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대 위해 개방형 명부제 고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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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대 위해 개방형 명부제 고려 필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9.01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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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2024년 4월에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위성정당 방지는 물론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선거제도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비례대표선거의 경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대안으로 병립형 선거제도로의 회귀나 중복입후보제, 권역별 비례제, 개방형 명부제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개방형 명부제는 그간 비례대표선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던 명부작성 과정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개방형 명부제는 정당 선호뿐 아니라 다수의 후보자들을 비교 평가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어렵게 할 수 있으며, 너무 많은 후보자로 인한 투표 용지와 개표 과정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8월 28일(월), 「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해외사례와 시사점」을 다룬 『이슈와 논점』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핀란드와 스웨덴 등 개방형 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해외사례를 통해 비례대표선거 개선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개방형 명부제의 장단점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모색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개방형 명부제는 유권자의 다양한 선호 표출 보장, 의원 자율성 확대, 비례대표 선출의 개방성과 투명성 확대 등의 장점을 보이지만 정당의 기능 약화, 소수자 보호의 어려움, 당선인 결정 방식의 복잡성 등 단점도 존재한다. 특히 투표용지의 작성 및 개표의 복잡성 등 기술적인 문제가 도입의 어려움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비례대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유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List PR System)는 정당이 비례대표 명부를 작성하고 유권자는 정당이 작성한 비례대표 명부에 투표하는 방식의 비례대표 선거제도이다. 정당은 해당 선거구에서 얻은 득표율에 비례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게 되며, 정당명부의 개방성 정도에 따라 폐쇄형(closed list)과 개방형(open list), 그리고 자유명부형(free list)으로 구분된다.

▶ 폐쇄형 명부제

폐쇄형 명부제에서 유권자는 정당명이 게재된 투표용지에서 선호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정당의 몫이다.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당선 순위를 정한 후보자 명부를 작성하여 제출하며,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순위대로 당선자가 결정된다. 우리나라도 현재 폐쇄형 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폐쇄형 명부제는 여성이나 청년, 소수자 등 선거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명부의 선순위에 배치함으로써 대표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후보 선출 과정에 유권자의 선호가 반영되기 어렵고, 공천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개방형 명부제

개방형 명부제는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뿐 아니라 해당 정당 내에서 선호하는 후보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칠레, 일본 등에서 개방형 명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유권자가 후보에 대한 선호를 표시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후보 수도 한 명에서 복수의 후보자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정당명부에 순위가 표기되지 않는 완전 개방형과 정당에서 명부 순위를 작성하지만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후보 순위가 변동되는 부분 개방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개방형 명부제는 유권자의 투표 결과에 따라 명부 상의 후보자 순위가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유권자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명망가나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 자유명부제

개방형 명부제의 경우 유권자는 하나의 정당 내부에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자유명부제에서 유권자는 복수의 정당 명부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다수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자유형 명부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로, 이들 국가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복수의 표를 행사하거나 서로 다른 정당의 명부에 교차투표할 수 있다.


■ 개방형  명부제  해외사례

▶ 핀란드

핀란드는 개방형 명부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지만 명부 순위는 유권자의 투표로 결정된다.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할 수 없으며, 정당이 추천했지만 순위가 정해지지 않은 후보자 중 한 명을 선택하여 투표한다. 유권자는 투표소에 비치된 정당별 후보자 번호를 보고 선호하는 후보의 번호를 투표용지에 기입한다.

[그림1]을 보면 기표소 벽에 정당별로 후보자 번호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기재된 후보자 명부가 붙어 있고, 유권자는 그 중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번호를 투표용지에 직접 쓰도록 되어 있다.

▶ 스웨덴

스웨덴 선거제도는 정당투표와 후보자투표가 모두 가능하다. 유권자는 정당명과 후보자명이 모두 기입되어 있는 정당명부 투표용지, 정당 이름만 표기되어 있는 정당투표용지, 선호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을 직접 기입할 수 있는 빈 투표용지 중 하나를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정당에서 후보자 명부 순위를 결정하지만 유권자로부터 8% 이상 득표할 경우 명부 순위와 무관하게 1순위 후보자가 된다. 스웨덴 사례는 투표용지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는 단점은 보완할 수 있지만 정당별 투표용지로 인해 비밀투표의 원칙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 일본

일본은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參議院) 비례대표 선거에 개방형 명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참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참의원명부등재자(후보자) 1인의 성명을 기재하고 투표함에 넣는다. 다만 후보자명 대신 지지하는 정당명을 기재할 수도 있다.


■ 개방형 명부제의 장단점과 시사점

개방형 명부제는 유권자의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사표를 줄이고 후보와 정당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당내 후보자간 선거 경쟁을 촉진하여 당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과 같이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과정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경우 개방형 명부제가 비례대표 선출의 투명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유권자가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권자의 참여와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 결과 70% 이상의 응답자들이 개방형 명부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지적되었던 비민주성이나 불공정성 문제도 일정 부문 해소될 수 있다. 지역구선거의 경우 당원경선이나 여론조사 등 상향식 공천방식이 상당 부분 실시되고 있는 것과 달리 비례대표선거에서는 중앙당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공천의 투명성과 개방성에 대한 요구가 강했다.

반면 개방형 명부제 도입시 비례대표제가 갖는 직능대표성이나 소수자 대표성은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유권자가 후보자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들도 종종 발생한다. 

한편 개방형 명부제를 도입함에 있어 투표용지나 개표 등 제도의 설계를 둘러싼 문제가 예상된다. 한 장의 투표용지에 정당과 후보자 선호를 모두 표기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커다란 투표용지가 필요하고 이를 개표하는 데도 시간적·기술적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당 명부를 투표용지에 인쇄하지 않는 핀란드나 일본, 그리고 정당별로 투표용지를 마련하는 스웨덴 사례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 투표 용지에 후보자명을 표기하는 대신 투표소에 후보자 명부를 부착하도록 하면 투표용지의 크기 문제는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권역별 비례제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선출할 경우 후보의 수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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