·일본 의회 의원도 불체포특권을 가진다.

ㅇ 다만, 영국·미국에선 ‘민사 문제’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인정하고 ‘형사 문제’에 관한 불체포특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독일·프랑스·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형사 문제’에도 불체포특권을 인정한다.

ㅇ 독일은 의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소관 위원회인 ‘선거심사·불체포특권 및 의사규칙에 관한 위원회’에 회부해 사전 심사를 거쳐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게 한 후 상정·표결(기명투표)한다.

ㅇ 프랑스는 종전에는 체포뿐만 아니라 소추에도 의회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1995년 개헌 이후로 의회 동의 대상에서 소추를 제외하고, 체포동의안 심의 주체를 ‘본회의’ 대신 의장·부의장 등으로 구성되는 ‘의장단’으로 변경해 의장단이 체포의 가부(可否)를 판단토록 하였다.

ㅇ 일본은 헌법 제50조에서 불체포특권 적용의 배제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유보한 점이 특징적이다.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쟁점

불체포특권은 헌법에 규정된 사항이므로 그 실체적 내용의 변경은 개헌(改憲)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다만, 체포동의안 심의·표결 방법이나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처럼 법률의 개정만으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위원회 사전 심사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등을 표결하기 전에 위원회 단계에서 이를 사전 심사·보고하게 함으로써 의원의 체포·석방이 국회의 고유 기능 보장과 직접 관계되는지를 심사해 불체포특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다만, 위원회 심사가 정쟁으로 실효적이지 못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피의 사실이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는 점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표결 방법: 무기명 vs. 기명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있도록 체포동의안을 기명투표로 표결하려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21대 국회에 발의·계류되어 있다. 다만, 무기명투표의 익명성은 당론에 귀속되거나 외부 이해관계자의 압력에 구애될 가능성을 낮춰 양심·소신에 따라 판단해야 할 정치적 책무를 뒷받침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함께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

국회가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의원의 구인을 동의한 사실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회기 중 의원이 영장실질심사에 자진 출석할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려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21대 국회에 발의·계류되어 있다. 

다만, 영장실질심사 자진 출석을 허용하게 되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용 구속영장 발부 전’에서 ‘영장실질심사 후 구금용 구속영장 발부 전’으로 변경되어, 법원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인신 구속에 관한 법원의 종국적 판단·결정을 사후 번복함으로써 사법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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