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ODA) 원조 규모의 비약적 증대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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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협력(ODA) 원조 규모의 비약적 증대에 대한 소고
  • 문경연 전북대·국제개발협력
  • 승인 2023.08.2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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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정부는 최근 2024년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공적개발원조: ODA)안을 6조 8,000억원으로 의결하였다. 이는 올해 대비 2조 650억원이 늘어난 액수로 43.2%라는 비약적 증액이다. 특히 2019년 우리 정부의 대외원조 기본계획인 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 수립 당시 ODA 증액 계획을 2030년 6~7조원 규모로 설정하였고, 이 역시도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는바, 우리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당초 목표를 6년 앞당겼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비약적 원조규모 증대에도 불구하고 OECD DAC 국가들의 평균치인 GNI 대비 0.3%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고 하겠다. 2024년 증액을 고려할 때 GNI 대비 0.2%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 수년간 ODA 규모가 GNI 대비 0.15~0.16% 내외에 그쳐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의 국력에 걸맞는 대외원조 증액 권고를 지속적으로 받아온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해당 요구에 부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큰 의미라고 하겠다. 무엇보다도 대부분 선진국들의 대외원조 예산이 동결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원조규모를 증액해 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국제사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비약적 증액으로 절대 규모 측면에서 2022년 기준 30여개 OECD DAC 회원국 중 16위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13~14위로의 상승하며 경제력 11위와 비교하여 그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는 의미 또한 가진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선진국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해온 저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력에 걸맞는 대외원조 규모를 강조해온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번 결정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문제는 비약적으로 늘어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ODA 예산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헛되지 않게 집행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원조추진 체계상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를 정책기관으로 하여 한국수출입은행이 집행기관으로서 역할하며, 부채 탕감제도가 있기는 하나 이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며, 유상원조의 성격상 채무국이 향후 상환의 의무가 있고, 대규모 사업의 발굴에 있어 오랜 시간과 엄밀한 사업 형성 절차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비약적 원조규모 증액이 유상원조 분야에서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는 사실상 덜 하다고 하겠다.  

반면에 외교부가 정책 총괄기관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전담 집행기구인 무상원조의 경우 40여개 부처와 산하기관이 원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한국은 OECD DAC이 정례적으로 수행하는 1, 2차 동료검토(Peer Review)에서 너무 많은 부처가 수행하는 무상 ODA 사업의 조정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를 반영하여 국무조정실 산하에 국제개발협력본부가 신설되어 부처 간 원조정책 및 사업에 대한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나, 짧은 역사를 가진 국제개발협력본부가 실질적인 조정능력을 확보하기 하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제도 개선과 같은 지속적인 추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대외원조 전문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수출입은행(EDCF),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농촌진흥청(KOPIA)과 같이 몇몇 기관을 제외하면 여전히 30여 개 기관은 소관부처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이것이 대외원조라는 형태로 개발도상국에 전달되는 측면에서의 국제규범, 권고, 가이드라인, 성과관리 및 평가 등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 대외원조의 짧은 역사에서 기인한 바 크며, 이들 작은 규모로 대외원조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의 경우 원래 부처의 목표가 개발도상국이 아닌 국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이번 ODA 예산의 비약적 증대가 자칫 부처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근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이러한 근심은 이번 증액을 의결하는 자리에서 한덕수총리가 어려운 정부 재정 여건 속에서 ODA 예산이 증액된바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줄 것을 당부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끝으로 전통적인 공여국 역시 ODA를 국익 실현을 위한 수단이자 마중물로 사용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확대된 ODA 예산을 우리 정부가 외교 및 경제 정책, 공공외교 전략과 연계하여 활용하고자 한 데 대해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으나, 자칫 과도한 연계전략은 ODA 예산의 비약적 증액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국격 향상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문경연 전북대·국제개발협력

전북대학교 국제인문사회학부 교수. 식량원조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영국 Cranfield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국제개발협력원 부원장이며, 국제개발협력학회 국제위원장,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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